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저를 좀 헷갈리게 만드는 친구가 있습니다.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어요.
게시물ID : gomin_171365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빰빰빰
추천 : 1
조회수 : 676회
댓글수 : 5개
등록시간 : 2017/07/07 17:24:17
제목에서 친구라고 말은 했는데 그렇게 깊은 사이인지는 모르겠고, 고등학교 동창이면서 대학교 동기이구요. 
A라고 말할게요.

저에 대해 간단히 설명할게요. 저는 학창시절에 흔히 말하는 찐따였어요. 뉴스에 나갈 정도로 심하게 괴롭힘 당하는건 아니지만 반애들 중 몇몇은 다 들리도록 혐오하는 말을 하기도 하고, 다른 반 친구들이 아니면 친구가 없고, 아무튼 집요하게 괴롭힘 당하는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흔히 말하는 친구로써 어울려주는 애들도 없는, 늘 혼자 지내는 그런 상황이요.

A랑은 고등학교에 입학해서 처음 알게 된 사이입니다. 첫날에 몇 번 이야기를 나누다 저랑 A, B까지 포함해서 셋이서 밥을 같이 먹는 사이가 됐는데, 학기가 길어지면서 저는 점점 반에서 소외되고 (늘 따돌림 당해왔고 다가가지 못하는 성격을 바꾸지 못 했기 때문에 언제나 무리에서 떨어져나가는게 자연스러웠습니다) A, B, 그리고 제가 밥을 먹으러 다닐 때 어느 순간에서부턴가 밥먹으러 가는 시간에 A랑 B가 제가 말을 걸어도 한마디 말도 없이 묵묵히 식당에서 밥을 받아 먹기만했고, 제가 밥을 다 먹지 않았는데 말없이 둘만 자리를 뜨는 것을 반복했습니다. 
A는 저랑 같이 놀기 싫다고 직접적으로 말하고 싶진 않았지만, 제가 알아서 그렇게 느끼고 알아서 좀 떨어져 나가길 바랐던거죠. 

저는 그에 대해서 한 마디도 안하고 그냥 자연스럽게 A와 밥을 함께 먹지 않고 옆반의 친구들(웃긴건 이 친구들이 우연히 A와 중학교 때 친했던 동창입니다.) 이랑 밥을 먹게 되었어요. 솔직히 따질만한 일인데 저는 그냥 제가 같이 다니기 껄끄러운 아이니까, 그렇겠지 하고 자연스레 수긍했죠. 이후로 A는 그냥..  음 저를 괴롭히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친하게 말을 나누는 사이도 아닌, 그런데 가끔 야자시간이나 자습시간에는 필담으로 이 소설 읽어봤냐, 읽어도 되냐, 재밌다 이야기 나누는 친구 아닌 친구같은 미묘한 사이가 되었고요. (제 학창 시절의 모순인데 반에서는 저를 그렇게 거들떠도 안 보고 소외시키던 애들하고 단 둘이 있을 상황이 되면 대화도 쉽게 나눌 수 있게 되고 무난하게 떠들게 되더라고요. 어떻게 그런게 가능했는지 지금도 좀 혼란스럽고 생각할 수록 잘 모르겠습니다.) 

고등학교 시절에. A는 특별히 친한 애들은 없으면서도 두루두루 남에게 호감을 주는 사람이었습니다. 친구를 자연스럽게 만들어서 좋겠다고 말하면 정색하면서 친구가 아니라 굽실거리는거지. 그냥 같이 하하호호 웃으면서 지내는거지 친구는 없잖아 하는 식으로 말을 했어요. 반에서 없는 사람이다시피한 제 입장에서 들으면 웃긴 얘기지만요.

인근 지역의 대학교에 들어오고, 관심있는 분야가 같았던 A와 같은 학과에 진학하게 되었죠. A는 아무렇지도 않게 전화를 걸어서 반가워했어요. 그런가하면 강의실에서 예전에 너 괴롭히던 애 기억나? 걔는 지금 뭐하고 있을까? 하는 식으로 이야기를 꺼내서 저를 곤란하게 만들기도 했고요. 고등학교 시절이랑 똑같았던거 같아요. 같이 놀러다니진 않고 학교에서 굳이 친하게 지내거나 아는 척 하지 않지만 종종 같이 게임을 하러 가자고 말해서 함께 게임하러 가기도 하고, 앞서 말했던 옆반 친구들과는 지금껏 알고 지내고 종종 연락하는데, 다같이 한번 쯤 모임식으로 만날 때 A도 늘 마주쳤습니다.

졸업한지 1년인가 지나서, 다시  A한테서 먼저 연락이 왔어요. 취직 해서 일하는게 너무 힘든데 밥을 사줄테니 나와서 이야기를 들어달라는 평범한 용건이었어요. 평범하게 위로해주고 평범하게 대화하다가 집에 돌아왔어요. 
근데 오늘은 또 정말 가고싶은 가게가 있는데 혼자 가기 좀 그렇다고, 같이 갈래? 하는 연락이 왔어요. 저는 지금 경제적 상황이 좋지 않고, 그렇다고 해서 남한테 무언가 얻어먹기는 싫었고, 껄끄러웠기 때문에 미안한데 나는 밖에 나갈 생각이 없다고 거절했고요. 다음에 꼭 같이 가자고 말하고서요. 그래 뭐, 나혼자 외롭게 먹지 뭐, 하는 식으로 장난치면서 전화를 끊었어요.

A는 제 입장에서 봤을 땐 고등학교 시절, 찌질하고 소극적이고 다른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 했던 저랑 멀어지고 싶다고 대놓고 말하지 못 했던, 그러나 제가 부끄러워서, 혹은 싫어서 밀어냈던 친구였습니다. A가 나를 밀어낸 것에 대해 수긍했지만 당연히 기분이 좋지는 않았어요. 저는 A를 친구라고 생각하지 못 해요. 
그랬던 애가 갑자기 이런 식으로 자주 연락을 주니까 여기에 대한 의문이 목 끝까지 치밀었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하네요. A는 대학교 시절에도 많지는 않지만 어쨌든 학과 친구들과 잘 어울렸고요. 지금도 연락할 친구들이 없지는 않을거예요. 그런데 왜 저한테 연락을 하는지, A한테 있어서 제가 어떤 사람인건지 잘 모르겠어요. 아무렇지도 않게 연락오고 , 그렇게 만나서 대화하다보면 그 때 그렇게 저를 밀어냈던 기억들이 꼭 꾸며내진 기억인 것 같아요. A는 꼭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인 것 같아요. 그렇다고 해서 어디서부터 따져나가야 될지, 뭘 어떻게 따져야 되는지 그것조차도 잘 모르겠습니다. A를 포함한 고등학교 친구 모임이 제가 알고 있는 몇몇 안 되는 친구관계 중 하나거든요. 지금까지 뭘 쓴건지 모르겠네요... A한테 있어서 저는 뭘까요. A는 저를 친구로 생각하고 있는 걸까요? 고등학교 시절의 일은 케케묵은 기억이라고 생각하고 있을까요.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