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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개월동안의 육아일기
게시물ID : baby_2045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날씨가춥네요
추천 : 10
조회수 : 503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7/07/01 15:14:42

출산휴가가 끝나가고 있습니다..
이제 곧 3개월로, 목이 아직도 까딱거리는 아기를 두고 회사에 도로 출근해야하네요.

마음 아프고, 슬프기는 하지만 한편으로는 시원하기도 합니다.



누군가의 딸,아내에서 엄마가 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더라구요.
저는 그나마 친정찬스(!)를 써서, 3개월간 친정에 머물며 빨래며 밥이며 친정엄마가 많이 도와주셨어요.
남편은 주말에만 오구요. (친정하고 집이 지역이 달라요.)

하지만... 보통은 친정에서도 이렇게 오랜시간 머물러 있는 거, 좋아할 리가 없잖아요.
(저희 엄마는 첫손자라 이뻐서 봐준듯)



다들 출산휴가든 전업주부건 간에 집에서 아기 보는 건 주로 갓 엄마가 된 초짜배기 새댁인데...
그냥 아무 것도 없이 육아라는 전쟁터에 던져진 셈이에요.



저는 다행히 육아 베테랑이 저녁에 도와주고 밥도 주나, 출근하시는 오전~오후, 밤에는 오롯이 육아는 제 몫이 됩니다.

거짓말 안하고 그 동안은 반쯤 죽을 것 같더라고요.


막 출산하고 집에 와서 몸도 정상이 아닐 때부터, 얼떨결에 엄마라는 이름으로 아기 24시간 CCTV가 됐어요.

밤 수유는 아기마다 다르다고는 하는데, 저희 아기는 처음엔 2시간 정도마다 일어났어요.

그래도 완전 신생아 때는 밤에 수유해야 하는 거 빼면 그래도 괜찮았어요. (1주일정도)
자는 동안 설거지도 하고, 빨래도 하고, 친정에 얹혀 지내니 집안일이라도 최대한 돕자해서 열심히 했어요.


근데 아기가 조금씩 머리가 커지면서 생각이라는 걸 하는 것 같아요.
슬슬 불편함을 토로하기 시작해요.

아기는 우는데 배가 고픈건지, 날이 더운건지, 기저귀가 축축한지, 자리가 불편한지...
나도 몰라요. 하나하나 다 해볼 뿐이지.

밥도 다 먹었고, 기저귀도 갈았고, 온도도 적당한데... 애기는 웁니다.

왜 울지? 어디 아픈거 아냐?
오만생각이 다 듭니다. 초보 엄마가 할 수 있는 거라고는 아기 안고 둥가둥가 하는거밖에 없습니다.
둥가둥가하면 안울어요. 하하.

우는 이유 중 하나가 사람 품이 편안해서 안아달라는 거래요.


근데 아기 손탄다고 많이 안아주지 말라 합니다.
애가 죽어라고 우는데 어떻게 안 안나요. 수유할땐 안기 싫어도 안아야 하고요.

어쨌든 그러다보니 아기는 자꾸 안아달라 합니다.

내려놓으면 웁니다. 내려놨다 안았다 반복하니 무릎이 나갔습니다.
아기가 점점 무거워집니다. 가벼운 편이었는데 한달 사이에 거의 2배가 늘었습니다. 이어서 손목이 나갑니다.

밤엔 잠을 못자고, 낮에는 아기랑 놀아주느라 남아있던 체력을 바닥까지 긁어 씁니다.
몸살이 났는지 온몸 뼈마디가 다 쑤십니다. 손가락 마디하나하나까지 다 아파요.

이제 더이상 안고 싶어도 무릎이랑 손목이 벌써 나갔어요.
병원에서도 뼈 튼튼하다고 왕칭찬받은 몸인데 마디마디가 아파요.
ㅋㅋㅋ이쯤되면 내 몸의 부실함에 어이가 없습니다.


그래도 안아야 하고, 아기 발달에 맞춰서 놀아줘야 하고... 그렇습니다.
온몸이 다 아파도 내 아기니까 어떻게든 버티는 느낌이에요.

이짓을 매일매일 오전 오후중 반복합니다.
게다가 저희 아기는 밤에는 잘 자는 편이었지만, 가끔씩은 수유 중 잠이 깨버려서 엄마가 아기를 들고 춤을 추게 만들곤 했어요.
밤에 잘 안자는 아기 엄마는 정말 어떻게 버티신건지 신기할 지경이에요.

그나마도 신생아 때는 아기 이쁜 것도 잘 모르겠어요.
아기가 조금씩 웃기 시작하면서 '아. 내가 이제 엄마가 됐구나.' 생각도 들고, 보람도 느끼고 그래요.




저 아직 아기 키우기 시작한지 100일도 안됐어요.
겨우 3개월 했는데, 많이많이 힘들었어요.

물론 아기는 엄청엄청엄청 예뻐요. 크는 거 보면서 느끼는 보람은 말도 못하겠어요.
사실 일 그만두고 아기 키우고 싶기도 해요.



하지만...

3개월간의 육아 속에 저는 없었어요.
예쁜 아기와 좋은 엄마. 말은 좋지만 엄마의 원래 모습은 그 안에는 없어요.

왜 산후우울증이 만연한지 알 것 같은 3개월이기도 했어요.
출산 후 내 모습도 적응이 안되는데, 아무 것도 못하는 한 생명을 모든 것을 희생해서 돌봐야해요.

내 시간이라고는 찾아볼 수도 없고, 마음대로 쉬는 것도 용납이 안돼요. 화장실도 마음대로 못가요.
저는 친정에서 밥 준비는 해줘서 다행이었지만... 있는 밥 뜨고 있는 반찬 꺼내서 먹는 것도 내맘대로 안돼요.
길게 5시간 이상 자본 날이 언제인지도 모르겠어요.

외출요? 아기띠하고 요 앞에 길이나 일이십분 걷고 오면 많이 나간거에요.
그나마 아기 좀 크면 저어기 마트나 백화점 정도는 갈 수 있다 하더라고요.


이게 고작 3개월이에요.
앞으로 아기는 더더욱 무거워질거고, 생각도 많이 하면서 불만사항도 점점 늘어나겠죠.
보는 게 점점 힘들면 힘들었지 쉬울 것 같지는 않아요.
정말 오랜 시간 아이 바르게 키워오신 분들 정말 존경스러워요.


처음에 언급했었지만... 저는 친정찬스를 썼고, 곧 복직하는 사람입니다.

하지만 많은 분들은 혼자 육아를 24시간 계속해야 할 상황이신 분들이 많을 거에요.

엄마는 정말정말정말 힘들어요.
저랑 달리 친정찬스도 못쓰시는 분들은 더 힘들겠죠.


남편분들, 알아요. 회사일도 고되고 힘든거.

취미생활? 모임? 물론 있을 수 있고 할 수 있어요. 하지만 그게 가족보다 우선시되지는 않았으면 좋겠어요.
엄마라고 좋아서 집에 있고 아기만 보고 있는 게 아닌걸요.
엄마도 결혼 전에는 학교도 다녔고, 취미생활도 있었고, 사회생활도 했는걸요.
엄마 자리에 엄마만 있는 게 아니라 아빠도 같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예쁜 아기와 좋은 아빠엄마.
얼마나 듣기 좋아요.


꼭... 육아는 같이! 했으면 좋겠습니다!

* 저희남편은 게임폐인이었으나 좋은아빠로 전직했습니다. 주말 24시간 밀착육아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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