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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너무 밉다. 그래서 복수한다.
게시물ID : love_3114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오징오징오징어
추천 : 2
조회수 : 747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7/06/25 19:42:27

결국은 너의 전 남친과 다시 재결합했구나.

너의 행동을 비난할 수는 없을 것 같다.

너는 너의 감정에 따랐을 뿐이니까.

그리고 나는 알고 있으니까.

너는 이기적이기보다는 순진하고 그냥 서툰 것 투성이인 사람이라는걸.

하지만 나 또한 너무 순진하다 못해 멍청했다.

너의 그 순진함과 서툰 면들에 나에게 큰 상처로 돌아올 것이라는 것을 미처 몰랐으니까.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들이 던진 돌에 맞아 죽는 것 처럼.

너가 전남친과 헤어지고 나서 나는 1년동안 네 곁을 지켰다.

결국 너는 내 마음을 알아줬고 먼저 사귀자고 제안했다.

그렇게 우리는 짧게 사귀었지.

하지만 그 동안 너는 내게 너무 큰 불안과 상처들을 안겨줬구나.

아직도 기억난다. 잊혀지지가 않는다.

첫 데이트에서 너는 이런 말을 했다.

"외국에 있을 때 한국인과 한번쯤 사귀어보는 것은 좋은 기회야."

마음이 무너졌다.

사랑때문에 사귀는 것이 아니라 너가 동경했던 한국 남자와 사귀는게 연애의 목적이었을까.

너는 항상 전남자친구에 대해서 내게 털어놓았다. 

심지어 내가 너의 남자친구가 되었음에도.

그와 어떻게 데이트했는지 어떤 선물을 주고 받았는지 왜 헤어졌는지 그가 요즘 어떻게 성공했는지.

너는 최근 성공한 전 남자친구를 보면 본인이 패배자가 되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나는 너가 나를 통해서 자존감도 회복하고 상처도 극복하기를 바랐다.

그래서 내 마음쯤은 너한테 이용되어도 좋다고 여겼다.

그래서 너는 내게 아무 말이나 아무런 거리낌없이 말할 수 있었다.

너의 생일 날에서 작년 생일 너가 전남자친구로부터 무슨 비싼 선물을 받았는지 이야기할 수 있었고.

내 생일 날에는 내 생일 케이크 앞에서 전 남자친구 이야기를하며 또 하소연 할 수 있었다.

내가 너무 멍청하게 웃으며 그런 것들을 받아들여줬나보다.

하긴 당시 나는 기뻤다. 

내가 너한테 그런 감정의 쓰레기통이라도 될 수 있다는 것이.

나는 물질적인 선물을 충분히 너한테 해주지 못해 항상 미안했고

대신에 너의 추억이 될만한 이벤트와 선물들을 하기 위해 노력했다.

너가 나 몰래 헤어짐을 준비하던 마지막 한 달, 그 시간동안 나는 아무것도 모른체 열심히 너의 초상화를 그리고 있었다.

너는 항상 나를 숨겼고, 너의 일상 앞에서 나는 항상 후순위였다.

인스타그램, 페이스북에 같이 찍은 사진 한 장 올라가지 못하는 남자친구였다 나는.

너는 나와의 약속보다는 친구와의 약속이 항상 먼저인 사람이었다.

나는 너의 사정을 이해하고 싶었다.

너는 보수적인 문화의 나라에서 자랐고, 구설수는 피해야했다.

외국인이 나와 사귀는 것이 들통나면 집안에서 난리가 났겠지.

그리고 너는 혼전순결주의자였다.

나는 참 열심히 내 성욕을 참았던 것 같다.

입맞춤도 너가 먼저 해주기 전까지는 하지 았다는거 기억이나 할까.

혹시 실수라도 할까봐 너 앞에서는 항상 조심했다.

술도 같이 마시지 않았고 항상 집에는 일찍 들어갔다.

외박은 생각조차 못했다.

비록 나중에 내가 너와 헤어지더라도

너가 혼전순결을 지키지 못해 미래에 너의 배우자에게 비난받기를 바라지 않았다.

그런데 언제가 너의 말끝에 나는 눈치챘다.

너한테는 나를 제외하고도 한국인 남자 친구들이 많고 그들과 자주 만나고 연락한다는 것을.

나는 너에 대해서 얼마나 아는 걸까.

너를 알아온 지난 몇 년의 시간이 정말 무색해졌다.

어장관리 당하다 낚여 올라온 물고기가 된 느낌이었다.

내 안색이 창백해지자 너는 전남자친구와 나를 비교하며 힐난했다.

질투는 여자가 하는 거지 남자가 하는게 아니라고.

내 속좁음을 탓했다.

그런데 넌 그건 알았을까.

당연히 넌 나를 질투할 필요가 없었다.

나는 너의 전 남자친구처럼 사업을 핑계로 룸살롱같은 곳에 아예 가지를 않으니까.

너가 걱정해하고 불편해할 만한 일은 애초에 하지도 않았으니까.

일련의 사건들 이후 나는 너의 마음을 확인하고 싶었다.

이용만 당해도 좋다던 마음은 이제 내가 준 사랑만큼 돌려 받기를 원하고 있었다.

나는 너와 스킨쉽을 했다.

너가 나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고 싶었다.

그리고 너는 내게 이런 말을 했다.

전남자친구에게 미안하다고. 못하겠다고.

너는 나에게 헤어지자고 했다.

친구로 지내고 싶다고.

마음을 수습하지 못하는 내게 너는 결국 모진 말들을 꺼냈다.

어차피 너의 부모님은 나같은 건 받아들이지 않을 거라는 사실.

아팠다.

그냥 서로 감정을 쏟아부으며 마음껏 사랑했으면 슬프고 힘들긴 했어도

이렇게까지 아프지는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네 인생에 스쳐가는 존재일 뿐이고 

나와의 시간들이 너에게는 그렇게 대단치 않은 것들이라는 걸 깨달아서

너무 아팠다.

마음 껏 사랑하고 사랑받고 지지고 볶고.. 

그렇게 헤어졌더라면 그렇게 마음이 공허하고 너에 대한 원망이 사무치지는 않았을 것 같다.

헤이지고 한 동안 나는 그래도 너도 나를 사랑했으리라 믿었다.

서로의 미래를 위해서 헤어진 거라고.

그렇게 생각하려고 애썼다.

그런데 너는 나한테는 별 관계도 아니라던 또 다른 한국 남자와 여행을 다녀왔더라.

비참했다.

나는 그냥 너가 아는 수 많은 한국 남자중에 한 명이었을 뿐이고.

사귀고 이별하기 편해서 간택된 그런 존재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열심히 준비한 여행 계획을 너는 친구들고 여행간다며 취소했던 일이 떠올랐다.

나는 진짜 너한테 뭐였을까.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너한테 너무 미안하고 내가 싫었다.

너가 그렇게 가고 싶어하던 여행이었는데 내가 능력이 없어서 해주지 못했다는 사실이.

너의 버킷리스트라는 그 여행을 다른 남자와 하는 걸 보면서 나는 스스로 나를 죽여버리고 싶었다.

변변한 차 한대가 없어서 너를 매일 데리러 가지 못했던 것이.

버스 타고 다니면서 너를 기다리게 했던 것이.

교외로 데이트나 가자며 주말에 널 이리저리 데리고 다니지 못했던 것이.

너무 가슴에 사무쳤다.

너한테 명품지갑을 선물해 주지 못하는, 벤츠도 없는 그런 사람이라서..내가 싫었다.

내가 만약 좀 더 능력있는 사람이었다면 너한테 거절당하지도 그런 소리를 듣지도 않았을텐데.

너는 기억할지 모르겠다.

어느날 내가 불쑥 물었다.

한국에 같이 가지 않겠냐고, 아니면 이곳에 함께 정착하지 않겠냐고.

공장에서 노가다를 하더라도 너는 먹여살리겠다고 했다.

하지만 너는 나와 함께하는 그런 미래는 행복하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나는 쓴웃음을 지으며 그럼 너의 미래의 배우자와는 행복할 것 같냐고 물었다.

너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작은 목소리로 응 이라고 대답했다.

우스웠다.

너는 나와의 미래는 눈꼽만큼도 생각하지 않는데

나는 너의 미래를 위해서 네 인생에서 지나가는 좋은 추억 하나가 되어주고 있다는게.

할 말이 없었다.

너를 비난할 수도 없었다.

내가 자격이 안되는 걸로 어떻게 너를 비난할까.

자격이 안되는 주제에 너를 좋아하고 사랑해서 결국 연인관계로 너를 몰아넣고 힘든 결정과 대답을 하게하는 내가 오히려 못났다고 생각했다.

간만에 너의 sns에 들어가봤다.

내가 너한테 생일 선물로 그려준 초상화만은 지우지 않고 남겨두었다는 걸 알았다.

그리고 전 남자친구와 드디어 재결합해 다정하게 찍은 사진이 올라온 것도 보았다.

사실 너가 너무 원망스러워서 너에게 폭언을 쏟아 붓고 싶었다.

말로 너의 가슴을 후벼파고 싶었다.

너와의 연애 끝에

우을증 약을 먹고, 상담을 받으며

체중이 감소하고 급기야 탈모까지 생긴

지금의 내 모습을 보여주며 너를 저주하고 싶었다.

어린애처럼 내가 너때문에 얼마나 힘든지 땡깡을 부려보고 싶었다.

하지만 그러지 않았다.

추잡함으로 이 기억들을 끝맺고 싶지 않았다.

사실 너를 욕할 것도 없기에.

너가 바람을 피운 것도 아니고, 의도적으로 내게 상처를 남긴 것도 아니기에.

그저 너는...나를 사랑하지도 않으면서 연애를 시작한...그런 실수를 했을 뿐이고.

나는...그런 실수투성이의 너를 이해하니까.

그리고 이건 사실 나만의 복수다.

나는 너와 만나면서 단 한번도 비속어는 커녕 큰 소리도 내본 적도 없고

언제나 너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이었다.

지금 내가 너에게 저주를 퍼부으면

너는 잘 헤어졌다 생각하겠지.

하지만 마지막까지 내가 너의 실수를 덤덤히 받아들이고 넘어간다면

너는 평생 나를 떠올릴때마다 죄책감이 들것이다.

너의 배우자가 작은 실수라도 했을때

너는 항상 내가 떠오를 것이다.

그만큼 나는 자부한다.

내가 너한테 최선을 다했음을.

내 모든걸 던져가며 너한테 헌신했었음을.

어느 누구도 그렇게 못하리라는 것을.

이 복수를 마지막으로 나는 너에 대한 기억을 모두 지우려고 한다.

하지만...

나는 이제 어찌 사랑이란걸 해야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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