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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아라드 괴담 - 略式百物語 #. 아홉 번째 이야기 명검
게시물ID : dungeon_66541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Fathance
추천 : 2
조회수 : 250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7/08/10 00: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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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는 자신의 앞에 한창 심지를 태우고 있는 초 하나를 두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명검에는 대장장이의 혼이 담겨있다는 말이 있지. 어지간히 경지에 오르지 않는 이상 대충 만들어서 좋은 칼이 나올 리가 없으니까. 그러니까, 그런 거지. 네가 마도학 그거 할 때 대충 하면 실패하고 그러잖아? 너도 대충 쏴서 과녁 정중앙을 맞추진 못하고. 아저씨는…아저씨도 뭐, 하여튼, 대충 해서 안 되는 거 있겠지.
 뭐, 그렇게 만들어진 좋은 검을 온전히 재어볼 수 있는 사람은 그만한 실력이 있어야겠지. 뜨내기는 나쁜 검과 좋은 검의 차이를 모르니까. 나는 그게 술 마시는 거랑 비슷하다고 생각해. 난 술 보는 눈이 없어서 싸구려 술도 잘 마시니까. …그게 내가 검을 못 쓴단 의미는 아니거든?
 아, 뭐, 어쨌든, 이건 어느 대장장이의 이야기야. 검을 만드는데 자신의 영혼을 바치는 게 꿈인 대장장이의 이야기.

 평생의 역작. 역사에 길이 남을 명검. 누구라도 갖고 싶어 할 최고의 검. 그런 것을 만들어내고 죽는 게 평생의 소원인 대장장이가 있었어. 이름은, 불칸 스미스. 참 대장장이스러운 이름이지. 어, 아까도 말했듯이 그 양반은 검에 영혼을 쏟아붓는 게 꿈인 거야. 그런데 그 대장장이는 뭔가 홀려있는 것 같다고 하더라고. 한 번 작업을 시작하면 자신이 만족하기 전까진 절대 만드는 걸 멈추지 않았을 정도로.
 그렇게 검을 만들어도 대장장이는 자기 감에 확신이 없었어. 그래서 그 만들어진 검의 성능을 확인해줄 사람이 필요했지. 그런 사람을 찾는 건 어렵지 않았어. 검의 달인이라고는 못해도, 제법 뛰어난 실력의 웨펀마스터와 아는 사이였다니까 말야.
 대장장이는 다양한 무기를 만들어냈어. 대검이면 대검, 도면 도, 소검이면 소검. 만들 수 있는 거라면 뭐든지 만들었는데, 일단 검에 한해서는 전부 훌륭한 품질이었다고 해. 대장장이의 검을 봐주는 그 웨펀마스터도 늘 칭찬을 아끼지 않았고.
 그런데 그 대장장이는 눈이 너무 높아서 말이지. 뭐, 어떤 평을 들어도 도통 만족하질 못했다고 하더라. 그렇게 만들어진 무수한 검들 사이에 분명 명검이라 불릴만할 게 있었을지도 모르는데, 대장장이는 통 만족이라는 걸 몰랐어.
 대장장이도 고통스러웠겠지. 하지만 아무리 좋은 말을 들어도 불만이 쌓이기만 해. 만들어도, 만들어도, 나아지지 않는 것만 같아서 불안해. 해볼 수 있는 걸 전부 해봐도 만족스럽지가 않아. 다른 대장장이에게서 배워도 보고, 재료도 바꿔봐도, 결과는 같아. 고통뿐인 나날뿐이었어.
 그러던 어느 날, 대장장이는 웨펀마스터에게 검을 하나 내밀었어. 이걸 한번 써보라면서. 그런 건 늘 있는 부탁이니까, 그 녀석은 늘 하던 대로 검을 봐주었지. 그런데 여지껏 대장장이가 만들어온 것들과는 어딘가 달랐다고 해. 웨펀마스터는 대장장이에게 실력이 늘었다면서 자기가 느낀 걸 말했어. 그런데 평소와는 다르게 대장장이는 크게 기뻐했다고 하더라고.
 그리고 그때부터, 대장장이가 만드는 검들은 점차 훌륭해졌다고 해. 그리고 점점 섬뜩해졌다고 해.

 옛날얘기 중에 이런 게 있지. 신에게 바치기 위해 종을 만드는데, 그 종에 갓난아이를 바치자 만인의 심금을 울리는 종소리가 울려 퍼지게 되었다고. 어느 명검의 전설도 그래. 그 검에는 대장장이의 아내가 바쳐졌다고 하잖아. 훌륭한 것에 대한 일종의 공양이라고 해야 하나?
 하지만 그런 공양으로 정말 뛰어난 것이 만들어질까? 그냥 전설일 뿐이잖아. 그런데, 대장장이는 그걸 해낸 거야. 공양을 바쳐서, 자신이 바라 마지않던 훌륭한 검을 만들어낸 거지. 하지만, 전설은 전설일 뿐이잖아?
 대장장이가 만들어내는 건, 그냥 저주 덩어리였어. 그딴 게 순수하게 훌륭해질 리가 없잖아. 하지만 대장장이는 이미 제정신이 아니었어. 스스로의 힘으로 멈출 수 없던 걸 수도 있어. 만약 그런 거라면, 자기가 바친 공물에게 저주라도 받은 거겠지.
 어찌 됐던, 대장장이의 검은 섬뜩할 정도로 아름다워졌고, 강해졌어. 그 대장장이가 그리 바라 마지않던 그런 명검이 되어가고 있었다고. 대장장이는 늘 자신의 검을 봐주던 웨펀마스터에게 깊이 감사했어. 그리고, 다음이 마지막이라고 나지막이 말했어.

 그렇게 대장장이의 최후의 검이 세상에 나오게 된 날, 대장장이가 평생동안 그리던 명검이 탄생했고, 대장장이는 세상에서 완전히 사라졌다고 해. 그리고 웨펀마스터가 대장장이의 공방에 들렀을 때, 대장장이의 최후의 검은 그 녀석과 함께 사라져 세간에선 그 소식을 들을 수조차 없게 되었다고 해.
 그런데 이 이야기와 함께 따라오는 이야기가 있어. 마치 검을 살아있는 사람처럼 대하는 어느 웨펀마스터의 이야기. 술을 따라주는가 하면, 음식을 건네준다거나, 평범하게 말을 건다고 한다더라. 그 정신 좀 나간 것 같은 녀석은 검에게 이름까지 붙이고 다닌다고 하는데, 그 검에 붙여진 이름이 불칸 스미스…라고.
 …뭐, 어떻게 생각하든 그건 다 너네들 맘이지. 사실이든, 그냥 허구의 이야기든 간에.


 그 말을 마지막으로 그는 자신의 앞에 있는 촛불을 불어 꺼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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