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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아라드 괴담 - 略式百物語 #. 열한 번째 이야기 기계 공포증
게시물ID : dungeon_66548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Fathance
추천 : 1
조회수 : 286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7/08/12 00: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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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년은 자신의 앞에 한창 심지를 태우고 있는 초 하나를 두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메카닉이라는 것들은 말야, 조금 그런 분위기 아니냐? 자기 작업실에 틀어박혀서 기계만 만지작대는 그런 음침한…아하하! 역시 편견인 거겠지! 하지만 어째 메카닉 하면 떠오르는 게 그런 느낌이라서 말야. 뭔가 진짜 자기가 만드는 기계에만 몰두해서 주변엔 관심도 없을 것 같단 말이야.
 그런 걸 괴짜라고 하던가? 한 번 틀어박히면 도통 나오지도 않고, 상상력과 자금이 닿는 한 온갖 것들을 다 만들어내고. …왠지 내 머릿속에선 그런 녀석들일 것만 같아! 편견이 나쁜 건 나도 알지만 어쩔 수가 없잖아. 그래도, 이런 내 생각 때문에 혹시라도 기분이 나빴다면 미안해.
 그래서, 너희들은 메카닉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 음침하다? 딱딱하다? 기계한테만 상냥하다? 아아, 미안해. 아무래도 쉽게 바꾸긴 힘들어서 말야. 틀에 박힌 이미지라는 게 있어서, 무의식적으로 말해버렸네. 좋은 이미지도 있을 텐데. '폭발의 중심에 있어서 멋지다.' 같은 거 있잖아.
 그런데 이런 괴담 같은 곳에서 등장하는 메카닉들 성격은 다 거기서 거기 아니던가? 음침하고, 뭔가 기분 나쁘고, 사교성 부족하고. 하긴, 그런 성격이어야 이런저런 이야기가 붙기 쉽겠네. 그런데 이번에 말해줄 메카닉은 특히 더 이상한 녀석이야.

 기계를 굉장히 두려워하는 메카닉. 이게 이해가 돼? 피를 무서워하는 버서커, 이종족을 무서워하는 소환사, 신을 안 믿는 크루세이더. 뭐 그런 거잖아. 엄청 이상하지? 하지만 그 메카닉은 척 봐도 눈에 보일 정도로 기계를 엄청 무서워했대.
 그런 이상한 성격이라서 주변에서 엄청 비웃음을 샀다고 해. 메카닉이면서 기계를 무서워한다는 것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기계를 무서워한다는 게 거짓말 같아서이기도 했어. 그도 그럴 게, '무섭다~ 무섭다~' 하면서 매일같이 로봇을 만들어냈거든. 그걸 보고 누가 기계를 무서워한다고 믿겠어? 누구라도 주변의 관심을 끌기 위해서 허풍을 떠는 거라고 생각할 거 아냐.
 그건 마을의 악동들도 그랬어. 저런 관심만 끌려는 허풍선이의 정체를 까발려 혼을 내주자면서 어떻게 해야 혼을 낼 수 있을지 늘 머리를 맞대고 의논을 했대. 그러다가 한 아이가 의견을 냈어. 그 허풍선이의 공방에 숨어 들어가 허풍선이의 진짜 모습을 까발리자고! 까발리지는 못해도 혼쭐을 내주자고! 하하, 정말이지 애들다운 생각이야.

 그런데, 그 공방이라는 게 좀 외진 곳에 있었거든. 게다가 그 천계에서 전기가 들어오지 않기라도 하는 건지 낮이고 밤이고 할 것도 없이 어두웠단…아, 이건 거짓말이야. …그냥 덧붙여 본 거야. …하여튼, 꼬맹이들이 그 공방에 몰래 기어들어 간 거지.
 그런데, 그 공방 안에는 무수히 많은 기계가 있었다고 해. 그 메카닉이 매일 같이 만들어내던 것들인데, 하나같이 기괴한 모습이었어. 진짜 움직이기나 할까 싶은 형태. 그냥 고철을 뭉쳐놓은 건 아닐까 하는 모습. 어디가 관절인지도 몰라. 그냥 이해할 수 없는 덩어리들이 늘어져 있는 거야.
 당연히 꼬맹이들은 그 분위기에 압도되었어. 너무 무서워서 당장에라도 도망치고 싶었겠지만, 허풍선이의 정체를 밝히든 골려주든 둘 중 하나는 해내야 했기에 무서운 것도 꾹 참고 공방을 둘러봤다고 해.
 그런데 잘 생각해봐. 온 사방을 둘러싼 기괴한 철 덩어리를. 금방이라도 움직일 것만 같은 그런 무시무시하게 생긴 것들을. 심지어 끼릭끼릭 거리는 소리마저 들려오는 듯해. 그런 곳에 애들 담력으로 오래 있을 수 있었을까?
 그런데 그 꼬맹이들이 생각보다 담력이 강했는지 그 기괴한 것들을 뚫고 기어코 메카닉의 작업대까지 갔다는 거야. 하지만 어느새 꼬맹이들이 하려던 건 그냥 담력시험이 되어있었어.
 담력시험 하면, 그런 거잖아? 특정 장소까지 가서 증거를 가져오는 거. 그 녀석들은 메카닉의 작업 도구들을 훔쳐서 그대로 달아나버렸어. 다시 그 기괴한 철 덩어리들을 지나, 멀게도 느껴지는 출구까지 달려나가 공방에서 잽싸게 도망쳤지.

 그런데, 그 날부터 메카닉의 상태가 점점 이상해지기 시작했어. 머리를 쥐어 싸매는 빈도가 점점 늘어나더니, 평범하게 말하는 중간중간 문맥과는 전혀 맞지 않는 이상한 단어가 끼어들고, 어느 순간부터는 입만 열면 이상한 말만 늘어놓기 시작했다는 거야.
 그러면서 안색도 점차 나빠지더니, 끝내는 다크써클이 광대 아래까지 내려가고, 그러다 갑자기 괴성을 지르고는 제 공방으로 들어가 두 번 다시 나오지 않았다고 해.
 며칠이 지나도 메카닉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걱정이 된 사람들이 메카닉의 공방으로 찾아갔는데, 아무리 불러도 메카닉은 나오지 않았어. 창문으로 들여다봐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고. 그래서 사람들은 억지로 문을 뜯어내 들어갔다고 해.
 그런데, 그 안에는 안쪽에서부터 무언가가 찢고 튀어나와 죽은 것처럼 보이는 메카닉의 시체 말고는 아무것도 없이 텅 비어있었다고 해.


 그 말을 마지막으로 청년은 자신의 앞에 있는 촛불을 불어 꺼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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