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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산범에 관한 길지도 모르는 주절주절?
게시물ID : panic_9479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perro
추천 : 10
조회수 : 2411회
댓글수 : 17개
등록시간 : 2017/08/14 09:36:25
게시판이 맞는지 모르겠으나, 소재가 소재니 만큼 공게에 글을 써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온라인 이곳저곳에서, 그리고 요새는 간혹 오프라인에서도 장산범을 볼 때마다 기분이 되게 묘해요.

 왜냐면 다른 괴담들과 달리 실화바탕도 아닌 그저 소설이라고 인지하고 있기 때문에... 그걸 아는 이들도 있지만, 종종 무슨 전통설화라던가 라는 식으로 인식하는 사람들에 관한 곤혹감도 있고요...

 저는 오유 오기 전에 스레딕이란 아주 '안' 유명한 사이트에서 놀았어요. 이전 이름은 c8챈이란 곳이었는데, 일본 2챤을 흉내내어 만든 짭이랄지, 그런 곳이라 어린 오타쿠들의 분포가 매우 높고, 특히 동인활동이 활발한 오타쿠 위주로 다소 여초성향의 커뮤니티였습니다. 연령대가 어린탓인지 c8챈시절부터 놀았던 유저는 화석이 되는...그런 곳이었죠.

 그 중 제일 활발한 게시판은 뒷담판(후일 뒷담걸즈라는 이름의 오타쿠세상의 뒷담용 게시판이 분화되었습니다.), 바보판이라는 이름의 사실상 자유게시판 같은 곳, 그리고 후일 괴담판과 오컬트판으로 분리된 오컬트판이 있었습니다.
 
 이 사이트의 룰은요, 철저한 익명(글의 작성자를 제외하면 모두가 닉네임을 사용하지 않습니다. 작성자도 닉네임을 사용하지 않는 경우가 많고, 간혹 첫 작성자의 친구 등이 이야기를 이어가는 경우에는 동일인물 표시용으로 닉네임을 사용하는 정도..), 친목금지, 여초 특유의 닥눈삼...그리고 실존 인물의 저격이 될 수 있는 뒷담판의 스레를 제외하면, '주작이더라도 재미만 있으면 ok'라는 기조의 사이트였습니다. 인증도 애매한 가짜 인증이나 의미 없는 인증도 많았고,  뒷담판이 저격이기도 했다고 해도 저격하는 인물이 실존하지 않은채로 지어낸 소설도 많은 편이었고, 특히 오컬트판과 괴담판의 경우는 더더욱 그런 소설들이 많았습니다. 괴담이라는 게시판 주제의 특성 상, 다른 게시판보다도 더더욱 재밌으면 지어낸 이야기여도 뭐 어때, 하면서 대부분 용인하는 분위기였습니다.

 그리고 제가 아는 바로는, 장산범 괴담은 이 참 안유명한 사이트에서 처음 시작됐어요. 아쉽게도 지금은 완전히 망한 사이트라 찾아보기가 매우 힘들고...망하기 전에도 심심하면 서버와 글들이 날아가고, 리셋하고, 금새 지워지고 하던 곳이라 남아있는 자료는 얼마 없을 것 같으니 제 이야기 자체가 믿거나 말거나가 되는 판국입니다만...하여간 그 사이트에서 누군가가 실화괴담의 형식을 차용해 지어낸 소설입니다. 나무위키는 최대 80년대 이후라고 넉넉히 잡아주었던데; 아마 2000년대 후반에 처음 쓰인 소설이예요. 그 소설의 만듬새가 그럴싸했던것인리 다른 곳에도 여기저기 퍼져나갔고(그리고 스레딕 내부에서도 재미있다고 진짜로 있는 이야기인듯한 분위기를 그대로 남겨둔 채 여기저기에 퍼트리던 유저들이 있었습니다.)


저는 당시 흥미가 없어서 장산범에 관한 스레들은 늘 빠르게 넘겨버렸더랬습니다만,  간혹 괴담판 어딘가에서 놀고있을 그 이야기의 첫 창작자에서 왠지 장산범 괴담이 엄청나게 믿겨지고, 퍼져나가고 있다고 축하한다는 글이나, 왠지 소설이 성공적인 괴담으로 자리잡은 듯해 뿌듯하다는 글도 올라오곤 했거든요. 간혹 확인은 불가해도 본인이 등판해서 뿌듯해한 적도 있는 듯 하고..
 간혹 가다가는 타 커뮤니티에서 장산범 목격담이 나온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잘못본거나 그 쪽에서도 지어낸거겠지; 혹은 괴담판답게, 어느 이야기를 계속 믿고서 하다보면 이야기가 현실이 된다는 건 아닐까 하는 이야기를 하거나, 뭐 그런 글들을 봤던 것 같은 기억도 어렴풋이 남아 있기도 합니다.
 

 제 이야기에 그나마 남아있는 증거는 장산범 항목에는 나무위키에도, (그리고 이제는 망해버린) 리그베다 위키에도, (그 이름도 영향력도 규모도 얼마 안되던) 스레딕에 관한 내용이 가득하단 점일까요. 그리고 전통 설화 등의 연구자들에겐 완전히
듣보잡으 이야기란 것도...ㅋㅋ...
 어쩌면 다른 커뮤니티 여기저기에서 그 스레딕 괴담판에서 놀던 이름 모를 친구들이 그 놀이를 이어가는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디스맨과 슬렌더맨을 아시나요? 이 괴담들도 지어낸 이가 실존하는 현대에서야 만들어진 괴담이지만, 퍼트려진 이후에 여기저기에서 목격자들이 속출하고, 아이가 슬렌더맨에게 납치당했다거나 하는 이야기들이 나오자 이야기의 첫 창조자가 급히 거짓임을 알린다던가 했다고 하네요. 디스맨의 경우는 자기암시를 통해 꿈에 나타나는거구요. 똑같이 가위를 눌려도 귀신은 한국 등의 동양인에게만 나타나는 것 처럼요.
 어쩌면 장산범의 경우는 디스맨이나 슬렌더맨에 비해 첫 창작자가 덜 알려져 있기에 더 괴담화 하기 좋은 이야기였던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드네요.



괴담이 만들어지고 퍼져나가는 과정은 참 흥미롭지만, 현대에 탄생한 도시괴담이 전통설화인 것처럼 오해하는 사람들이 생기는 것이 조금 안타까워서, 어린 시절 추억을 떠올리며 몇 자 적어봅니다! 보통의 목격담?들과는 전혀 반대의 방향을 취하면서도, 결국 지금은 제 이야기도 믿거나 말거나 같은 신빙성의 존재일지도 모른다는게 참 재밌네요! 



오늘은 날이 좀 선선해졌습니나. 모쪼록 오징어들 다 좋은 하루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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