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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 단편소설 '갑자기'
게시물ID : readers_2937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바날
추천 : 5
조회수 : 287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7/08/24 02:5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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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 고속도로를 타고 가는 와중에 차가 밀리기 시작한다.

"와.. 씨.. 뭔 차가 갑자기 밀리냐? 사고났나?"

민석이가 신경질 적으로 핸들을 툭툭 쳐대며 말하자 현민이는 '글쎄?' 라고 말하며 창문을 열어 앞을 보는 시늉을 하며 생각을 했다.

'이 자식아. 너 때문에 우리가 사고가 나겠다. 일단 담배좀 꺼라 제발'

담배를 입에 아슬하게 걸친 채 두 손으로 핸들을 치는 충격으로 담뱃재가 조금씩 차에 떨어지는 게 보였다.

"저.. 민석아 담배 떨어질거 같은데..."

"아.. 씨발 안 떨궈 닥치고 네비나 국도로 다시 찍어봐"

안 떨어 뜨리는 것만 문제가 아니라 이차는 뽑은지 두 달도 안됐고 더 문제는 현민의 차였으니 울화가 차올랐으나 저 더러운 성질을 알기에 현미은 입만 달싹 거렸다.

성질만 더러운게 아니었다. 살집 오른 얼굴에 들지도 않는 1년 된 일회용 면도기로 밀다 보니 덜 밀리다 못해 끊어지다 된 수염. 뭔가 여러 번 잡아 뜯은 건지 갈라지고 피딱지가 군데군데 보이는 갈라진 입술. 눈썹을 손가락으로 모아서 돌리는 괴팍한 버릇 때문에 숱이 거의 없어 민눈썹으로 보이는 눈.

그것뿐만이 아니다. 돈은 벌지도 않으면서 집에서 뺏다시피 해서 살아갔고 주변 사람들에게 크던 작던 모두 돈을 빌리고 갚지 않아 등 돌린지 오래였고 더 이상 빌릴곳이 없자 캐피털이건 현금서비스이건 다 쓰고 최근엔 사채까지 손 댄 것으로 알고 있다.

집에선 아들 하나 없는 취급하고 남남으로 살고 있고 정말 다른 사람 인생에 도움이 지금 자신의 차에 떨어지고 있는 담뱃재 만큼이나 없는 인간이 됐다고 현민은 생각했고 이제 된 것 같다고 느꼈다.

"넌 완성됬어 민석아"

현민이 은은한 미소를 띄고 자신을 보며 갑지가 헛소리를 하자 민석은 담배를 창문 밖으로 푸훽 하며 뱉은 후 현민이를 보았다.

"썅! 뭔 개똥같은 개소리를 갑자기 씨부리는데?"

현민은 의아한 눈으로 쳐다보는 자신의 작품을 마주 보았다. 얼마나 힘들고 오래 걸렸는가. 병신 같은 놈에게 당해주는 것도 속에서 천불이 나서 중간에 포기할뻔한 적도 많았지만 결국 5년에 걸쳐서 완성시켰다.

"갑자기 하는 얘기가 아니야 민석아. 내가 너를 만들었어. 인생의 끝자락. 개 같은 안하무인 성격. 더러운 위생관념. 노동 의지 상실. 인간관계단절. 사회 부적응. 넌 이미 사회의 암이자 충분한 쓰레기가 되어 주었어."

부처가 있다면 이런 인자한 말투였을 것이라고 생각될 정도였다.

민석을 어리둥절 했다. 군 시절 빼놓고도 7년이상 자신의 종노릇을 하던 놈이 이상한 소릴 해대니 미쳤는가 싶어서 평소처럼 몇 대 패주면 될 것이라고 생각해 미친 새끼니 존나 패준다느니 온갖 험악한 말을 하며 바로 나오는 쉼터에 차를 새웠다.

차를 새우자마자 날아온건 현민의 주먹이었다.

"빠악! 퍽 퍽"

"아악..아아악"

피할 곳도 없이 여러 번 날아든 현민이의 연속된 주먹질에 굉장한 소리가 나며 민석의 얼굴은 피 칠이 됐고 이상한 각도로 돌아간 입에선 살점과 이빨이 주르르 흐르고 있었다.

"후아.. 힘드네.. 아프느라 힘들었겠지만 잘 들어 민석아? 네가 개 같은 인간이 된 모든 것이 내가 천천히 그렇게 되도록 했다는 말이야. 앞으로 나 없이 지낼 테니 살면서 네가 뭐가 잘못됐다는 건지는 천천히 느껴 보도록 하고 원래 너는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내 상대가 안돼. 나도 여태 종 노릇 해주기도 힘들었다."

민석은 눈앞이 흐리고 귓가가 웅웅 거렸지만 말은 똑똑히 다 들을 수 있었다. 어긋나 움직이지도 않는 턱을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감싸 쥔 체 말했다.

"ㄴ.. 노 개 해기.. 주허버힌다.."

"뭐? 똑바로 좀 말해줄래? 아~ 죽여 버린다고? ㅎ 뭐 네가 할 수 있는게 딱 그거지.. 그거 말고는 넌 내 인생을 망가뜨릴 수가 없거든"

현민은 두 손으로 머리를 힘주어 쓸어 넘기며 눈빛을 바꾼 채 말을 이어갔다.

"내가 말이야. 간간히 나타나서 너에게 공포를 심어 줄거야. 네가 그런 개같은 생각을 못하게 말이야. 어떻게 심어 줄껀지 궁금하지 않아?"

말을 끝낸 후 현민은 차에서 내려 민석을 끌어 내리고 패대기 쳐진 민석의 종아리를 무릎으로 힘껏 누른 채 발을 잡고 천천히 돌리기 시작했다.

"끄어흐.. 아악! 제발 혀미아 제바 악! 왜그래 으허흑"

흐느끼는 민석의 발을 완전히 뒤로 돌리고 난 후 현석은 차를 타고 떠나갔다. 뒤에는 이제 시작인 것을 모르는 가여운 인간만이 몸을 웅크린 채로 발목을 잡고 떨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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