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소설] 아라드 괴담 - 略式百物語 #. 열여섯 번째 이야기
게시물ID : dungeon_66567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Fathance
추천 : 2
조회수 : 174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7/08/17 00:02:39
옵션
  • 창작글
ardmhs.png
무한한 혈기의 근원

 소녀는 자신의 앞에 한창 심지를 태우고 있는 초 하나를 두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마계에는 여러 가지 마법이 있어. 가장 흔히 쓰이는 게 자연에 존재하는 원소들을 이용하는 원소 마법이지. 배틀메이지들이 쓰는 체이서 마법도 있고. 아, 배틀메이지는 신체를 강화하는 것도 있었지. 그리고 소환마법 같은 것도 있고, 나 같은 마도학자들의 마법과 기계를 결합해 쓰는 것도 있고, 얼음, 바람, 차원, 그 외 기타 등등. 참 많이도 있어.
 그리고, 블러드 메이지가 사용하는 뱀파이어 마법이 있어. 타인의 피를 취해 그것을 자신의 마력과 생명력으로 바꿔 살아가는 마법. 엄밀히 따지자면 피를 혈기로 바꾸는 거지만, 걔들은 피를 취하면서 살아가는 거니까 별로 다를 건 없겠지.
 아라드에도 피를 취해가면서 살아가는 게 존재하니까 그다지 거부감이 덜할 수도 있겠는데, 마계에서는 꽤나 거부감이 심한 마법이야. 산 것에서부터 피를 취한다니, 끔찍하잖아. 그래도 그런 마법에 관심을 갖고 배우는 사람이 있으니까 계속 이어지는 거겠지.

 마계의 어느 사람이 뱀파이어 마법에 깊은 흥미가 생겨 그 마법의 연구에 깊이 몰두하게 되었다고 해. 아까도 말했듯이 누군가에겐 끔찍한 마법이라 할지라도, 누군가에겐 보기만 해도 가슴이 두근거리는 마법이 될 수도 있는 법이니까. 그 사람에게 있어선 후자였던 거야.
 하지만 그 사람과 가까운 사람, 쌍둥이에게는 영 꺼림칙하게 느껴졌는지 매일같이 뱀파이어 마법을 배우는 걸 말렸다고 해. 하지만 마법에 재능도 없는 네가 뭘 아느냐며 그 사람은 제 쌍둥이를 무시했어. 이미 깊이 심취해 버려서 말릴 수 있는 사람이 없었던 거야.
 그래도 그냥은 그렇게까지 빠져들지는 않는 법이야. 그 사람이 뱀파이어 마법에 심취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있었어. 아까도 말했듯이 뱀파이어 마법은 상대의 피를 취해 자신의 혈기로 바꾸는 마법. 그렇게 바뀐 혈기는 마법을 사용할 때 사용돼. 하지만 그 사람이 쓰는 것은 달랐어.
 아무리 뱀파이어 마법을 써도 지치지 않아. 마법을 써도 혈기가 바닥나지 않는다는 거야. 물리적인 것으로 생각하면, 그런 거겠지. 아무리 달려도 힘들지 않은 거. 아무리 달려도 지치지 않아서 막말로 시궁창에서 제국까지 쉬지 않고 달릴 수 있는 그런 거야.
 말이 안 되지? 하지만 그런 일이 그 사람에게 정말 벌어졌어. 신기하고, 매혹적이었겠지. 그래서 그 사람은 뱀파이어 마법에서 절대 헤어나올 수 없게 된 거야. 쌍둥이는 계속 그 사람을 말렸지만, 영 소용이 없었어.
 마법을 못 쓰는 너는 이 굉장함을 알지 못해! 라면서 막무가내로 계속 그쪽으로 파고 들어갔다고 해. 굉장했기에 영원하리라 믿고 있었을 거야.
 그 사람이 혈기를 흡수하기는 했냐고? 대부분의 뱀파이어 마법이 대상에 적중하는 동시에 혈기를 흡수하니까, 당연히 흡수했겠지. 그리고 불안한 마음이 내심 있었을지도 모르고. 영원한 게 있을 리가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을 수도 있잖아.

 그러던 어느 날, 그 사람과 쌍둥이가 지내는 집에 괴한들이 들이닥쳤어. 아라드와는 다른 의미로 마계는 되게 위험하거든. 몬스터와 더불어 사람들도 굉장히 위험한 동네라서 말야. 자기 것은 자기 힘으로 지켜야 하는 곳이야.
 그 사람은 제 뒤쪽에 마법을 전혀 못 쓰는 쌍둥이를 두고서 그 괴한들과 맞서 싸웠어. 마법을 못 쓰는 만큼 전력이 되어주질 못하니까 당연했지. 그리고 그 사람은 괴한들에게 자신이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것을 보여줬어.
 두 번 다시 그런 잡배들이 찾아오지 못하게 하는 가장 간단한 방법이 뭔지 알아? 바로 공포를 맛보여주는 거야. 이곳에 찾아오면 끔찍한 꼴을 당한다는 걸, 과하다 싶을 정도로 보여주고 일부러 살려서 내보내는 거야. 그럼 소문이 돌아서 엔간한 잡배들은 찾아오지도 않게 되거든.
 그렇기에 그 사람도 좀 과하다 싶을 정도로 자신의 마법을 선보였어. 어차피 자신에게 있는 혈기는 무한했고, 뱀파이어 마법은 다른 마계인들에게 두려움과 혐오의 대상이니까. 잔뜩 마법을 맛보여주고 쫓아내면 자연스레 그런 것들이 찾아오는 일이 없어질 거 아냐.
 이윽고 끔찍한 두려움의 시간이 끝나고 괴한들이 잔뜩 공포에 질려 그들의 집을 떠났을 때, 그 사람은 갑작스런 현기증에 비틀거렸어. 혈기가 부족해졌다는 증거였어. 역시 무한한 것은 없는 법이겠지. 그 사람도 그렇게 생각했을 거야. 
 그래도 제 혈기가 무한하지 않다는 걸 알아낸 것보다 이제 안전해졌다는 게 더 중요했어. 그 사람은 어지러운 걸 견디며 이제 안전하다며 제 뒤쪽을 봤을 때.
 그곳에는 혈기도, 생명력도 전부 잃은 채 죽어있는 시체 한 구만이 있었다고 해.


 그 말을 마지막으로 소녀는 자신의 앞에 있는 촛불을 불어 꺼뜨렸다.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