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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하는 이별도 지겹다
게시물ID : love_3373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CloudWind
추천 : 2
조회수 : 715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7/08/07 02:13:13


 얼마전 무너져 내린 너를 보았다.

유리파편처럼 깨진 너를 끌어안아 달래다 가슴이 찔렸다.

아파서가 아니라 슬퍼서 눈물이 나왔다.



 솔직히 우린 접점이 없었지. 다 커서 만난 동창모임에서 친해졌지. 뭐 넌 항상 애인이 있었고, 난 별로 신경 안 썼지. 네가 보기에도 난 그냥 착한친구 뭐 그 정도 였으니까.

 그러다 네가 심하게 아팠을때 난 진심으로 슬펐고 그렇게 조금씩 챙겨주다보니 점점 더 널 알게 되었고 너나 나나 둘다 평탄치않은 인생에 최악의 옛 애인도 하나씩은 있더라고. 네가 날 어떻게 생각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너는 나한테는 내 친구들중 더 아픈손가락? 좀더 신경쓰이고 챙겨주고 싶었지. 네가 솔로가 된지 조금 된 그때에도 단지 친한 친구 정도라 생각했지.

 그리고 나서 네가 집안사정으로 정신없어 하고 힘들때도 그냥 조용히 캐묻지 않았어 넌 자존심 강하니까. 근데 역시 걱정하는 부분들은 하나씩은 터지더라.

네 트라우마? 혹은 외상후스트레스장애?라고 해야할지 길거리에서 고함지르며 싸우는 사람들 소리에도 무너져 내리는 널 보는 나도 무너질거 같더라. 결국 그날 친구들 술자리에선 너와 나만 남았고 괴로웠던 너는 그날따라 과음을 하더라.

네가 말했지.. 너 자신이 솔로가 된 뒤로 많은 대쉬를 받았는데 그걸 거절하는 과정에서 사람들이 돌변하고 차갑게 변하고 막대하고 그래서 인간관계가 많이 줄어들었다고.

나는 너에게 소중한 친구중 하나라 그런식으로 잃고 싶지 않다고. 너 자신이 도끼병은 아닌데 혹시나 내가 그런 마음이 생겨도 난 그러지 말라고. 나는 그러면 안된다고.
내가 그런 마음이 들지 않게 개인톡이 오면 일부러 늦게 답장하고 그랬다고.

남자들은 다 똑같다고. 결국 마지막엔 힘으로 해결하려 한다고. 결국 너도 남자이니 같을거라고.

하.

고백도 하지 않았는데 차여버렸지

근데 그 말을 듣는 순간에 깨달았어. 예전부터 너를 사랑하고 있었다는걸. 너 몸 아플때 수술도 안될때 웃음이 늘면 좀 괜찮아 지지 않을까하고 말없이 매일 보내던 유머글들이 당연한 일상이 되었을때. 같이 영화를 보고 감명 깊었던 부분에 대해서 신나게 떠들어 댈 때. 너 혼자 집지키고 밥해줄 사람도 없이 도시락 싸고 다닐 때 말 없이 반찬 챙겨준 때. 챙겨준 반찬 고맙고 너무 맛있다는 네 말에 혼자 실실 웃으며 뒹굴거릴때. 이 중에 언제부터였을까.

결국 술에 만취된 널 업어다 집에 대려다 줄 때에도 남자는 싫다며 주정 부리다가도 나도 싫냐는 말에 너도 남자라서 싫어. 근데 넌 좋아 라며 해실해실거리는 술주정에 마음이 격하게 요동치는건 이 망할 짝사랑의 엔딩이 보이기 때문인지 과음한 탓인지는 모르겠어.
네가 이렇게 상처받기 전에 내가 움직였으면 어땠을까.
내가 너의 상처를 위로해 줄 수 있지는 않을까.
난 제대로 잠도 잘 수 없었지.


그리고 어이없게도 넌 필름 끊겨서 아무것도 기억 못하더라?


난 고백도 안했는데 차였는데 당사자는 진심으로 기억을 못해. 왓더....?

그 뒤에 또 요 망할 짝사랑에 시달리는 나는 여러 친구에게 상담을 구했지만 돌아오는 대답들은 전부 no 였지. 나와 널 둘다 아는 친구는 날 위해서 포기하라더라고. 내가 이번에도 연애에서 상쳐받고 실패하면 진짜 연애하기 힘들어질까 걱정하더라.

근데 어떻하냐. 넌 계속 내 꿈에 나오기 시작했고 심지어 그 꿈들이 이뤄지기 힘든 일들을 담고 있어서 행복했다가 깨어나면 더욱 심란해지더라고. 그리고 너의 말 한마디 한마디 어디 사장님이 잘생겼더라든가 다른 남자와 관련된 이야기가 나올 때 마다 강한 질투심이 생기더라고. 전남친이 좋았던 이유들을 댈 때는 속으로 나도 그정도는 할 수 있어..아니 것보다 대다수는 이미 나도 하고 있잖아?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지.

하지만 알고있어

너나 친구들이 아무리 나를 착하고 배려있고 섬세하고 어여쁜 연인이 생길거 같다는 둥 연애를 하면 여자가 행복해 하겠다는 둥 칭찬을 해도
너랑 여러 취향이 겹치고 그래도

난 네가 눈을 반짝이는 이상형들의 외모도 아닐 뿐더러 잘생겼다는 입바른 칭찬을 살짝 불쾌하게 받아들일 얼굴과 살집만 뒤룩하게 올라버려있는걸. 친구들이 칭찬하는 내 성격도 단지 추악한 부분을 숨겨두고 잘 포장해 놓았을 분인걸.

네 주변에 너에게 대쉬하는 잘난 사람들 속에서 내가 너에게 빛날 수나 있을까

것보다 네가 날 이성으로 볼 가능성이나 있을까


그래서 난 오늘도 혼자 너를 사랑하면서
혼자 이별하고 있다.
최대한 너에게 티내지 않게. 네가 원하는 친한 친구의 역으로...

한 걸음 걷고 다시 억지로 뒤로 두걸음 걷고 있는데
이미 꽤 걸어온 거 같아서 시간은 좀 걸리겠다.

울적한 밤에 네가 읽지 않을 곳에 써 본다.



그리고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합니다.





추천곡) 다윗의 막장 - 고백해볼 생각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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