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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아라드 괴담 - 略式百物語 #. 첫 번째 이야기 접대
게시물ID : dungeon_66508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Fathance
추천 : 2
조회수 : 273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7/08/02 00: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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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는 자신의 앞에 한창 심지를 태우고 있는 초 하나를 두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뭐, 늘 그랬듯이 시작은 내가 끊는 거겠지. 내가 할 수 있는 무서운 이야기라고 해봤자 별거 없는 거 잘 알 테고. 아, 내가 무서운 이야기만큼은 그럭저럭 괜찮다고? 거 대충은 고맙네. 하여튼, 내가 할 이야기는 조금 흔한 이야기야.
 다들 물귀신에 대한 거 알지? 사람을 끌어들여 죽인 뒤 희생자를 대신해 성불한다잖아. 성불을 하려면 반드시 자신의 자리를 대신할 것을 둬야 한다니. 웃기지도 않은 것들이야. 뭐가 그리 억울하다고 다른 억울한 사람을 만들어내는 건지, 원.
 …그래서 주제가 물귀신이냐고? 대충은 비슷해. 물에서 생기는 일은 아니지만.
 아, 그러고 보니 생각해보면 귀신 관련해서도 이런저런 얘기가 있지? 귀신이 하는 말에는 반응하지 말라는 둥, 귀신의 질문에 답하면 안 된다는 둥, 귀신이 주는 음식을 먹지 말라거나, 그 외 이것저것. 보통 그런 경고를 어기면 조금 귀찮아지는 정도에서 심하면 목숨을 잃는 정도까지 결과도 다양하고.
 …아, 뭐, 본론으로 넘어가서. 내가 하려는 얘기는 어느 귀검사에게 있었던 일이라고 해.

 오랫동안 제대로 된 식사라곤 며칠 전 몬스터를 잡아 그걸 대충 구워서 먹은 게 전부인 어느 귀검사가 있었어. 물배로 간신히 배를 채워가면서 매일을 보내고 있었다더라. 그 녀석은 제대로 된 따뜻한 한 끼 식사를 그리면서 길을 걷고 있었대.
 왜, 귀수 가진 놈에 대한 인식 잘 알잖아. 그, 구속구를 차고 있다고 해도 언제 폭주해서 날뛸지 모른다. 귀수에 의한 폭주라지만 저 팔로 사람을 죽였었다. 굳이 입 밖으로 꺼내진 않더라도 눈길에서 느껴지는 그런 멸시하는 분위기나, 그런 대놓고 무서워하는 태도나, 뭐, 이런저런 배척의 분위기가 심한 마을들을 지나왔다는 것 같아. 대개 다 그러긴 하지만.
 제대로 돈을 내겠다고, 정가보다 더 얹어주겠다고, 심지어 민가에 돈을 줄 테니 밥 한 끼 달라고도 했는데도 거절을 당해서 엄청 굶주린 상태였댄다. 아이고, 불쌍하기도 해라.
 뭐, 그렇게 잔뜩 굶주려서 더 걷기도 힘들고 이대로 있다간 굶어서 죽겠거니 하던 차에 어디선가 맛있는 냄새가 풍겨왔대. 어디서 누가 음식을 만드나? 고기를 굽나? 빵을 굽나? 스프를 만드나? 아니, 뭐든 간에 며칠을 굶은 녀석은 무작정 냄새가 나는 쪽으로 달렸어.
 그 냄새의 근원지에는, 뭐냐, 그렇게 낡은 건 아니지만, 어느 정도 그럭저럭 낡은 작은 오두막집이 있었어. 조금 뜬금없었는데 배가 고파서 눈이 돌아갈 지경이라 그런 거 따질 상황이 아니었던 그 귀검사는 문을 두드렸어. 잠시 후, 문 안쪽에는 요리하던 중이었는지 앞치마를 두른 집주인이 나왔다고 해.

 집주인은 많이도 굶주린 귀검사에게 기꺼이 음식을 내줬어. 갓 구운 빵, 따끈따끈한 스프, 기름기가 흐르는 고기, 신선한 과일. 혼자 먹기 위한 양은 아닌 거 같은데 뭐, 그렇게 상다리가 휘도록 차려져 있었대.
 너희들은 이런 경우에 그 음식을 먹을 수 있을 것 같아? 의심스럽다고? 뭐, 의심스럽겠지. 하지만 아까도 말했듯이 그 귀검사는 며칠을 굶은 상태였고, 당장 목구멍에 음식을 넣지 않으면 죽을 것 같은 상태였고, 그런 귀검사의 앞에 음식이 잔뜩 차려진 상황인데 눈이 홱 하고 돌아가 버린 거지. 솔직히 그런 상황이면 누구든 눈이 돌아가겠지만.
 하여튼, 그렇게 바라마지않던 식사에 귀검사는 눈 깜짝할 새에 그릇을 비워버렸어. 어찌나 맛있었는지 눈물까지 흘리면서 아주 싹싹 비웠댄다. 뭐, 감동한 것도 있겠지. 그렇게 온갖 사람들한테 거부당했는데 상다리가 부러지도록 대접을 받았으니까.
 귀검사는 보답으로 사례금을 주려고 했다는데 그것까지 한사코 거절하길래 대신이라곤 하긴 뭣하지만, 자신이 해온 모험담을 들려줬다고 해. 그러면서도 계속 사례가 필요 없냐고 물어보고. 크, 얼마나 감사했으면. 그러다가 조금 오래 있었다 싶어서 작별인사와 감사 인사를 남기고 그만 집을 떠나려고 했어.

 그런데, 문이 열리지 않았어. 잠긴 것도 아니었고, 무언가가 막은 것도 아니었는데. 아무래도 문이 고장 난 것 같아서 집주인에게 물어보려고 돌아봤는데, 그곳엔 아무도 없었다고 해. 다른 방 곳곳을 뒤져도 집주인은 흔적조차 없었어.
 어디로 간 건지는 알 수 없지만, 일단 나가기는 해야 하니, 아무래도 이거 문을 부숴야겠다 싶어서 검으로 문을 내리쳤는데 문은 흠집조차 나지 않았다고 해. 창문을 내리쳐도 마찬가지야. 벽도 그랬고. '뭐야, 이게?' 하는 생각이었겠지.
 지쳐서 쓰러질 때까지 귀검사는 검을 휘둘렀어. 그래서 뭔가 달라진 걸 알아채는 게 너무 늦어졌어. 그, 왼팔에 깃든 귀신이 사라진 거야. 귀수병을 고치는 법은 없는데, 귀수가 평범한 팔이 되어버렸어. 게다가 그냥 팔이 됐는데도 그 무거운 구속구를 달았는데도 팔이 빠지지도 않아. 심지어 지치지도 않아.

 이제 그 숲속에 있는 아주 낡은 건 아닌 작은 오두막집에는 한쪽 팔에 구속구를 찬 어느 검사가 배를 곯은 사람이 음식 냄새에 이끌려 찾아오기만을 기다리면서 음식을 만들고 있다고 한다더라.
 그러니까 조심해. 배고파 돌아가실 지경이라도 숲속의 수상한 오두막집에서 맛있는 냄새가 풍겨오면 그냥 무시하라는 거야. 귀신이 대접해주는 음식을 먹으면 귀신이 되어버리니까. 게다가 혹시 모르잖냐? 그 물귀신 같은 오두막집이 또 있을지.


 그 말을 마지막으로 그는 자신의 앞에 있는 촛불을 불어 꺼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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