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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스트랑 대화했던 썰(스압주의)
게시물ID : military_7864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AMAlilith
추천 : 12
조회수 : 1791회
댓글수 : 24개
등록시간 : 2017/07/26 01:00:28

안녕하세요 군게에는 처음으로 글써보는 오징어에요. 요즘 갖가지 이슈들로 군게가 매우 핫한데 ㅋㅋㅋㅋㅋ 제가 실제로 페미니스트를 만나서 토론했던 이야기를 적어볼게요. 한 3주 전 얘기라서 최대한 기억나는대로 적어볼게요.


우선 필자는 게이에요. 그래서 주로 어플을 통해 사람을 만납니다. 길가는 사람 맘에든다고 아무 남자 붙잡고 번호달라고 하면 이상하잖아요 ㅠ 그쵸??


아무튼 평화로운 어느 날 어플로 연락하던 형과 만나기로 약속을 잡고, 강남의 모 카페에서 만나게됩니다. 그리고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하면서 공감대를 형성해가던 중 상대방이 저에게 인권에 관심이 많다는 얘기를 하더라구요. 뭐 저야 나름 차별받는 입장이니까 인권에 관심이 있다고 대답하고 이야기를 이어나갔죠.

상대방이 물어보더라구요. (제 말은 <>붙여서 쓸게요)


다음주에 프라이드(퀴어축제)가세요?

<아뇨 그날 선약있어서 안가는데요..>

 성소수자라면 한번쯤은 가봐야죠! 친구들이랑 같이 가세요

<아 그날 전시보러 갈거라서 안돼요. 그리고 그날 만날 친구는 유학중에 잠깐 돌아온거라서 그 친구 위주로 해주는게 맞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저는 지금 8월 초 까지 주말 약속 잡혀있어서 이 약속 미룰수도 없어요.>

그러면 전에는 가본 적 있어요?

<아뇨 굳이 가야될 필요 못느끼는데요...?>

인권에 관심있는 거 맞으시죠?

<네, 관심은 있는데 프라이드가 인권운동의 전부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네 ㅎㅎ 그러시구나. 저는 관심많아요. 그리고 페미니스트에요.

(이때 속마음:ㅅㅂ....ㅎㅎ 진작에 말했음 그냥 안만났을텐데...)

<아 그러세요? 저는 페미니즘보다는 이퀄리즘이라는 말이 더 좋더라구요.>

이퀄리즘이요?? 그러면 지금 페미니즘에 대해서 반대하신다는거네요?

<둘다 평등이지만 이퀄리즘이 좀 더 다양한 평등을 담고있죠. 페미니즘에 반대한다고 안했어요. 그냥 평등주의의 다른 말이에요.>

굳이 페미니즘을 두고 이퀄리즘을 꺼내는거 자체가 반페미니즘이에요. 이렇게 가부장적인 한국사회에서 여성으로서 사는게 얼마나 힘든지 아세요? 그리고 여성에 대한 억압은 곧 여성적인 남성들, 즉 게이들에게도 영향을 줘요. 어떻게 성소수자시면서 페미니즘에 대해 관심이 없을 수 있어요?

<일단 모든 여성적인 남성들이 우리처럼 게이는 아니에요. 그리고 남자들도 여자들 못지않게 억압받고있죠. 페미니스트들은 말해요 '여성의 임금은 남성에 비해서 적다. 남성과 같은 임금을 달라.' 하지만 이건 사실이 아니에요. 같은 직장, 같은 직급, 같은 입사일 인데 다르다면 그건 엄연한 차별이지만 그렇지 않죠. 여성들의 임금이 낮은 이유는 여성들이 많이 종사하는 직종이 상대적으로 낮은 임금을 받는 직종이라서 그래요.>

네, 여성들이 일하는 직종이 낮은 임금을 받는게 문제에요. 성별때문에 임금이 낮잖아요.

<아니요, 그건 성별문제가 아니죠. 페미니스트의 주장을 확인하기 위해서 우리나라보다 페미니즘의 역사가 깊은 미국에서 한 여교수가 조사를 해봤어요. 그 결과 임금이 높은 10개의 분야 예를 들면 IT산업이나 엔지니어링같은 공업분야는 남자가 60%이상 종사하고 있었고, 임금이 낮은 10개의 분야 예를 들면 사회복지나 서비스계열, 애석하게도 제가 속해있는 디자인분야는 여성이 60%이상 이었어요. 성별의 문제가 아니에요. 그들이 선택한 전공의 차이에요.>

여성들이 임금이 낮은 전공을 선택하게 하는 사회가 문제에요. 그리고 지금 예시로 든 지표는 남성중심적으로, 남성에게 유리하도록 왜곡된 정보에요. 더 시야를 넓히셔서 다양한 정보를 보시고 판단하셔야돼요. 지금 말한 정보말고 팩트를 들고 오세요. 그렇게 가부장적으로 날조된거 말고요^^ 너무 시각이 편협하시네요.

<그러면 다른 얘기를 해볼게요. 우리나라의 여군과 여경채용에 있어서의 차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그건 국방부랑 경찰청 관할이죠. 그리고 그 기관들도, 제도들도 다  남성들이 만든거구요. 경찰청이랑 국방부에 민원넣을 깡도 없으면서 그런문제에 페미니즘 끌어들이지 마세요.

<그럼 여성들이 낮은 임금을 받는건 노무사랑 노동부랑 얘기할 일이죠...아무튼 경찰의 역할은 사회치안유지, 그리고 그걸 위한 범인 검거 맞죠?>

(고개 끄덕임)

<그런데 한국의 경찰채용과정에서는 남성들과 여성들의 신체차이를 이유로 범인은 검거하지도 못할 사람들을 뽑고있어요. 이건 사회적 비용손실 아닌가요? 왜 내가, 우리가 내는 세금이 할일도 못하는 사람들한테 들어가야되는거죠? 경찰이라는 역할을 해낼 수 있는 사람이라면 여자던 남자던 관계없이 그 일을 해낼 수 있는 사람이 하는게 평등아닌가요?>

페미니즘이 더 발달되서 우리사회가 공평해지면 다 해결될 문제에요.

<그러면 지금 본인은 만약에 경찰채용기준을 통합하면 모두가 다 인정학고 수용할거라고 생각하세요? 제가 볼땐 노량진에 있는 여자들은 다 들고일어날거같은데? (비하아니에요...)>

한국사회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시네요. 어려서그러신가? 저는 예비군 6년차에요이제. 군대가면 정말 입에 담지도 못할 말 다 하고 여성을 얼마나 희생시키는지 제가 몇년을 봤는지 아세요? 그쪽도 다녀오셨으면 알거같은데?

<알죠. 섹드립이나 성적대상화 참 문제죠. 근데 그렇다고 여자들끼리 있을땐 안그러냐? 그건 아니죠. 저는 고등학교때부터 8년동안을 여초사회에서 보내왔어요. 재범오빠찌찌파티? 엄청많이봐요. 그리고 디자인, 특히 패션디자인 전공인 제 입장에서는 남성이기에 받는 차별이 더 어마무시해요. 남자는 여성복 디자인실에 지원할 수 도 없어요.>

그렇게 본인과 관계된 일부만 보지 마시고 사회 전체를 보세요 ㅎㅎㅎ 그리고 패션계는 이미 게이들, 즉 남자들이 잡고있어요.(회심의 미소를 날림. 본인딴엔 한방 먹였다고 생각하나봄)

<어디까지나 일부죠. 전체 패션시장에서는 여성종사자수가 더 많고 따라서 높은 직급에 있는 여자들도 많아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보셨어요? 편집장이 여자에요 ㅎ 그리고 지금 알렉산더 맥퀸을 비롯해서 디올에, 제일 잘나가는 베트멍까지 다 여성들이 섭렵해가고있어요. 그리고 특히 우리나라 패션회사는 여자들이 1억 넘게 받는 사람도 많이 있어요.>

더 많은 책을 읽어보시고 그렇게 날조된 자료랑 본인의 경험에 빗대어 말하지 말아요. 저는 페미니즘을 책으로 공부했어요.

<저는 여초사회에 8년이나 있었어요. 앞으로도 있을 예정이구요. 그리고 지금 저희 과에서 제 위로 4년 제 아래로 4년에 저 모르는 사람 없어요. 한번도 이런식으로 취급받아본 적 없고 성차별한다는 말도 처음들어보네요. 어쨋든 기억하세요. 유리천장이 깨질때 유리바닥도 깨져요. 로마사회가 왜 왕정에서 공화정으로 변했는지 아세요?>

아뇨 왜 공화정이 된건데요?

<로마는 팔랑크스대형 이라고해서 방패랑 장창을 드는 전법을 사용했어요, 많은 사람이 필요한 대형이었고 신분에 상관없이 모든 남성들이 군사훈련을 함께 받게됐죠. 그러다가 공동체 의식이 생긴거에요. 이들도 어차피 나랑 같이 함께 전술을 연습하는 전우인데, 우리사이에는 차이가 없다는 생각이 퍼지기 시작했어요. 더 복잡한 과정은 있었겠지만 함께 '의무'를 행하면서 '권리'를 갖게된거에요. 하지만 이때는 남성에게만 투표권이 있었고 남성들만 시민이었죠. 왜냐하면 '의무'를 하고있었으니까>

그런 가부장제가 문제에요.

<제 생각에 페미니즘은 비겁해요. 유리천장은 깨고 더 많은 권리를 누리고싶어하지만 유리바닥을 깨고 더 많은 의무를 해야되는건 두려워해요.>

이 사회에 페미니즘이 번져서 가부장제를 탈피할 때 여성과 더불어 여성스러운 남자들 즉 우리 게이들도 더 많은 억압에서 벗어나게 될거에요. 페미니즘은 꼭 필요해요. 인권에 생각있는건 맞으시죠? 책도 좀 더 읽어보시고 시야를 넓혀보세요. 슬슬 나가죠. 불편해하시는거 같은데? (제 왼쪽에 여자 네 분 오른쪽에 여자 두 분, 아무튼 여성분들끼리 온 손님이 진짜 진짜 많았음ㅜㅜㅜㅜ)



저희가 나가니까 사장님이 웃으며 인사하시더라구요 ㅎㅎㅎ...... 본의아니게 언성도 많이 높아졌고 카페에 있던 사람들이 다들 말소리 죽이고 저희 둘이 말하는거 듣고있었어요. 문장이라서 따다다닥 적어놨지만 실제로는 제가 많이 흥분도 했고 어떻게 대응해야될지 고민하느라 많이 버벅거리면서 말했었네요.


그리고 저날 만났던 저분과는 연락을 잇지 않고있습니다.

혹시라도 이 글 읽으시면서 어??? 나 저날 카페에서 이 얘기하는 남자 둘 본거같은데 하시는 분들 계시면 죄송하다는 말씀 드리고싶어요. 언성을 너무 높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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