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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아라드 괴담 - 略式百物語 #. 열세 번째 이야기
게시물ID : dungeon_66555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Fathance
추천 : 1
조회수 : 241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7/08/14 00: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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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dmhs.png
발전소 안의 누군가

 그는 자신의 앞에 한창 심지를 태우고 있는 초 하나를 두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내가 그냥 귀수가 생긴 뒤에는 귀신을 제법 자주 봤었는데, 레귤레이터 착용하게 된 뒤부터는 귀신을 보는 일이 없어졌어. 뭐 귀신 보는 눈을 영안이라고 하던가? 난 그런 거 원리 잘 모르는데, 귀수가 생기면 그 눈이 트였다가 귀수를 극한까지 억제하면서 보이는 것도 좀 안 보이게 된 것 같아. 확실하진 않지만. 어쩌면 그냥 내가 특이한 걸 수도 있고.
 하여튼, 귀신에 관한 건 그냥 이야기로만 들어왔단 말이지. 레귤레이터 착용하게 된 것도 거의 몇 년은 됐으니까. 아, 내가 얘기한 적이 있었나? 그런 것도 기억을 못 하는데 어떻게 몇 년 전에 본 귀신 얘기를 할 수 있겠어?
 그리고 귀신이라고 해봤자 별것도 없고. 그냥 지나가는 것들이 대부분이야. 별다른 해도 끼치지 않고 그냥 장식품마냥 있는 것들. 뭐, 지멋대로 움직이는 장식품이겠지만. 좀 위험하게 보이는 건 확실히 분위기가 다르긴 해.
 그리고 솔직히 귀신보다 사람이 더 무섭고. 솔직히 귀신도 무섭다면 무섭겠지만, 난 사람이 더 무섭다. 온갖 이유를 다 붙여가면서 말도 안 되는 짓을 벌이고 자기합리화하는 게 사람인데.
 아, 그래서 할 얘기가 사람 얘기냐고? …글쎄다. 말했잖아. 내가 레귤레이터 차고 나서 귀신 보는 일이 없어졌다고. 그래서 그게 사람인지 귀신인지, 확신이 서지가 않아.

 그건, 내가 슬라우 공업단지에서 혼자서 한창 일하던 중에 있던 일이었어. 뭐, 별건 아니고, 발전소에 들어가서 그래닛 같은 것들 수도 줄여놓을 겸해서 마그토늄 좀 모으고 있었거든. 그래, 떼서 모아다 팔려고 모으고 있었다.
 아무튼, 그날따라 온갖 잡것들이 다 몰려드는 거야. 어떤 그래닛은 날아와서 터지지, 날 뚜드려 패려고 하지, 거기다 자주 보이지도 않던 화염 슬라임까지 와서 날 잡아먹으려고 했다니까? 거기다, 거기 엄청 덥잖아. 덥고 힘들어서 좀 정신이 아득해질 지경이었어.
 이대로 있다간 진짜 죽겠다 싶어서 조금은 안전한 곳에 짱박혀서 숨 좀 돌리면서 쉬고 있었어. 그런데 그 파이프들 막 있는 그 사이로 뭔가 흐릿한 게 보이는 거야. 좀 멀기도 했는데, 뭔가 사람 그림자 같은 거였나? 그렇게 보였어. 근데 이런 곳에서 뭔 사람 그림자가 보이겠나 싶어서 처음엔 그냥 무시했어. 그런데 그게 계속 보이더라고.
 그 그림자 같은 게 계속 눈에 밟히니까 내가 잘못 본 걸 리는 없었어. 사람 그림자니까 다른 모험가인가 싶었는데, 파이프 너머로 보이는 그래닛들이 그 그림자에 영 반응을 안 했고. 그럼 하급 타르탄인가 싶었는데, 타르탄은 확실히 아니었어. 어떻게 아냐고? 그야, 그거 작업복 입고 있었거든. 그 거기 발전소에서 일하는 사람이 입는 그런 거.
 …작업복인 건 또 어떻게 알았냐고? 그게, 그 그림자가 보일 때마다 조금씩 가까워지고 있었거든.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 옷차림이 확실하게 보이더라고. 그 옷은 확실하게 거기 일하는 양반들의 작업복이었어.
 근데 또 그냥 거기서 일하는 양반인가 했는데, 그건 또 너무 허술하게 있기도 했고 역시나 다른 몬스터들이 그 녀석을 공격하질 않았어. 아, 그 메카닉 기술 중 안 보이게 하는 거 있지 않나? 그거 조금 생각나기도 했는데, 그럼 또 나한테는 보이잖아. 통 알 수가 없더라고.
 그래서 결국엔 뭔지도 알 수도 없는 채로 그냥 발전소에서 빠져나가기로 했어. 엄청 덥고 피곤하고 그랬으니 열기 때문에 더위 먹어서 헛걸 본 거라고 생각하기도 했고.

 그런데, 공업단지로 돌아가다가 갑자기 뒤쪽에서 뭔가 엄청 섬뜩한 느낌이 들었어. 그 왜 갑자기 온몸에 소름이 돋는 듯한 그런 느낌 있잖아. 뒤를 돌아봐선 안 된다는 느낌도 들었는데, 그런 느낌에 어떻게 안 돌아보겠어. 몬스터의 공격일 수도 있는데. 하지만 그런 게 아니었어. 애초에 몬스터 같은 건 주변에 있지도 않았고. 그리고…돌아봤을 때, 역시 돌아보지 말 걸 하는 생각도 들더라.
 거기에 있는 건 내가 계속 봐왔던 그 사람이었어. 바닥에서 불길이 올라오는데, 그 한가운데에 서 있는 사람. 불타는 것처럼 보이지는 않았어. 괴로워 하는 것처럼 보이지도 않았어. 그건 그냥 거기에 서서 날 보고 있었어.
 바닥에서 올라오는 열기 때문에 뒤틀린 것처럼도 보였고, 거리도 좀 있어서 정확한 모습을 보지도 못했는데, 하여튼 그건 거기에 있었어. 그게 나한테 뭔가 했냐고? 아니. 그건 그냥 내 쪽을 바라보기만 했어. 그러다가 그대로 몸을 돌려서 발전소의 안쪽으로 들어가 버렸어.
 …내가 봤던 건, 과연 뭐였을까? …귀신이라고 생각하는 건 영 꺼림칙한데. 그도 그럴 게, 그거, 뭐라고 해야 하지? 봐선 안 될 것 같았거든. 그때 계속 발전소 안에 있었으면 틀림없이 무슨 일이 벌어졌을 것 같아서. 솔직히 지금도 좀 생각하면 섬짓해지거든?
 …그냥, 사람이었다고, 그렇게 생각하고 싶어.


 그 말을 마지막으로 그는 자신의 앞에 있는 촛불을 불어 꺼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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