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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전/스압]오늘은 참 더운 날이었다.txt
게시물ID : mobilegame_4537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달러멘디
추천 : 3
조회수 : 284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7/08/02 03:17:30
 
어제 새벽. 와짱 스킨을 먹고 활짝 웃으면서, 교환권으로 사용가능한 가구들을 살펴보던 때였다.
 
'이게 뭐지..?'
 
3성 이하의 가구들이 전부 0으로 표시되는 게 아닌가.
 
호기심에 한개를 사봤다. 교환권이 줄어들지 않았다.
 
'버근가?' 하며 두어개를 더 사보았다.
 
순간, 등골이 오싹해졌다.
 
 
 
새벽부터 각 커뮤니티는 혼란에 휩싸였다.
 
교환권 오류로 인한 사탕대란의 시발점이었다. 
 
몇백개나 사탕으로 바꿔먹은 악용자들이 속출했고, 선량한 유저들은 그들의 처벌을 바라고 있었으나
 
그 사이에는 내가 있었다.
 
내가 미쳤지, 를 반복해보았자 소용없는 짓이었다.
 
일단 첫 공지에는 수정부터 들어갔으며, 처벌은 후에 공지된다고 한다.
 
'영정? 회수? 백섭?' 모든 상황을 대입해보아도 나에게 좋을 것이 없었다.
 
순간 눈에 아른거리는 것이 와쟝의 스킨이었다.
 
난 이 스킨만을 노리며 구매토큰을 질렀고, 운 좋게도 일찍 뽑게 되었으나 순간의 실수로 이것을 놓칠 수 밖에 없었으니까.
 
다시 뽑아본들 나올리가 없다. 설령 지른다 해도 엄두가 나지 않았다.
 
마음이 불편한 탓일까, 유난히 더웠다. 에어컨을 켜야 하나, 하고 몇 번을 일어났다가 다시 누웠다.
 
세수를 하고 찬물을 마셔도 뜨거움이 가시질 않는다. 가슴속 깊은 곳에서 무언가 들끓고있다. 그래, 이 느낌은 억울함이다. 참으로 오랜만에 느껴보는 감각이었지만 반갑지는 않았다.
 
다시 핸드폰을 킨다. 하릴없이 소녀전선을 킨 후 숙소에 들어가본다.
 
제작을 한번 더 해본다.
 
"아이디!! 다블..."
 
'에이 시벌...'
 
결국 핸드폰을 구석에 던져버린 후 억지로 잠을 청했다.
 
 
해가 중천에나 뜨고 햇살이 내 얼굴에 직접 내리쬔다.
 
신경질적으로 눈을 뜨고, 화들짝 놀라서 핸드폰부터 집는다.
 
공지는 아직 올라오지 않았다. 안도와 걱정이 섞인 한숨부터 나왔다.
 
한참을 멍하게 있는데, 알람이 울린다. 다시 핸드폰을 쳐다보지만, 폭염주의보랜다.
 
체념한 줄 알았건만, 내 마음과 달리 다시 소전에 접속한다. 곧 처벌이 내려지겠지만 그래도 거지런과 제작을 돌려본다.
 
'내가 이걸 왜 하고있지...'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딱히 다른 할 일도 없었기에 습관적으로 전투를 시작한다.
 
 
 
얼마 후 공지가 올라왔다. 처벌에 관한 내용이다.
 
가구와 선물의 몰수. 나름대로 합당한, 오히려 조금 부족한 처사가 아닐까 싶었다.
 
반응들은 제각각이었다. 선량한 유저들이 그들에게 비웃으며 조롱할 때, 난 같이 놀리지도, 맘놓고 체념하지도 못하였다.
 
마음을 가다듬으려 애썻다. 최대한 머리를 써보았다.
 
이미 선물한 스킨은 회수되지 못할 테지만, 정작 나에겐 와쨩이 없었다.
 
부랴부랴 모든 보석을 자원에 투자하고 제작을 돌려본다. 쾌속제조권이 없어? 인형제조권이 없어? 확인 할 시간조차 나에겐 사치였다. 무조건 사야했다.
 
모신나강 SVD 춘전이 등등, 많은 rf이 나왔지만 제작시간 4:50은 없었다.
 
키보드를 한 번 내리쳤다. 아픈건 내 손이었다. 눈물이 나올 것 같았지만 참아야했다.
 
결국 자원이 바닥이 날 때 까지 제작을 돌리는 수 밖에 없었다. 희망은 이것 뿐이었으니까.
 
 
다시 한번 숙소에 들어가본다.
 
마음이 완전히 정리되었다. 이것들이 없어진다면 난 더 이상 이 게임에 정을 붙이지 못하리라.
 
하나하나 아끼던 캐릭터들의 마지막 모습을 찍어본다.
 
춘전이, 리엔필드, 흥국이 등등... 그들의 기본일러스트와 스킨, 부상일러를 각각 스샷으로 남겨본다.
 
숙소의 마지막 모습도 찍어본다.
 
참으로 많이 질렀나보다. 얼마 안 쓴 줄 알았는데.
 
헛웃음이 나왔다. 그간 한달여의 시간은 무엇이었단 말인가.
 
순전히 나의 실수로 인해 이들이 사라진다는 것에 대해 분노가 치밀었다. 내 멍청함에 대한 분노, 날 비웃는듯한 그들의 조롱과, 악용한 유저들과 도매금으로 취급한 그들을 향한 분노를, 마음속에 차곡차곡 갈무리해보았다.
 
결론은, 어찌 되었건 이제 돌이킬 수 없으리라. 물론 마음 한 쪽에는 못 다 버린 희망이라는 게 있지만, 세상은 결코 이 희망이라는 녀석의 바람대로 이루어진 적이 없었다.
 
다시 한번 창고에 들어가 정리해본다.
 
IDW...? 얘 어제 나오고 처리를 안했구나.
 
마치 IDW의 모습과 내 모습이 겹쳐보였다.
 
사형수의 기분이 이랬을까. 체념과 생존에대한 갈등, 곧 죽을 걸 알지만 무언가 기적이 일어나지 않을까 하는 헛된 희망.
 
마침내 우편으로 보상이 도착했다. 누군가는 이 보상으로 기분이 좋아졌으리라, 하지만 나에게는 마치 최후통첩 같았다.
 
 
 
그리고 소규모로 구매한 유저들은 처벌하지 않는다는 글을 보았다.
 
마치 새 삶을 얻은 기분이었다. 상방곡에서 죽다 살아난 중달의 기분이 이랬을까.
 
혹시나 하는 마음에 각 커뮤니티를 둘러보았다.
 
 
살았다.
 
그래, 살았다. 라는 안도감에 다리가 풀릴 뻔 했다.
 
마음속에 있던 뜨거움이 가라앉았다. 조각조각나서 허공에 흩뿌려지는 느낌이었다.
 
오늘은 참으로 덥고 긴 하루였다. 그래 참으로 더웠던 하루였다.
 
가벼워진 마음으로 다시 제작을 눌러본다.
 
4:10
 
이런 시벌....
 
 
 
 
사람은 새 삶을 얻으면 새롭게 살아갈 수 있으리라 생각하지만, 난 글쎄? 라는 의문부터 떠오른다.
 
짧게는 십수년, 수십년간 살아온 버릇이라는 게 하루아침에 고쳐지기는 어려울 것이다.
 
어느새 '이래도 되겠지' 하는 안일함이 마음을 지배하고, 결국에는 예전 자신과 똑같은 사람으로 변하는 것이다. - 예를들면 군대에 다녀온 사람이라던지-
 
앞으로 내 소전 삶에도 큰 변화는 없을 것이다.
 
언제나 제조를 돌리고, 절망하고, 거지런을 뛰고, 야간전 대비용 제대를 키우겠지.
 
그래도 아마, 그래 아마도 당분간은 이 모든 것에 감사하며 플레이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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