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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짱이를 키우자 - 3
게시물ID : love_3061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물짱이를키우자
추천 : 23
조회수 : 1757회
댓글수 : 8개
등록시간 : 2017/06/18 01:10:05
벽.
두려움과 망설임으로 세워진 높은 벽.
나조차도 모르는 내 마음이 흘러나올까 겁이나
나조차도 모르게 세운 높고 단단한 벽.
높고 단단한 벽에, 네게로 흐르지 못하였다.
흐르지 못한 그 마음이 이리도 고여있을 줄은 몰랐다.
고인 마음이 마치 거대한 댐과 같다.
두려움 떨치고
망설임을 버리고.
그 마음들이 폭포와 같이 쏟아져내린다.
네게로 흘러간다.

여느떄와 같은 일상.
비슷한 시간에 출근을 했고,
각자 컴퓨터를 켜놓고서는 옥상으로 향한다.
옥상정원에서 자판기 커피 한잔에 담배를 피우고,
언제나와 같이 나는 내 자리에 너는 내 옆 자리에.
함께 업무를 진행하고 회의를 한다.
함께 점심을 먹고 산책을 한다.

금요일 밤.
함께 퇴근을 하고,
함께 스쿼시를 쳤고,
함께 사우나를 하고 맥주 한잔을 한다.

너는 나를 참 잘 따랐고, 나는 너를 참 잘 챙겼다.

달리 보이고,
달리 들리고,
달리 느껴진다.

뒤따라 옥상으로 올라오는 니 발소리가,
담배를 쥔 니 손이,
담배연기를 내뿜는 너의 입.
생글거리는 니 표정과 장난기 어린 말투,
옆 자리에서 바라본 너의 옆모습,
회의실에 울리는 니 목소리.

눈 맞추며 서류를 넘겨주는 너.
그 눈을 맞추느라 보지도 않고 서명을 한다.

모서리가 둥근 뿔테안경,
왠일로 내리고 온 앞머리,
니가 입은 셔츠 깃과 소매와 넥타이, 시계까지도
세세히 눈에 들어온다.

너를 바라봄에 하루가 이토록 짧다.

여느때와 같이 한잔 더를 외치며 들어온 내 집.
토닉에 납빛 거위.
특이하게 예거 조금.
언제나와 같이 아일랜드에 마주앉아 술 한잔을 기울인다.

하고싶은 말이 있음에도 오히려 이를 숨기려는 듯.
일부러 아무렇지 않은 듯 의미없는 주제들로 이어지는 대화.
그리고 찾아온 정적과 침묵.
억지로 찾아 또 다시 꺼낸 의미없는 대화 주제들.
금새 또 찾아온 정적과 침묵.
이 어색하기만 한 반복.

겁쟁이 형이 아니고자 했고,
너는 이미 겁쟁이 동생이 아니었다.

항상 작고 어린 동생이었다.
내가 알고 있는 것 보다 키가 작지 않음에 놀랐다.
보기보다 덩치 있음에 놀랐다.
운동하며 등산하며 항상 서로 잡아 끌던 손.
그 팔목과 손등이 그리 여린 줄은 몰랐다.
라켓을 잡으며 손바닥에 생긴 생긴 굳은살이 그리 많은줄은 몰랐다.
동그란눈에 생글거리는 얼굴.
솜털이 보송 할 것 같은 얼굴.
그 얼굴에 수염이 그리 거칠줄은 몰랐다.

나의 연인.
이제라도 이리 부를 수 있음에 감사한다.

나의 연인.
7년의 시간을 봐왔음에도
이리도 오랫동안 그대의 눈을 마주본 적은 없었다.

서로의 마음이 오가는, 조용한 대화.

그리곤 여느때와 같이 일어날 시간을 정하고,
각자 알람을 맞추고
각자 샤워를 하고
각자 잠을 청했다.

여느때와 같이 나는 내 방에.

그러나 너는 내 옆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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