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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유팩이 한국인의 세계적인 발명품?
게시물ID : freeboard_158208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fishCutlet
추천 : 2
조회수 : 1972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7/06/29 21:35:16


유자게에 세계적인 한국의 발명품이라는 글이 있는데요,

여기엔 우리가 매일 같이 보는 우유팩이 한국인 신석균씨의 발명품이라고 소개되어 있습니다.




우유패.JPG



그냥 봐도 뭔가 석연찮은 국뽕의 냄새가...

그래서 게이블탑, 우유팩으로 검색해보니 이게 한국인의 발명품이라는 주장이 엄청나게 많이 퍼져 있네요.

그런데 사전 등에는 1915년 존 반 워머라는 사람이 발명했다고 나옵니다. 위에선 1934년이라는 연도도 틀렸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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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내용에 대해서, 1915년에 발명된 것은 우유를 담을 수 있는 네모난 종이 컵 같은 것이고

게이블 탑gable top, 즉 지붕모양 입구를 만든 것이 한국인 신석균씨라는 식으로 주장하기도 하는데요,

위에서도 1934년에 등장한 종이팩이 먼저 등장했지만 신석균씨가 개량한 것이라고 했네요.

전혀 아닙니다. 아래가 1914년에 제출되어 1915년에 공개된 존 반 워너의 우유팩 디자인입니다.

US1157462-1.png
세부적인 차이는 있지만 요즘 우유팩과 전체적인 모양은 거의 비슷합니다.

특히 삼각 지붕 모양을 따서 주둥이를 만드는 것도 이때 벌써 등장 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구체적인 특허 내용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https://www.google.com/patents/US1157462



또한 이런 입구모양을 우리가 아는 모양으로 바꾼 것이

위에서 1934년에 우유팩을 개발했다고 했던 미국의 Ex-Xell-o사입니다.

다만 입구를 개량한 것은 1953년입니다.

US2750095-1.png

마찬가지로 특허의 자세한 내용을 지금도 확인 가능합니다.
https://www.google.com/patents/US2750095

지금과 다른 부분은, 팩을 밀봉하기 위해서 지붕 한쪽에 삐죽 튀어나온 날개로 덮은 후 핀을 박았다는 점이네요.

이 부분은 이후 기술 발전으로 지금과 같은 모양으로 바뀌게 됩니다.




이렇게 우유팩의 발명자가 명확하다 보니,

'신석균씨가 발명한 것은 사실 게이블 탑이 아니라 삼각팩이다'라거나

심지어 '게이블 탑도 삼각팩도 다 신석균씨가 발명했다'는 주장도 종종 보입니다.




↓몇몇 사람들이 한국인이 발명했다고 주장하는 삼각팩.

c0024235_21291326.jpg





캡처.JPG
네?????????????????????????????




삼각팩은 1951년에 스웨덴의 테트라팩 Tetra pak사에서 개발했습니다.

외국 회사에서 사서 테트라팩인게 아니라 회사 이름 뜻 자체가 사면체 우유팩...




삼각팩은 엄청 간단하고 단순한 발명품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잘 생각해 보면, 네모난 박스 형태가 보관이나 운송에 훨씬 편리한데도 굳이

괴상한 모양의 삼각팩을 발명했다는건 이상한 일이죠.

그 이유를 알아보면 50년대 한국에서 삼각팩이 발명 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위에서 봤듯이 이미 1915년에 종이 우유팩이 개발되었지만 1950년대 초까지

여전히 유리로 만든 우유병이 주로 유통 되었습니다.

유리병은 매일 유통되는 내용물에 비해 비싸고, 깨지기 쉽고 무거워서 운송도 어렵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당시까지 우유를 유리병에 담아 유통했던 결정적인 이유는,

우유는 상하기 쉽기 때문에 밀봉해야 한다는 점이었습니다.

당시까지는 종이팩으로 그런 밀봉이 어려웠기 때문에 유리병에 비해 유통기한이 줄어들 수 밖에 없었습니다.



삼각팩은 이전의 종이팩으로는 힘든 완벽한 밀봉을 가능하게 했습니다.

삼각팩의 비밀은, 그 괴상한 정사면체 팩의 형태 자체가 아니라 제조 공정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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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ww.flickr.com/photos/tetrapak

테트라팩의 아이디어는 소세지 제조 방식에서 따온 것이라고 합니다.

긴 튜브형태의 용기에 내용물을 먼저 채워 넣은 후에 중간에서 봉하면

공기가 들어가지 않고 완전히 밀봉되어 유통기한이 획기적으로 늘어나고,

뿐만아니라 저렴한 재질에 제조방법도 비교적 간단하여 경제적이고 가볍고 깨지지 않아 운송도 편리.



삼각팩의 모양 자체는 별 것 아닌것처럼 보여도, 그 뒤에는 이런 제조 과정에 대한 고려가 바탕이 된 것이기 때문에

실제로 아이디어가 나온 것은 1944년이지만, 위와 같은 포장이 가능한 기계가 등장한 것은 1946년이고,

공기가 전혀 들어가지 않는 완벽한 밀봉과 차곡차곡 쌓기 힘든 삼각뿔 모양을 최대한 적재할 수 있는 디자인을 완성하는데까지

수년이 걸려 1951년에서야 개발이 마무리 되고 본격적으로 생산이 되었다고 합니다.



1944년부터 개발이 시작되었으니 신석균씨의 아이디어보다 시기적으로도 앞설 뿐 아니라

우유의 밀봉과 제조과정에 대한 배경지식이 받쳐주지 않으면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물건인 거죠.




'우유팩은 한국인의 발명품이다'라는 주장이 널리 퍼진 것은

신석균씨 본인의 주장이 가장 큰 역할을 한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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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연한 방송도 하필 강용석...

아무튼 자신의 발명품에 대한 설명을 보면 좀 애매한 구석이 있습니다.

신석균씨가 발명한 것은 접는 우유팩 인거죠.

위에서 봤다시피 우유팩의 효시는 1915년에 이미 등장했고,

Ex-Xell-o사가 입구를 개량한 것도 신석균씨가 스스로 설명하는 발명품 내용과는 전혀 관련이 없죠.

삼각팩은 신석균씨와 더더욱 거리가 멀고.



그렇다면 신석균씨가 발명한 것은 뭘까요??

신석균씨가 1968년에 특허 신청을 한 내용이 있습니다.



신석균 - 한국의 에디슨이라는 발명가 신석균 발명학회장 13.jpg

접이식 종이컵인데요.

시기적으로도 다르고, 우유팩과는 별로 상관 없는 물건입니다.



혹시 위의 특허는 그냥 별개의 것이고

현대적인 우유팩과 비슷한 물건을 개발했다가 이미 흔히 사용되게 되어서 특허를 포기한 것은 아닐까요?

그럴 가능성은 낮다고 생각됩니다.


우유 팩이 국내에 소개된 것은 1970년이고 본격적으로 도입되어 유통된 것은1977년 입니다.

캡처.JPG
http://www.hkpak.co.kr/story/story_02.htm

그 이전까지는 유리병, 또는 폴리 비닐로 된 테트라 팩이 주로 유통되었습니다.

본인이 1950년대에 우유팩 비슷한 물건을 개발했다면, 1970년 이전까지 특허를 신청할만한 시간이 있었을 겁니다.

그리고 신석균씨가 실제로 특허 출원한 내용중 종이팩과 관련된 것은 이 육각형 접철식 종이컵이고,

위의 인터뷰에서 설명하는 '접어서 만든다'는 것은 요즘 우유팩보다는 이 발명품에 훨씬 가까운 설명입니다.



정리하자면 이런게 아닌가 추측됩니다.

1. 1915년에 우유팩 발명됨. 수많은 개량 끝에 1970년대부터 보급
2. 1944년에 테트라팩 발명됨. 1951년부터 보급
3. 신석균씨가 1950년대에 접이식 종이컵 발명. 1968년에 특허 출원.
4. 신석균씨가 자신이 발명한 접이식 종이컵이 우유팩의 시초라 주장.
5. 그 말을 믿은 사람들이 찾아보니 그 이전에 이미 우유팩이 발명되었다고 나옴.
6. 우유팩은 먼저 발명되었지만 게이블탑 모양은 한국인이 발명한 거라고 끼워맞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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