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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운전사를 보고 왔습니다. 약 스포
게시물ID : movie_6934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겸손한사탕
추천 : 5
조회수 : 409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7/08/02 23:18:58
 과거 사우디 건설현장에서 고된 노동을 하고 돌아온 경험 때문에 이만하면 먹고살 만한 나라라는 생각이 있는 김만섭은 서울 곳곳에서 열리는 데모 때문에 택시영업에 지장을 주는 데모를 하는 학생들을 혀를 차며 비난하는 1980년대의 흔한 `꼰대`이자, 택시영업으로 하루하루 근근하게 살아가는 그 시대의 우리 이웃이자, 소시민이다. 

딸이 집주인 아들에게 괴롭힘당해도, 밀린 사글세 10만 원 때문에 큰소리 한번 못 치고 굽신거려야 했던 서울의 택시운전사 김만섭 그에게 1980년 5월 19일은 운수 좋은 날이다. 광주에 큰 사건이 벌어졌다는 소식을 듣고 일본에서 한국으로 전날 건너온 독일기자 피터를 태우고 광주에 통금시간까지만 다녀온다면, 밀린 사글세를 낼 수 있는 10만 원을 준다는 말에 광주까지 김만섭은 독일기자 피터를 태우고 광주로 향한다. 
 

그동안 스카우트, 꽃잎, 화려한 휴가, 모래시계 등 5, 18 광주 민주화 혁명을 다룬 영화와 드라마가 있다. 이전에 영화들은 광주 안에서 광주 시민들의 이야기를 다뤘다. 그전 영화와 드라마는 광주시민이 왜 거리로 나섰는가. 왜 광주시민만이 군사정권 아래서 군인들에게 무참히 학살당하고도 빨갱이라고 억울한 누명을 썼는가를 그곳에 민주화를 외치던 많은 광주시민의 눈으로 투영해줬다. 

이번 영화 택시운전사는 독일기자 피터만 1980년 5월 19일 광주로 데려다준 게 아니라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관객들까지 단숨에 광주로 데려다줬다. 영화는 어째서 광주에 군인들이 광주시민을 군홧발로 짓밟았는지, 곤봉으로 머리를 내리치고 무참히 폭행하는지, 자국민을 왜 총으로 학살했는지 친절하게 알려주지 않는다. 

아무것도 모르는 채 왜 군인들이 광주에 있고, 왜 광주 시민들이 애국가를 부르며 거리로 나서는지 모르는 김태섭의 눈(관객의 눈)으로 바라본 광주는 도저히 믿기지 않는 광경이다. 군인에게 맞아 피 흘리며 병원으로 실려 오는 시민들을 보자 세속에 찌들었던 김태섭이 형용할 수 없는 미안함과 부끄러움을 느꼈듯, 나 역시 그런 미안함과 부끄러움을 느꼈다.

그렇게 두 시간 동안 김태섭의 눈으로 바라본 1980년 5월의 광주는 민주화가 된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무저갱 같은 먹먹함, 고마움, 미안함, 그리고 유시민, 문재인 대통령이 말했던 부채감이 무엇인지 알려줬다.

 쿠키 통에 담긴 진실 `광주의 민주화 혁명`이 전 세계에 알려지고 그 후 전국에 알려져 언론이 말했던 `빨갱이`들이 광주로 가서 `폭동`을 일으킨 게 아니라 광주에 수많은 시민들이 민주화를 갈망하며, 거창한 정의가 아닌 평범한 시민들이 `이래서는 안 되는 것`에 대해 외쳤다는 것이 밝혀지고 6월 10일 민주화 항쟁의 기폭제가 되었다.
 
지금도 일베라는 곳에서 서식하는 벌레들이나, 아직도 군사정권의 세뇌에서 벗어나지 못한 많은 노인에게 한 번 택시운전사를 보여주고 싶다. 본인들이 지금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고, 평범한 꿈을 꾸게 해준 고마운 분들을 모욕되게 하지 말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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