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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넌 내게 벤틀리였는데 스스로 똥차가 되어 떠났어. - 1
게시물ID : love_3316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Forevermore
추천 : 15
조회수 : 5843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7/07/28 01:2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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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내용은 실제로 있었던 경험담이며,
단 하나의 거짓도 없음을 맹세합니다.
대화체임을 양해 부탁드리겠습니다.
 
 
 
# 프롤로그 (19)
그래, 네 말대로 우리는 첫단추부터 잘못 꿰어졌던 것일 수도 있지.
우리는 섹.스를 먼저 하고 한달 뒤부터 사귀게 되었잖아.
그게 잘못된 일이었다고 생각하진 않아 지금도. 그 순간엔 그랬었잖아.
 
이후 우리에겐 500여일의 시간이 있었지.
그래서인지 500일의 섬머를 가끔 다시 볼때마다
초반에 뜨는 Bitch 에 감정이입이 되는건 어쩔 수 없었나봐.
 
언젠간 이 이야기들을 한번은 해보고 싶었어. 그 날이 오늘인것 같아.
이제 이 글을 쓰고나면, 난 내 기억속에 남아 있는 너의 모든 것을 부정하겠어.
이미 내가 사는 지역엔 없을거라 생각하면서도 널 닮은 실루엣을 보면 가슴 철렁하는 일 없게 하겠어.
 
이 글을 통해 내 눈앞에 네가 나타나 나를 부르더라도 나는 네 눈앞에서 널 욕할 수 있는 자신감을 갖추겠어.
 
 
 
# 1. (19)
난 정서적으로 불안했고, 어쩌면 그걸 내 무기로 삼았는지도 몰라.
그런데 그건 손잡이가 없이 칼날, 칼몸만으로 이루어진 무기였던걸 너무 늦게 알았지.
많은 인연을 그렇게 잃고서 나는 누구도 사랑하지 않겠다 생각했었어.
 
그 인연들을 놓치고, 떠나보낸 나 자신을 사랑할 수가 없었거든.
먹고 싶은 것이나 혼자 사먹게 하고, 보고싶은 영화나 혼자 보게 하고, 듣고 싶은 노래나 들으며 술마시게하면서
그렇게 나 자신에겐 나 이외의 다른 누구도 주지 않으려고 했었어.
 
그래서 처음엔 내가 널 밀어냈잖아. 엄청 심하게 밀어냈었지.
그런데 넌 그 모든걸 다 부딪혀오면서 날 울게 만들었잖아.
처음 단둘이 술 마신날 모텔을 다녀온것 따위는 중요하지 않은 것처럼.
 
난 다시는 아무도 사랑하지 않겠다던 다짐에서, 너만을 제외했었지.
 
 
 
# 2. (19)
하지만 너라는 새로운 사람 앞에서도, 난 나를, 나의 무기를 버리지 못했던거야.
육체적 관계를 통해 첫단추를 채우면서 순식간에 몇단계를 뛰어넘어 금방 사랑에 빠져버렸지만
우리 사이의 사랑이 나에게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는 기회란걸 그때의 어렸던 나는 몰랐었던거야.
 
연애 초반의 그 시간, 서로를 천천히 알아가야 했을 너에게,
난 정말 바보처럼 나의 모든 연애사와 나의 모든 감정과 나의 불안함을 파도처럼 밀어붙였지.
더 많은 시간이 지나기 전에 널 밀어내서 나를 덜 아프게 하고 싶었던 것도 있었어.
 
하지만 네가 그런 나마저도 모두 사랑해주길 원했던 이기심도 있었지.
그건 분명히 이기적이었어. 지금도 후회하는 부분이지. 왜냐면 그때의 나는
네가 어떤 과거를 가지고 있더라도, 어떤 삶을 살더라도 사랑할 수 있었고 "사랑함" 자체에 목말라 있었으니까.
 
너 또한 나를 그렇게 대해주길 바랬던 나의 잘못된 이기심이었지.
 
 
 
# 3.
그래도 우리는 참 예쁘게 사랑했어. 주변의 모두가 잘 어울린다고 했었고,
서로가 서로를 만나서 더 빛나는 것 같다는 말들도 들었지.
겉으로 절대 보이지 않은 썩어들어가던 속과 달리 반반한 내 외모와, 밝고 당당한 너의 조합이었으니까.
 
하지만 난 널 만나기 전까지 제대로 된 연애라는 것이 없었고, 그때까지의
잘못된 사랑들과 잘못된 사랑법, 또한 자존감의 부재라는 것이 작은 실수들 마저도 큰 불로 키웠고,
그 모든 화재들을 진화해가며 네가 느꼈을 피로감에 대한 인식이 내겐 없었어.
 
이 모든 것들을 그때 알았더라면 우리는 달라졌겠지. 분명 그랬을거야.
어쩌면 지금도 우리는 만나고 있고, 사랑하고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연애 과정에서 잘못했던 모든 것들이 아직도 나는 그때의 너에게 미안해.
 
하지만 내게 벤츠 이상의 벤틀리 같았던 너를 똥차로 만든건 내가 아니라 너 자신이야.
 
 
 
# 4.
그래, 4년전의 일이지만 난 아직도 날짜까지 다 기억해. 그 순간의 모든 것들도.
트라우마, PTSD 일수도 있겠지. 누구에게도 이 모든걸 터놓을 수 없었으니까.
이제 시작해볼게. 네가 너 스스로 똥차가 되었던 그 과정들을. 너도 기억하고 있을걸?
 
13년 6월말. 같이 어울리던 친구들과 큰 차를 빌려서 모두 7명이서 계곡에 놀러갔지.
알아, 그 순간에도 내가 실수를 했다는걸. 하지만 넌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던거야.
모두가 보는 앞에서 나에게 화를 내고, 펜션에 도착해서도 우리만 차에 남아 얘기를 했지.
 
그때까지 나의 모든 실수와 잘못들을 참아오고 버텨냈던 네가 한계를 넘어섰던거야.
이젠 알아, 내 삶에 있던 후회의 클라이맥스들 중 한 지점이니까. 그날 너는 나를 때리기까지 했고,
같이 놀러온 모두를 생각해서 그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다음날,
 
너는 나에게 더 이상 연락하지 말자고, 시간을 가져보자고 얘기했지.
 
 
 
# 5.
난 정말 눈만 뒤룩뒤룩 굴리면서 너를 기다렸어.
상황을 낫게 할 방법도 없었고, 할 수 있는 것도 달리 없었으니까.
여행을 다녀오고, 서로 아무 연락없이 주말이 지나고(19) 넌 월요일에 나에게 연락을 했어.
 
난 우리가 다시 복귀가 된 줄 알았던거야. 사랑한다는 말만 서로 안했을 뿐이지,
연락도 했고, 밥도 같이 먹고, 데이트도 했지. 이틀동안 네 화가 삭힌줄 알았어.
네가 아직 우리는 조정기간이거든? 이라고 얘길 해줬어도 난 그걸 인지하지 못했어.
 
그냥 해오던 대로 착한 사람처럼.
내 실수와 단점들이 아무리 있더라도 너만을 위하고 너만 챙겨주던 착한 사람처럼.
네가 그런 나에게 이미 이전부터 권태감을 느껴왔다는 건 생각도 못했던거야.
 
만약 내가 너보다 나를 더 사랑했더라면, 그 457일의 시점에서 분명히 끝낼 수 있었을텐데.
 
 
 
# 6. (19)
그렇게 한달간을 우리는 사귀는 것도, 사귀지 않는 것도 아닌것처럼 만났어.
너의 여름방학이었지. 1년 월세를 선납으로 해놓은 너의 자취방에서 밥도 해먹고,
놀기도 하고, 아무렇지 않게 사귀는 것처럼 섹.스도 했으면서.
 
잘못된 첫 단추는 내가 꿰었지만, 이미 오랜 시간이 지났던 우리였으니까.
조정기간이라는 네 말에도 섹.스는 우리 사이에 당연한 것 같았던거야.
그 모든 것들이 너와 나는 암묵적으로 싸운 적 없이 다시 사랑하고 있는것만 같았어.
 
너의 부모님이 선납으로 내주신 그 원룸에서의 여름방학동안,
계절학기도, 알바도 하지 않고 잉여롭게 시간을 보내며 놀고 먹었던 너에게
나는 너의 지루함을 달래줄 도구들 중의 하나(=호구) 였다는 것은 나만 몰랐던거야.
 
그런 내가 얼마나 불쌍했으면 신이라는 존재가 나에게 그 날을 만들어주셨나봐.
 
 
 
# 7.
13년도 8월 8일 밤이었어. 넌 기억못하지? 지금 이 얘기가 내 얘기랑 비슷한데~ 싶어도
날짜를 보면 이게 맞나 싶을걸? 나만 몰랐던 이야기들이 지금은 나만 아는 이야기가 된거지.
너랑 나는 그날도 사귀는 것처럼 둘이서 술을 마셨어. 꽤 많이 마셨잖아.
 
너를 너의 원룸에 들여보내고, 난 내일 아침에 숙취에 시달릴 네가 걱정되서
걸어서 5분 너머 거리의 편의점에 가서 네가 좋아하는 오동통면 2개, 사이다, 포카리스웨트 등을 사려했지.
편의점 가는길에 네가 나한테 전화를 걸었지. 잘 가고 있냐고. 고맙다고, 난 오빠 사랑한다고.
 
네가 스스로 연락을 하지말자며, 조정기간이라고 말한지 한달이 다 넘어서
나는 너에게 사랑한다는 얘기를 그때 다시 한달만에 들었어. 너의 목소리로.
그 순간에도 편의점에서 널 위한 것들을 사고 있었지. 그것들을 비밀로 한채 난 고마워, 나도 너 사랑한다 했지.
 
네 원룸 비밀번호는 그만큼 사귄 나는 당연히 알고 있었으니까. 서프라이즈로 가져다주려 한거지.
 
 
 
# 8. (19) (19) (19)
한달넘게 못들었던 사랑한다는 말을 들었으니 내 발걸음이 얼마나 가벼웠을까.
술마시고 속쓰릴 내일의 너를 위한 먹거리들이 내 손에 들려있었으니 얼마나 기분이 좋았을까.
그런데 5분 거리를 다시 걸어와서 너의 원룸앞에 도착했을때,
 
낯익은 너의 실루엣이 원룸건물 입구에 앉아있고,
그 앞에는 다른 어떤 남자가 네 머리를 쓰다듬고 있었지.
난 아무렇지 않게 옆건물에 사는 자취생인것처럼, 옆건물로 들어가서
 
너희 건물 입구 유리문 도어락이 열리는 소리가 들릴때까지 담배를 피웠지.
담배를 하나 피우는 중에, 소리가 들리고, 너와 네 머리를 쓰다듬던 남자가 없어진걸 봤지.
고개를 내밀어 네 원룸 앞에 아무도 없는 것을, 너와 그 남자가 네 방에 들어간것을 확인하고.
 
난 그냥 집에 가려고 했어. 마음만 그랬지, 계속 담배만 피웠지.
 
 
 
# 9. (19) (19) (19) (19) (19)
담배를 두개 더 피우고, 세개째에 불을 붙이는 순간에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어.
너에게 전화를 걸었지. 지금 뭐하고 있냐고. 넌 편의점 비닐봉지를 들고 네 원룸에 오던 나를 이미 봤지.
어두웠지만 나였으니까. 내가 집에 가는척 하며 편의점 다녀오는동안 넌 나에게 전화해서 "사랑한다" 해서
 
나를 안심시켜놓고, 내가 모르는 남자를 너의 집으로 부른거지. 불과 15분 사이에 그런 일이 있었던거지.
넌 전화로 나에게 이렇게 말했지 "아까 오빠인거 봤어. 오늘은 그냥 가줘. 그냥 가."
그때 4개째의 담배를 피우고 있던 나는 전화를 끊고서,
 
너의 원룸으로 들어갔지. 도어락 비밀번호를 누르고, 너의 방 문에 노크를 똑똑똑 하고,
바로 비밀번호를 눌러서 열었어. 그리고서 그 안에 있던 남자에게 말을 걸었지.
넌 나를 보고나서 놀라서 바로 대사를 치루진 못했던 모양이더라? 방안에서 둘이 담배 피우고 있었잖아.
 
"죄송하지만 거기 남자분, 밖으로 나와주실래요?"
 
 
 
 
 
요즘 베스트에 올라오는 연게분들 글을 몇번 읽다보니 제 얘기도 너무 하고 싶어졌었어요.
바로 이어서 글 작성 더 하겠습니다. 긴 글 쓰는게 힘이 많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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