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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아라드 괴담 - 略式百物語 #. 네 번째 이야기
게시물ID : dungeon_66518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Fathance
추천 : 1
조회수 : 224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7/08/05 00: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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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을 두려워하는 자

 소녀는 자신의 앞에 한창 심지를 태우고 있는 초 하나를 두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모두 당연하겠지만, 안톤 알고 있지? 응, 그 에너지를 전부 집어삼키는 움직이는 화산 거북 말하는 거 맞아. 정말이지, 천계에서 그걸 쫓아내느라 천계인들도 모험가들도 열심이었다면서. 그만한 걸 용케도 쫓아냈다니까? 아니, 죽인 거였지?
 아, 그나저나 그 안톤이 천계로 전이되기 전, 그러니까 아직 마계에 있었을 적에 대해서 알고 있어? 역시 이런 건 마계인이 아니면 잘 모르는 거겠지? 간단히 말하자면, 안톤은 메트로센터에서 죽치고 있었어. 그야 그곳에서 에너지가 나오니까 당연한 거잖아. 에너지를 먹는 안톤에겐 그곳 말고는 있을 곳이 없었던 거야.
 시로코가 마계에 있었을 땐 늘 시로코랑 에너지를 두고 다퉜다고 하나 봐. 내가 태어났을 땐 이미 시로코는 없었으니까 자세한 건 모르는데, 둘 다 메트로센터에 있었다는 것 같아. 그러다 시로코가, 여기로 왔지? 비명굴로. 그래서 그 뒤로 안톤은 메트로센터를 독점했대. 라이벌이 없어진 셈이니까. 살판이 났겠지.
 안톤이 깨어있을 땐 생산되는 에너지를 전부 먹어치우고, 잠들면 그제야 마계에 전기가 들어오는 거야. 지금은 안톤이 아예 없으니까 온 마계가 다 밝지만, 옛날엔 어두운 날이 더 많았어.
 왜? 아, 거꾸로 된 도시의 신기루? 그러고 보니 천계에선 밤만 되면 마계의 불빛이 보이지? 옛날에는 가끔씩 보였었구나. 분명히 안톤이 잠들었을 때 들어온 마계의 불빛이었겠지. 실제로 지금은 매일 보이잖아.
 그나저나 여기서 중요한 건 그런 게 아니잖아. 아니, 상관이야 있겠지만, 그렇게 중요하진 않아. 중요한 건 안톤이 마계에 있었던 시절뿐이니까.

 안톤이 마계의 에너지를 완전히 독차지하면서 살던 시절. 안톤이 잠들지 않으면 마계에는 어둠만이 들어차 있을 시절. 그 무렵의 마계에는 어둠을 극도로 두려워하는 마계인이 있었어. 정말 말 그대로 어두운 걸 말하는 거야. 빛 한 점 들지 않는 그런 어둠.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새까만 어둠.
 그 마계인은 빛이 완전히 사라져버리면 자신이 죽어버릴 거라고 굳게 믿고 있었다고 해. 그래서 위스프 같은 빛의 정령이나 플로레 같은 빛의 패밀리어를 매일같이 끼고 살 정도였대. 그 사람의 집은 절대 불이 꺼지지 않는 집이라고 불릴 정도였고.
 하지만 아무도 그 마계인의 말을 믿어주지 않았어. 믿지 않는 게 당연할 거야.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겠지. 빛이 없으면 죽어버린다니, 식물도 빛이 없다고 한 번에 죽어버리지는 않잖아. 아니, 애초에 빛이 없다고 한 번에 죽는 것 자체가 없잖아. 하지만 그 사람은 정말로 진지했어.
 그 공포심을 대변하듯이 그 사람의 주변은 늘 눈이 부실 정도로 밝았다고 해. 그림자를 빼면 어두운 부분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심지어 그 그림자마저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그 사람은 어쩌다 그렇게 어둠을 무서워하게 된 걸까, 그건 아무도 알 수 없어. 우리가 알 수 있는 건, 그저 강박적으로 어둠을 꺼리고 빛을 찾았다는 것뿐이야.

 어느 날이었어. 아까도 말했듯이 마계는 안톤이 있었을 적에는 안톤이 잠든 뒤에야 불이 들어왔어. 그날은 안톤이 곤히 잠을 자고 있었고. 그런데 그날은 뭔가가 조금 이상했다는 것 같아. 지금이야 안톤이 없어서 계속 불이 들어와 있지만, 그때는 이상하다 싶을 정도로 오래 불이 켜져 있었다는 거야.
 늘 어둡기만 하던 곳이, 자신의 시야에 들어오는 모든 것이 빛나고 있었어. 그 사람은 곧장 집에서 뛰쳐나갔지. 매일같이 데리고 다니던 정령도, 패밀리어도, 등불도, 뭣도 전부 내버려 둔 채로. 주변이 빛나고 있어서, 전혀 무섭지 않았을 테니까.
 집에서 아무리 멀리 나아가도 빛이 사라지지 않았지만, 조금도 두렵지가 않았어. 불이 들어온 마계의 경치가 너무나 아름다워서 견딜 수가 없었어. 이대로 평생 빛이 계속 켜져 있는 건 아닐까 하고 생각을 한 그 순간.
 순식간에 주변이 어두워졌다고 해.

 그리고 잠시 후 그 사람이 서 있던 곳에서 찢어지는 듯한 비명이 울려 퍼졌대. 크고 긴 비명은 끊어지지 않을 것처럼 울리다가 어느 순간 잘려나가듯이 끊어져 버렸어.
 사람들은 등불을 켜든, 마법을 쓰든 해서 그 사람이 있는 곳을, 비명이 들린 곳을 비춰봤어. 하지만 그 마계인은 그 주변에도, 그 어디에도 없었고, 이후 그 마계인은 마계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고 해.
 정말, 그리도 무서워하던 어둠에 잡혀가기라도 한 듯이.


 그 말을 마지막으로 소녀는 자신의 앞에 있는 촛불을 불어 꺼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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