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혼

 

원작 : 김소월

개작 : 함현지

 

산산히 부서진 내신이여!

허공 중에 헤어진 성적이여!

불러도 주인 없는 출석이여!

외우다가 내가 죽을 공식이여!

 

시험지에 남아있는 문제 한 개는

끝끝내 마저 풀지 못하였구나.

사랑하던 그 과목이여!

사랑하던 그 과목이여!

 

수능점수는 커트라인에 걸리었다.

고삼이의 무리도 슬피 운다.

떨어져 나가 앉은 원서 위에서

나는 그대의 점수를 부르노라.

 

설움에 겹도록 부르노라.

설움에 겹도록 부르노라.

부르는 소리는 빗겨 가지만

대학과 나 사이가 너무 넓구나.

 

선 채로 이 자리에 돌이 되어도

외우다가 내가 죽을 문법이여!

사랑하던 그 과목이여!

사랑하던 그 과목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