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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80세가 경험한 연애와 결혼 1편
게시물ID : love_3084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뿔감춘악마
추천 : 3
조회수 : 1194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7/06/21 12:4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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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같은 딸래미와 잔소리는 많지만 사랑하는 아내와 살고 있는 반 80세 아잽니다.
요즘 게시판에 연애사가 많이 떠 있기에 저도 한 번 올려볼까합니다. 읽어주시는 오징어님들께도
언젠가는 도움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르니 지루하더라도 잘 봐주세요^^
 
1. 고등학교 첫사랑? 여사친? 눈치제로;;
 
 거짓말처럼 들릴수도 있겠지만 사실입니다. 중.고등학교 모두 남녀 합반, 남녀 공학 나왔지만
 6년동안 짝사랑만 했었습니다. 그 때 당시에는 제 외모에 대한 자신감도 별로 없었을 뿐더러
 공부는 뭐 그다지 잘하는 것도 아니고 못하는 것도 아닌 중간 정도^^;; 그냥 착한 친구로만 보이는 그런 범생 스퇄였죠.
 지금으로 말하면 여사친도 있었지만 이상하게도 그 친구와는 연애 감정을 느낄 수 없었습니다. 이니셜 Y양으로 하겠습니다.
 고1때 처음 알게되었던 Y는 제 친한 친구의 여친이었지만 6개월 정도 사귀다가 헤어졌습니다.
 저와 같은 반 친구들이라 Y와도 서먹서먹할 줄 알았는데 헤어진 후에도 툭하면 저에게 장난도 치고
 같이 야자(야간 자율학습)하면서 심심하면 수다도 떨고, 수학문제 어려운게 있으면 도움도 주기도 하고
 그랬습니다. 2학년 올라가서는 제 친구는 이과, 저와 Y는 문과로 진로를 선택했고 저는 또 Y와 같은 반으로 배정되었습니다.
 그 이후에도 남들이 보기에는 친구처럼 투닥거리며 친하게 지냈습니다. 내 기억으로는 Y가 키도 크고 얼굴도 작은데다가
 예쁘장하게 생겨서 다른 반 놈들에게 고백도 많이 받기도 했는데 다 거절했었어요. 오히려 제 친구 중 잘생기고 운동,공부도
 잘했던 놈 하나가 Y에게 관심있다고 해서 제가 자리도 만들어주고 잘 해보라고 응원도 해줬지만 이어지지 않았어요.
 왜 그랬을까?? 지금 저도 눈치가 좀 느린 편이지만 그 때는 더했었죠.
 한 번은 Y의 짝꿍이 전학을 가서 자리가 2주정도 비워져 있었는데 Y와 친한 여자애들이 저보고 그자리로 가서
 같이 앉아 있으라고 재촉을 하는 겁니다. 그래서 아무 생각 없이 2주동안 같은 책상에 앉아있었고, 1학기 중에
 수학 여행 가서도 친구들이랑 사진을 찍는데 Y의 친구들이 저보고 단둘이 사진좀 찍으라고 해서 아무생각 없이
 같이 찍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지내면서 3학년때는 서로 다른 반으로 배정되었는데, 그 때 부터 저에게 말도 안걸고
 연락조차도 되지 않았습니다. 고3이니까 공부에 열중해야 해서 그러나보다 하고 저도 신경을 크게 쓰진 않았죠.
 그 후 수능 끝나고 대학교 입학하고 하면서 Y가 집을 이사갔는지 연락도 안되고 해서 자연스럽게 잊혀져 갔습니다.
 
 대학교 1년 후 입대를 앞두고 고등학교 동기들과 같이 술자리 모임이 있기에 갔었는데 그 자리에 Y의 친구들도 있었어요.
 내심 Y도 올까 기대했지만 그녀는 오지 않았습니다. 입대를 앞두고 마음도 꿀꿀하던 차에 학교 추억을 되새기며 술을 마시는데
 Y친구들이 저한테 갑자기 묻는 겁니다.
 
 Y친구: " 너 오늘 Y 안 와서 섭섭하지?"
 나     : " 아니, 연락도 끊긴지 꽤 되었는데 뭐 그렇게 섭섭하고 그러진 않아.
            그래도 소식이 궁금하긴 하네. Y는 잘 지내고 있어? 남친 생겼어?"
 
 Y친구: " 응 잘 지내고 남친은 아직 없고 오늘 선약이 있어서 못 온다고 그러네"
 
 나     : " 아 그래? 그래도 나름 친하게 지냈었는데.... 군대 가기전에 얼굴 함
            볼 수 있을까 했는데 아쉽다.
 
 Y친구: " 뭐 지금에서야 말해봐야 의미 없긴 한데, 사실 Y가 오랫동안 너 마음에
             두고 있었언거 알고 있었니?
 
 나     : " 응?? 난 전혀 몰랐는데.... 무슨 소리야? 에이 설마...."
 
 Y친구: " 으이그 이 눈치 제로 곰탱이같은놈아. 우리가 그렇게 너희 둘 이어줄려고
             눈치도 주고 했는데. 으유~~~~
 
 나     : " 야~ 안그래도 나 군대 간다고 기다려주겠다고 울어주는 여친도 없는데
             위로해준답시고 그런 농담 마라 "
 
 Y친구: " 너 Y짝궁 전학가서 옆자리 비어있을때 내가 너보고 Y랑 잠깐이라도 같이
             앉으라고 했던 거 기억나지? 그리고 수학여행 가서 너랑 Y랑 단 둘이
             사진 찍어준 것도 기억나?
 
 나     : " 응 기억나지. 뭐 그 땐 친하게 지냈었으니까 그랬지. 다른 여자애였으면
             못했을걸."
 
 Y친구: " 2학년 1학기 쯤인가 Y가 나한테 얘기했었어 너가 자꾸 마음에 들어오고,
             너가 자기한테 좋아한다고 고백했으면 좋겠다고. 그래서 다른 남자애들이
             대시해오고 그래도 다 거절한거거든. 그래서 우리가 너랑 Y 이어주려고
             그렇게 눈치를 주고 했는데... 으이구 니가 그래서 지금까지 여친이
             없는거야 이 바보 멍텅구리 곰탱아."
 
 그 날 마음이 너무 아팠습니다. 당시 삐삐세대여서 친구들한테 Y의 삐삐 번호를 받고
 입대 이틀인가 하루 전날 음성메세지를 남겼습니다. 휴가 나오고 제대하면 얼굴 함 보자고
 했었던 거 같은데. 그 친구도 제 번호로 음성을 남겼었습니다. 뭐 그동안 널 좋아했었다
 그런 말은 안했었던 거 같고, 휴가나오면 연락함 줘라. 그랬었는데, 그게 마지막였습니다.
 전역 후 Y친구들한테도 연락처를 물어봤지만 제가 군대 가 있는 동안 호주로 유학을
 떠났고 그 후로 연락이 잘 안된다고 하더군요. 2000년 초반 싸이월드가 한 창 유행시
 어떻게든 Y를 찾아보려고 했지만 결국은 못찾았습니다.
 
 가끔씩 그녀가 생각날 때가 있습니다. 여자와 같이 말할때 눈도 못 마주쳤던 저에게 있어서
 처음으로 눈 마주치면서 웃고 떠들고 장난 치고 2년을 친구처럼 지내게 해준 그녀는
 죽을때까지 기억나는 짝사랑이자 눈치 못챈 첫사랑입니다.
 
 반응이 좋으면 다음 2편도 올릴께요. 제목은 상처가 너무 컷던 첫사랑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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