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소설] 아라드 괴담 - 略式百物語 #. 세 번째 이야기
게시물ID : dungeon_66514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Fathance
추천 : 3
조회수 : 251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7/08/04 00:11:42
옵션
  • 창작글
ardmhs.png
돌아가지 못하는 군인


 청년은 자신의 앞에 한창 심지를 태우고 있는 초 하나를 두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겐트가 이제 막 전쟁이 끝났는데 말이야. 아아, 정말이지, 권력이 있는 나리들을 이 하찮은 모험가 나부랭이는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어요. 그렇게 질리도록 싸워놓고 또 싸우고 싶은 거냐고. 그렇게 싸우고 싶으면 너네 집 개하고나 싸우라지.
 갑자기 웬 고향 정치 얘기냐고? 이야깃거리가 그런 거라서 말이지. 아니, 생각해봐! 너네는 그 카르텔이랑 지긋지긋하게 싸우고 그 초거대 거북이랑 지긋지긋하게 싸웠는데 또 싸우고 싶냐? 아, 진짜 내가 그런 쪽은 관심이 한 개도 없다지만, 이건 완전 빡치는 일이잖아.
 나야 뭐 싸우는 게 좋아서 이러고 다닌다지만, 겐트에 사는 사람들은 무슨 죄냐고. 진짜 카르텔 전에서 죽은 군인들이 '내가 나라 꼬라지 이렇게 돌아가는 거 보려고 카르텔이랑 싸운 줄 아냐!' 라고 밥상 엎으면서 항의해도 할 말 없겠다.
 아, 진짜. 이 얘기 작작할게. 하여튼, 내 얘기는 그거야. 카르텔을 완전히 격퇴하고, 안톤까지 확실히 없앤 뒤, 어느 정도 사람들 사는 게 안정된 뒤의 이야기.

 있지, 모든 일이 끝나고 살아남은 사람들은 자신의 집으로 돌아갔어. 물론 복구네, 후처리네 하면서 엄청 바빴겠지. 그래도 살아남은 만큼, 기쁘게 자신의 집으로 돌아가 자신이 살아서 돌아오기만을 기다리던 부모님께 안겼을 거야. 하지만, 꼭 그런 사람만 있는 건 아니잖아. 그렇지?
 늦은 밤, 슬슬 사람들이 잠들 시간, 가정집의 불이 하나, 둘씩 꺼질 때쯤에 현관 쪽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온대. 아주 천천히, 천천히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그런 시간이 누군가 찾아올 리가 없는데, 계속해서 노크 소리가 들리는 거야. 똑…똑…하는 소리가 말이지.
 당연히 누굴까 하는 마음에 문을 열면, 그 앞에는 군인이, 그것도 완전히 무장한 군인이 맞이해준대. 그걸 본 사람은 당연히 기겁해서 문을 닫고 집 안으로 도망친다는데, 한 번 문을 열면 그 군인은 그 사람을 쫓아 집을 돌아다닌대.
 그냥 군인인데 기겁하는 게 이상해? 그야 평범한 군인이면 괜찮겠지. 하지만 어딘가 음침하면서도 옷도 몸도 온갖 곳이 엉망인 사람을 보면 당연히 누구든 기겁하게 되잖아. 척 봐도 정상이 아니니까. 피를 흘리진 않지만, 피에 절은 구멍 난 옷을 입고 나타난다 생각해봐.
 거기다 온갖 상처 하며, 그을음이라거나. 그런 사람이 총까지 들고 문 앞에 서 있다고 생각을 해봐. 한낮이어도 기겁할 텐데, 깊고 어두운 밤인 만큼 더 그러는 거지.

 하여튼 그 정체불명의 군인은 문이 열리면 집주인이 아무리 문을 잠가도, 아무리 집의 안쪽까지 가도 계속 집주인을 쫓아다니면서 무언갈 묻는다고 해. 슬퍼하는 듯, 굉장히 간절한 목소리로. 하지만 많이 쉬고 갈라진 목소리로. 그곳은 바로 어느 집의 위치라고 한대.
 애석하게도 그 군인이 찾아가는 곳은 그 장소와는 전혀 다른 곳이었어. 당연히 들을 수 있는 말은 그곳이 아니라는 말뿐이지. 그 말을 들으면 군인은 굉장히 슬퍼하는 표정으로, 울 것 같은 목소리로 "이번에도 아니야…." 라는 말을 남기고 사라진대. 아, 물론 집 온 곳에 군화 발자국도 남긴 채로.
 집 안으로 도망치지 않으면 어떻게 되냐고? 집 안에 발자국이 남지 않는 것만 빼면 똑같아. 군인은 간절하게 묻고, 슬퍼하면서 사라져.
 물론 노크 소리에 문을 열지 않은 사람도 있었지만, 노크 소리는 끊임없이 들려왔어. 아무리 문에서 멀리 떨어져도, 끈질기게, 같은 크기로. 그래도 그 소리를 계속 무시하면, 노크 소리는 어느덧 문을 천천히 두드리는 소리로 바뀐대. 그냥 바뀌기만 하는 게 아냐. 무시할수록 소리는 점점 절박해지고, 빨라지는 거야.
 나중 가면 노크 소리도, 뭣도 들리지 않는대. 대신, 흐느끼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하거든. 빨리 열어달라고, 제발 문 좀 열어달라고, 애원하는 소리가 들려오는 거야. 더 버티면 문을 긁어대는 소리까지 들려온대. 제발, 제발…열어주세요…. 하면서 말야.
 질릴 정도지. 다행히 아침이 되면 소리가 사라지긴 한다지만, 그날 밤 어김없이 그 소리는 다시 찾아오거든. 열어줄 때까지 찾아오는 거야. 정말 그 끈질김에 질려버리게 되고, 결국엔 더 견디지 못하고 열어주게 되어버려.

 만약, 너희들이 이런 일을 겪게 된다면 어떻게 했을 것 같아? 문을 여는 것 말고는 도리가 없다고? 하긴 그건 그렇지. 문을 열 때까지 문을 두드리니까 그건 열어줄 수밖에 없겠네. 그렇다면, 문을 연 뒤에는 어떻게 할 거야? …하하, 쿨하네. 꺼지라고 하고 닫는다니.
 그런데, 그렇게 소문에 없는 행동을 하는 건 굉장히 위험할 수도 있어. 그런데도 정말 그럴 거야?

 그 정체불명의 군인에 대한 소문을 알고 있던 사람이 있었어. 그 소문이 거짓이라고 믿으면서도 내심 그 군인을 봤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었다고 해. 그런 건 다 일개 헛소문일 뿐이라고 치부하면서, 밤마다 조금씩 기대하는 거지.
 그 사람에게도 그 군인이 나타났을 것 같아? 응. 어느 날 밤, 그 느린 노크 소리가 그 사람의 집에도 찾아오게 됐다고 해. 이게 진짜였냐는 놀라움과 드디어 와줬다는 기쁨을 뒤로 한 채, 그 사람은 거침없이 문을 열었어. 무시해도 소용이 없다는 건 잘 알고 있었을 테니까.
 문 앞에 있던 건 그 사람이 그리도 기다리던 정체불명의 군인이 맞았어. 그리고 어김없이 늘 하던 질문을 던졌지. 여기서 그 사람은 곧장 대답하려다 잠시 멈췄어. 호기심이 동했거든.
 알려진 소문은 한 가지뿐이었지. 이곳은 당신이 찾는 곳이 아니라고 하는 것. 그래서 그 사람은 궁금했던 거야. 만약 그 질문에 맞다고 하면 어떻게 되는가. 그런 소문은 하나도 없었으니까. 그래서 그 사람은 이곳은 당신이 찾는 그곳이 맞다고 말해버렸어.
 군인은 감격했다는 듯 밝게 웃으며 집 안으로 들어왔어. 그리고 집안 곳곳을 살폈어. 그런데, 군인의 표정이 점점 싸늘하게 굳어갔다고 해. 집을 전부 둘러본 군인은 그 사람에게 다시 물어봤어. 이곳은 정말 내가 찾던 그곳이 맞는 겁니까? 그 사람은 답했어. 이곳은 정말 당신이 찾던 그곳이 맞습니다.
 "거짓말쟁이!" 그 말이 그 사람이 들은 마지막 말이었어.

 다음 날, 그 사람은 집 안에서 죽은 채로 발견되었어. 총에 맞아서 온몸에 구멍이 난 채로. 하지만 그 사람을 쏜 총 같은 건 없었어. 그 사람을 죽인 총성을 들은 사람도. 남아있는 건 온몸에 박힌 총알과 집을 가득 메운 군화 발자국뿐.
 그런데 아까 소문에 없는 행동을 하는 게 위험할 수도 있다고 했잖아. 정말, 소문에 없는 행동, 할 거야?


 그 말을 마지막으로 청년은 자신의 앞에 있는 촛불을 불어 꺼뜨렸다.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