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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의 마음은 복숭아♥︎
게시물ID : wedlock_956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괭이냥냥
추천 : 27
조회수 : 1477회
댓글수 : 31개
등록시간 : 2017/08/01 17: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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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래미가 구내염에 걸려 주말포함 5일 내내 집에만 있었네요
배는 고픈데 목은 아프고 
나가고싶은데 엄마는 안된다고만 하고
짜증이 있는데로 난 세살짜리는
"엄마시여! 미어!미어!" 소리를 빼액 지르기도 하고
기저귀를 갈아주는 엄마의 머리채를 낚아채기도했지요...

그리고 어제는 정말 극에 달해서
낮잠도 안자고 하루 종일 칭얼칭얼칭얼...
고생고생 씨름하며 겨우 먹인 약을 
보란듯이 입에 물고 있다 제앞에 뱉었을땐 정말
인내심의 뚜껑이 푱~! 하고 가볍게 날라가더군요  

그렇게 엉덩이를 두대쯤 맞고 악을쓰며 울다 
어느새 잠이 들었기에 침대에 눕히고
넋이 빠진 채 거실에 덩그러니 앉아 있는데
남편이 퇴근해서 돌아왔습니다
손에는 제가 어제 마트에서 들었다 놨다 서너번하고
그냥 왔던 8천원에 5개 하는 왕복숭아를 사들고요..
목아파 밥을 거부하는 딸래미가
그나마 복숭아는 잘 먹었거든요...
아마도 복숭아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는 저를 닮은듯요~ㅎㅎ

아기가 잔다고 하자 슬쩍 들여다 본 남편은
옷도 안갈아 입고 싱크대에 선채로 급하게 손만 씻고
가장 크고 발그래한 복숭아를 하나 집어 깎기 시작 하더군요
저는 그때 까지도 쇼파에 앉아서 좀전에 소리지르고 
손찌검 했던 걸 생각하며 자기혐오에 빠져 있었어요..

"애기 깨기전에 얼른 먹어..."
남편이 흰 접시에 가득 담긴 복숭아를 포크에 찍어 건냅니다.
"읭?"
제가 눈만 멀뚱거리고 있자 포크를 손에 쥐어주며
"자기도 복숭아 좋아하잖아... 근데 맨날 뼈다귀만 발라먹고.. 애 잘때 한개 다 먹어."
커다란 복숭아 조각을 한입 배어무니 달콤한 과즙이 짜르르
턱밑이 찌릿할 정도로 맛이 있더군요
그리고는 차마 다 씹지도 못하고 엉엉 울어버렸네요...
"아까...뜨읍...나..막 이루룽...응딩이... 땨리고...흐끅...
 막 소리 지르고...쓰릅...나..진짜 나쁘지...? 으헝헝헝..."
갑작스런 저의 울음에도 남편은 그저 등을 쓸어주며
"괜찮아...괜찮아... 힘들어서 그런거지..."

정말 힘들때도 많고 가끔은 감정이 격해져서 
갈라서고 싶다는 생각도 하는데요
남편의 이런 소소하고 섬세한 배려와 다정함이
저의 마음을 어루만져 줄땐  
내가 이사람과결혼하고 싶어했던 이유들을 다시한번 떠올리게 됩니다..

어제 남편의 마음은 말캉하고 보송하고 달큼한 
제가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는 복숭아 그 자체였네요...

고마워요 려봉~
글고 얼른 낫자 이루룽... 
엄마 만화방 가고시퍼...ㅠㅠ 
출처 태몽도 왕복숭아였던 복숭아성애자 아줌징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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