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스압]작성자 오늘 주마등 본 썰.Ssul
게시물ID : panic_9474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초록색
추천 : 18
조회수 : 1527회
댓글수 : 21개
등록시간 : 2017/08/13 00:09:50
수영 못하는 인간이 익사 할뻔한 얘깁니다.

초딩 때 4개월인가 배웠는데 강사님이 ㅇㅇ이 너는 처음부터 다시 배워야할 것 같다고 했었더랬죠..

아무튼 새 삶 얻은지는 이제 12시간 정도 되네요.

오늘 아는 가족들 여럿이 계곡에 놀러가게 되었습니다. 

애기들 놀아주고 동생들 놀아주다가 물놀이용 공기매트가 하나 남길래

좀 쉴겸 물에 띄우고 그 위에 편하게 누워있었습니다.

둥실둥실 천천히 주변 풍경보면서 흘러갔죠.

폭이 좁은 곳에선 좀 속도가 붙기도 했지만 

두번째로 온 계곡이기 때문에 발이 닿는다는 것과 

물살도 그렇게까지 빠르지 않다는 걸 알고 있어서 별생각 없이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눈으로만 보다가 처음으로 간 넓은 지점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갑자기 속도가 떨어지는데다가 우리 일행은 보이지 않고

한 70미터 멀리에 두 사람이 낚시? 하고 있는게 바위 사이로  보이더라구요

암튼 그런 연유로 매트에서 내려서 다시 물살을 거슬러 올라가기로 했습니다. 

계곡 가의 무릎 께 오는 얕은 물을 걸으며 매트를 끌고 올러가고 있었는데 

맨 몸으로는 큰 어려움 없이 거슬러 올라갔던, 폭이 약간 좁아서 물살이 빠른 지점에 도착하니 

대강 쥐고 있었던 매트를 그만 손에서 놓쳐버리고 말았습니다.

제 손을 떠난 매트는 쉬바 난 자유다! 닝겐 고멘!! ㅇㅅㅇ/ 하면서 즉시 물살을 타고 빠르게 떠내려갔고

저는 그 매트를 다시 잡으러 다시 맨몸으로 계곡을 내려가게되었습니다.

물론 물살이 느려지는 부분에 도착하면 매트를 쉽게 잡을 수 있단걸 알기에 큰 걱정은 없었지만

그동안 거슬러 올라온게 아까웠기에 정신없이 따라갔습니다.

그럼에도 결국 매트는 잡히지 않고 이윽고 물살이 너무 느려서
 매트에서 내렸던 그 부근까지 떠내려 갔습니다..

매트를 끌고 올라갔던게 전부 수포로 돌아갔으니 빨리 매트를
잡아야 한다는 급한 마음이 사라졌고. 

문득 어께정도까지 물에 잠겨있다는 사실을 깨닿게 되었습니다. 그것도 폭 넓은 중앙 쯤에서요.

섬뜩하더라구요. 정신 못차렀으면 깊은데서 죽었겠구나 하구요. 구명조끼도 안 매고 겁대가리 없이 왔었으니 말예요.

그러곤 물가를 향해 방향을 바꿔서 딱 '한 발' 내딛은 순간

발이 땅에 닿지 않았습니다;;;

놀라서 뒷걸음질 치려했지만 물살은 날 밀고 있고 밟히는 게 없으니 뒤로 갈리 만무했죠.

냉탕에서 이쪽저쪽 갈때 하던 식으로 팔을 휘두르고 다리를 움직여보았지만

그건 그냥 익사전에 버둥거리는 몸부림이었습니다.

나아갈 듯 했던 몸은 빠르게 가라앉았습니다. 필사적으로 고개를 젖혀 하늘을 보며 숨을 들이마셨고 결국 완전히 물에 잠겼습니다. 

앞이 캄캄해지고 '죽을 지도 모르겠다'라는 생각 말곤 아무생각도 안 들더군요.

본능적으로 발버둥을 치며 팔을 크게 휘저었더니 수면 위로 머리를 내밀 수 있었습니다. 

물론 밖에서 보기엔 머리가 쏙하고 나왔다가 바로 잠기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았겠지만 

그 마지막 몸부림에서 저는 계곡 위를 보고 아무도 없단 걸 보고 절망하고, 계곡 아래 저 멀리에 큰 바위에 가려 등만 살짝 보이는 사람을 할끗 보며 '내가 "살려주세요" 한 마디를 크게 소리지를 시간과 허파 속 숨이 남아있는지 그리고 누구든 아마 딱 한번만에 그 소리를 듣고 내가 죽기 전에 구하러 올 수 있는지'를 생각해보고 그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걸 깨닫고 절대적으로 절망적인 체념을 하게 됩니다. '아, 난 정말로 진짜로 무조건 죽는다 이렇게 어이없게 혼자 뻘짓하다가 물살도 빠르지 않고 아무도 구해주지 않는 곳에서 꼼짝 못하고 발버둥치다가 그렇게나 뻔히 듣던 계곡 사망사고를 내가 이렇게 겪는구나...' 

집에 계신 할머니나 저 윗 굽이 너머에서 놀고 있을 지인들, 내가 죽고 나서 발견된 그 사람들의 반응은 어떨지에 대해 정말 시간이 멈춘 듯 머리가 돌게 되더군요. 

팔을 크게 휘둘러서 수면위로 빠르게 솟아올랐던 만큼 수중으로 추락하는 속도도 빨랐습니다.

사실 여러분이 팔을 머리 위에서 한번 강하게 밑으로 내리고 그 팔을 다시 가슴께로 올리면 제가 위 상황을 끝내고 다시 물 속으로 잠기던 시간과 비슷할 겁니다.

그렇게 내가 죽은 상황을 생각하게 되자 퍼뜩 정신이 다시 들면서 정말 말그대로, 반드시 죽을 상황의, 필사(必死)의 각오를 하게 되더군요. 잠기는 속도 그대로 바닥까지 내려가보기로 한 겁니다. 고개를 젖혀 가라 앉는 마지막의 마지막 순간까지 숨을 들이 마시곤 발버둥을 그치고 바닥에 닿도록 몸을 최대한 밑으로 넣었습니다. 밑바닥에 발의 앞꿈치 정도가 닿자 팔로 물가쪽으로 몸을 틀며 발로는 땅바닥의 자갈들을 긁었습니다. 

땅에서 크게 한 걸음 걸으면 나걸 수 있을 거라 생각했던 저는
그저 바닥을 조금 세게 긁는 수준에 그치고 다시 수중에 머물게 되자 육지를 향해 돌리던 몸을 그대로 가슴이 하늘을 바라보도록 돌렸고, 수영장과 목욕탕에서 유일하게 할 수 있었던 배영을 시도했습니다. 그렇게 1자로 허우적 거리던 몸이 \이렇게 비스듬해졌고 억겁과도 같은 찰라의 순간이 지나 얼굴이 다시 수면위로 나왔습니다. 발장구는 계속 치면서 가쁜 숨을 서너차례 몰아쉬곤 혹시하는 생각에 다시 바닥에 발이 닿는지 시도해보았죠. '몸무게가 실린' 발 끝이, 땅에 다시 걸린 그 순간은 바로 직전에 땅에 닿았던 발 끝과는 180°로 의미가 달랐고. 저는 살아남을 수 있었습니다.

실패했다고 생각했던 초딩적 수영강좌 4개월이 제 지금 목숨을 살릴줄은 정말 몰랐네요. 물론 만약에 정신줄을 잡지 못했다거나 필사의 각오로 땅을 밟으려 했을 때 땅에 발이 닿지 않았다면 저는 패닉과 절망으로 배영까지는 생각도 못하고 죽었을 겁니다. 물살이 정말 정체된 수준으로 느렸기에 흘러가다가 어느 곳에 발이나 몸이 걸릴리도 없었구요....

육지를 밟은 저는 저 옆에 동동 떠있는 쉬발 줘까튼 매트를 챙기곤(어떻게 챙겼는진 지금도 기억이 안나네욬ㅋㅋ) 등에 짊어져 뭍을 걸어 다시 캠핑장으로 돌아갔습니다. 섬뜩했던게 제가 죽을 고비를 넘기는 사이 물에서 놀던 사람들은 다 점심을 먹으러 올라갔더군요.. 뭐..  하튼 그랬습니다.

쓸데없이 긴 글이었네요.

공교육에 생존수영을 필필필수과정으로 넣어야한다고 생각하고 최소한 개나 소나 할 수 있는 배영정도는 경험을 시켜놔야한다고 여겨지네요. 수영강좌 힘드시면 냉탕에서 교육시키세요. 사람 허파가 가슴 쪽에 달려있기 때문에 정상인이라면  다들 가능합니다. 

모두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려요

새사람 되겠습니다. 앞으로 죄 짓지 않고 더 열심히 살께요..ㅠㅠ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