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 소주 반 병에
좀 전에 보낸 당신 생각이
미친듯이 나는 걸 보며
아, 이제는 술 마시면 안 되겠다.
근데, 혼술, 당신 생각을 하며
울고 싶어서 하는거야.
다행이란 생각을 했어.
나 아니여도 괜찮겠구나.
작년의 그때처럼
당신이 상처 받진 않겠구나.
당신 곁에 나 같은 사람
이제 더는 두지 않겠구나.
이 지옥 같은 고통을
다른 이에게 주진 않겠구나.
사실 헤어지게 되면
말하려 했어.
당신 안에서 행복을 찾았으면 한다고.
근데 오늘 이야기하면서
아, 헤어질 때 그 이야기
안해도 될 것 같다, 는
안도감이 들었어.
맞아. 이건 서운해 할 일도
미안해 할 일도 아니야.
어찌보면 당연한거지.
당신이 말한 '자격'에
우리는 아무도 포함되어 있지 않으니까.
그러니 내게 미안해하지도 말고,
그런 이야기로 내가 상처 받았을까
눈치 보지도 말고,
늘 그래왔듯이 아무 일 없는 것처럼
물 흐르듯 만나다
물 흐르듯 헤어지자.
근데 왜 나는 술을 먹었을까.
뭐가 그렇게 마음이 아플까.
오히려 잘 되었다고 기뻐해야 할
일인데, 술을 먹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많이 슬퍼하고 있나.
아주 오랫동안 힘들었어.
내가 당신을 잊을 수 있을까.
당신이 보고 싶을 땐 난 어떻게 해야 하나.
우리가 헤어지면 당신은 괜찮을까.
혹, 당신이 날 찾진 않을까.
근데, 이젠 힘들지 않아도 될 것 같아.
어디서든 잘 살고 있을거란
마음이 이제서야 들었어.
그런 마음이 오기까지 참 오래걸렸네.
진작에 물어보고 싶은 질문이었는데
너무 늦게 물어보았나? ㅎㅎ
이제 당신으로 인해서
그렇게 많이 힘들어하지 않을 것 같아.
그게 덜 좋아한다는 뜻은 아냐.
뭐가 그렇게 슬프냐고 물어보았지.
왜 마음이 아프냐고 물어보았지.
나는 늘 답을 피했었는데,
당신이랑 헤어지고 나서도
그 기억에 한참을 힘들어할 내가
슬프고 마음이 아팠고
이런 나에게 기댈 정도로
많이 힘들어했을 당신이 슬프고 마음이 아팠어.
근데 이제 후자는 괜찮아진 것 같으니
전자도 아마 괜찮아질 거야.
그러니까 나한테 하는 말이야.
마음 아파하지 말자.
이건 진짜 아플 일 하나 아니니,
괜히 멍 때리고 슬퍼하지 말자.
오히려 잘 되었다고 말하지 못한
내가 지닌 상처를 고스란히
티낸 나를 원망하자.
정말 잘 된 일이야.
이제 조금은 마음 아플 일이
덜어졌으니 정말 진심으로 잘 된 일인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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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주 한 병을 다 먹고 싶었으나 결국 그러지 못한 나약한 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