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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추>리뷰:결국 사랑은 시간을 선물하는 일SWF(소리유)
게시물ID : movie_6986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zlatan09
추천 : 6
조회수 : 879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7/08/17 22: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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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회 베를린국제영화제 경쟁작에 초청받은 김태용감독의 <만추>입니다
저의 인생영화중 하나이면서...21C 한국영화계를 대표할만한 로맨스영화라고 생각합니다.

당시 개봉할때를 떠올리면..
그전에 이미 토론토 국제영화제나 시애틀 국제영화제 스톡홀름영화제에서 극찬을 받았기에 기대감은 컸었죠
당시 유명평론가 이동진평론가에게 별4개반을 받으면서 정말 간만에 한국영화 대작맬로가 나왔구나 설래였고 영화관람이후 그 설램은 좋은영화를 본 풍족함을 느꼈던 기억이 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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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추>라는 작품은 여러가지 의미에서 한국영화사의 특위한 위치를 점하고 있는 작품이지만 그걸 떠나서 제 인생작이기도 하고 몇안되는 블루레이 DVD로 소장중인 작품중 하나인 이 작품에 대해서 리뷰를 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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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통 멍이 든 얼굴로 시애틀의 한적한 주택가 골목을 휘청 거리며 내려오는 애나(탕웨이)의 모습을 비추며 영화는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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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감옥에 수감된 애나는 9년의 형기 중 7년을 보냈을 때, 어머니의 사망으로 72시간이라는 짧은 특별휴가를 허락받습니다.

시애틀로 가는 버스에서 애나는 누군가에게 쫓기고 있는 훈(현빈)을 만나게 되고, 둘은 애나의 짧은 특별휴가 기간 동안 인연을 이어나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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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탕웨이의 얼굴을 스토커처럼 따라 다니며 하나하나의 표정 변화를 세밀하게 살피고, 대사보다는 그것으로 감정을 전달하는 데 치중합니다
그렇다면 대사가 상대적으로 적다는 것인데, 사람들은 여기에서 이 영화가 매우 지루하다는 편견을 가지게 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72시간이라는 짧은 시간의 인연을 담았음에도 다양하고 풍부한 에피소드가 흘러넘칩니다
심지어 버스가 안개 자욱한 시애틀로 들어가는 장면은 마치 호러영화의 한 장면을 담아낸 듯 보이기도 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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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과 애나, 애나와 훈. 둘의 관계에서 시계와 안개는 큰 의미로 다가옵니다.
훈과 애나가 처음 만났을 때, 훈은 애나에게 차비를 빌려준 대가로 자신의 시계를 건네줍니다
훈이 애나의 손목에 시계를 걸어주는 순간은 둘의 첫 접촉이 일어나는 순간이고, 7년 동안 정지되어 있던 애나의 시간이 다시 흘러가는 계기가 됩니다.
손목시계는 둘 사이에서 몇 차례 건네지다가 애나가 감옥으로 복귀하게 되는 순간, 이 영화의 가장 가슴 아픈 순간에 홀연히 애나의 손목에 등장하죠
아니 손목시계가 있음으로 해서 그 장면이 가장 애달프게 느껴지는 것일것일지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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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와 안개의 도시 시애틀. 
시애틀은 어쩌면 제3의 주인공입니다. 시애틀의 안개는 그 자체로 둘의 사랑에 깊은 심연과 애처로움을 안겨다 주죠.
애나는 감옥에서 나와 버스를 타고 훈과 함께 안개가 자욱한 시애틀로 들어갔다가 안개가 걷히자 혼자서 감옥으로 복귀합니다

안개가 의미하는 건 무엇일까 생각해보면..안개는 곧 애나의 마음을 표현하는거 같습니다. 
애나는 자발적 의지로 감옥을 벗어난 게 아니라, 어머니의 죽음이라는 돌발적 상황의 발생으로 수동적으로 벗어나게 된 것이죠. 
7년 동안의 수감, 무표정한 애나의 얼굴, 과자를 먹으며 눈치만 살피는 애나의 눈빛. 버스 운전기사의 ‘괜찮다’는 말에 겨우 용기를 내어 버스에 오르는 애나. 가족들마저 자신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몰라 허둥지둥 대고, 남편 살해의 원인을 제공했던 남자와의 우연한 마주침은 애나를 더욱 힘들게 합니다

이러한 모든 혼란이 바로 시애틀의 짙게 드리워진 안개이며, 안개의 걷힘은 바로 애나가 혼란한 마음을 정리했음을, 다시 사랑하게 되었음을 의미합니다. 그러니깐 애나의 손목에 걸린 훈의 시계가 가슴을 애달프게 하는 것은 안개는 걷혔지만 그 순간이 바로 훈의 부재와 맞닿아 있기 때문입니다.
 
애잔하고 가슴시린 로맨스 영화인 <만추>엔 매우 인상적인 몇 장면이 담겨져 있으며, 이러한 장면의 연결만으로도 이 영화는 충분히 아름답습니다.
하나. 어색한 가족들 사이를 빠져나와 애나는 7년 만에 닫힌 귀를 뚫으며 귀걸이를 하고, 화려한 옷으로 갈아입고 시애틀을 활보합니다.
 마치 자유의 몸이 된 듯한 착각과 함께. 그러나 그 착각은 교도소에서 걸려온 한 통의 전화로 산산조각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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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자유의 몸이 아니라는 자각, 옷과 귀걸이를 벗고 교도소로 다시 돌아가려는 애나,
그리고 그 앞에  나타난 훈.
알레르기로 가려운 귀를 신경질적으로 긁어대는 애나와 덧난다며 걱정해주는 사람입니다.
 
닫힌 놀이공원에서 범퍼카를 타는 애나와 훈. 
다른 두 남녀의 모습에 연극처럼 대사를 입히는 훈과 감정이입하며 눈물을 흘리는 애나.

갑자기 뛰기 시작하던 애나는 뜀박질을 멈춘 후 자신의 얘기를 늘어놓기 시작합니다
영어로 시작한 얘기는 어느덧 중국어로 변하고, 훈은 눈치껏 ‘하오’(좋다)와 ‘화이’(나쁘다)로 추임새를 넣습니다.
애나가 비로소 마음을 열었음을 보여주는 이 장면은 비록 말이 통하지 않더라도 충분히 소통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기적과 같은 순간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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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나曰"오래 전 사랑했었던 남자가 다시 돌아와서 제게 말했어요. 자기와 같이 가자고. 제 남편이 그 사실을 알고 노발대발했죠.
둘 다 죽여버리겠다고 했어요. 그 사람이 집으로 들어왔고...결국...
도대체 어디서부터 문제였을까요.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됐던 걸까요?"
(한참을 독백하듯 중국어로 말하던 애나가 훈을 돌아본다.)

훈曰"하오. (좋아요)"
(애나가 잠시 웃음을 지었다가 곧 멈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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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도 없이 장례식장에 찾아온 훈은 애나의 예전 남자와 싸움을 벌이고, 싸움을 말리는 애나에게 훈은 어처구니없는 변명을 끄집어냅니다.

 사실 훈은 애나가 얘기를 했음에도 이 남자가 누구인지 전혀 알지 못합니다
 중국어로 얘기했기 때문에. 그러나 두 남자는 본능적인 라이벌 의식으로 서로를 견제하고 급기야 싸움으로 발전하죠.
수면 아래로 잠잠히 흘러가는 듯한 애나의 감정이 폭발하는 유일한 장면이기도 합니다.
 그만큼 폭발력이 있는 장면이죠.
영화에서 가장 코믹한 장면이 가장 격렬한 장면, 그리고 가장 절규하는 장면과 바로 맞닿아있어서 관객으로선 가장 곤혹스런 장면이기도 합니다.(실컷 웃다 갑자기 가슴이 먹먹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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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옥으로 복귀하던 버스가 짙은 안개 때문에 잠시 정차하고, 훈은 따라온 남자로부터 자신이 살인사건의 피의자로 몰렸음을 통고 받게 되죠

그리고 클라이막스인 훈은 그녀와 드디어 진한 키스씬이 나오죠
그리고선 훈은 이렇게 말합니다.
“여기서 다시 만날까요? 나오는 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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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에서 잠을 자던 애나는 어느 순간, 안개가 걷혔음을 알게 되고, 손목시계의 존재와 함께 훈의 부재를 깨닫습니다.
양손에 커피를 들고 훈을 찾아 헤매는 애나. 커피를 흘려가며 훈을 찾던 애나는 어느 순간, 동작을 멈추고 약간 당황한 듯한 표정과 함께 한 곳을 응시합니다
과연 애나는 무엇을 본 것일까요.
훈이 연행되는 모습을 본 것일까?아니면 달아나는 모습을 본 것일까? 
아니면 경찰차를 보곤 훈이 떠났음을 직감한 것일까?
영화는 그 해답을 알려주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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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후 출소한 뒤 훈과 약속한 장소에 도착해 훈을 기다리는 애나.
화면은 왼쪽에 여백을 두고 그곳에서 들리는 소리에 집중하는 애나의 모습을 보여주죠
 잠시 후 애나는 미소를 지으며, 인사를 건네죠
 애나도 훈이 올 것이라고는 생각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애나에게 중요한 건, 훈으로 인해 다시금 사랑할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 정상적으로 시간이 흘러간다는 사실 그랬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이 영화는 단적으로 말하자면 애나, 그러니깐 탕웨이의 표정을 살피는 영화입니다.
그만큼 영화에서 탕웨이가 차지하고 있는 비중이나 몫은 거의 전부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입니다.
그렇다고 현빈의 연기가 최악이라는건 아닙니다. 어떤이들은 그렇게도 말하지만..
전 뭐 그냥 소소했습니다.
영어가 구리다고 하기도하지만..초반에보면 전화통화로 나도 이젠 왠만큼 미국에서 의사소통이 가능하단걸 보면 이 작품에서 훈이란 캐릭터는 그렇게 영어가 유창하지않다고도 생각할수도 있는부분이라 그정돈 그냥 넘어갈순 있더군요


그러나 탕웨이는 정말 ‘좋은 배우’였습니다. 영화가 끝난 직후에 든 생각입니다.
그저 ‘좋은 배우’라는 표현 밖에는 생각나지 않는다는 게 언어의 한계를 실감할 정도로 ‘좋은 배우’입니다.
애나는 마지막 장면을 제외하고는 거의 무표정으로 일관합니다.
하지만, 영화를 보고 나서 곰곰이 곱씹으면 곱씹을수록 떠오르는 건 애나의 다양한 표정들이었습니다.
그 무표정 속에 담긴 슬픔, 기쁨, 호기심과 같은 감정들의 전달. 탕웨이의 무표정 속에 담긴 감정은 보는 관객에게 몇 가지의 상념을 동시에 전달합니다.
거기에서 중요한 요소는 바로 탕웨이의 얼굴이죠
얼굴이 예쁘다는 말이 아니라, 그 나이의 여자가 가질 수 있는 얼굴의 자연스러움. 그 주름과 그 미소의 아름다움.
세삼 대부분의 한국 여배우들의 얼굴에서 보기 힘든 주름이 이토록 아름다운 것인지 새삼 알게 되었습니다.
 
만약 탕웨이의 표정에서 아무 것도 보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만추>는 아마도 아주 지루한 영화가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그 반대라면 이 영화는 그 어떤 영화보다 재밌고 흥미진진한 영화가 될 것입니다
 <만추>는 탕웨이의 표정 하나만으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는 영화거든요

탕웨이에 의한
탕웨이를 위한
탕웨이의 영화

마지막으로 영화당에 나온 만추리뷰영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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