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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글모음(스크롤주의 똥글주의)
게시물ID : freeboard_161898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어떤것
추천 : 3
조회수 : 405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7/08/26 23:3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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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예전에 공게서 잠깐 활동하다 일이생겨서 떴었는데,

글쓰는 모임서 활동을 하게 되다보니 누군가에게 보이고 싶은 욕심이 생겨서 염치없이 왔습니다.

그냥 sns에 흔한 새벽똥글이지만요...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먼 옛날 내 일기장에
 소낙비 한방울 떨어졌고
 지금도 무심결에 좌르륵 펼치면
 그 페이지가 가장 먼저 보이지
 꾹꾹 눌러쓴 펜글씨 한켠에
빗방울로 번져 오그라든 노트 한구석
 그리움은 그런 것이리라
 내가 옛 마음을 뒤적일 때에
 책갈피처럼 혹은 언젠가 끼워둔 마른 잎새처럼
 네가 있는 그곳에 절로 가 닿는 것
 시간 지나 빗자욱이 마르고
 그것도 추억이었노라
 얘기할 수 있게 될 때에도
 누렇게 뜬 일기장 구석에
 빗방울 메마른 자리가 여전히 고달픈 것
 너와 빗속을 웃으며 뛰어가던 일이
 네가 웃고 울고 안고 옹송그리고 있던 모든 모습이
 빛바랠 지언정 사라지지 않고
 언제고 내가 울 수 있는 변명이 되어주는 것
 끝끝내 운문으로도 못 남길 울음소리로
 진실로 미안했다 내 어리석은 사랑
 너를 울게하여서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드라마처럼 만나 노래처럼 사랑하고
 시문처럼 그리워하다가 영화처럼 헤어졌다
 그래서 내게 현실은 지나치게 까끌했다
 나는 너를 그리워하면서도
 큰 일이 보고싶고 배가 고픈 내가 이상했다
보고파 울다가도 목이 마르는게 이상했다
 나는 헤어지면 그래서 서로 못보게 되면
 눈물을 마시고 한숨을 먹고 살 줄 알았다
 내 몸은 그리움에 청빈했고 사랑과 달리 내게서 덜어지는 것 하나에도 진저리를 쳤다
 그제야 나는 내게 노래가사를 읊어준 사람들이 틀렸다는 것을 알았다
 청소기를 돌리다가 설겆이를 하다가 문득 눈물이 나는게 아니었다
 마른 이불빨래를 거둬다 침대에 깔아야
 그래서 방금 씻은 배부른 몸을 햇살 냄새나는 여문 솜이불에 누이고
 그래서 내 몸이 온전히 더 필요한 것이 너뿐일때 우는 것이다
 나는 내 생명보다 네가 더 소중하리라 싶었는데
 나의 몸은 너를 자판기 커피와 씻은 과일과 식후의 연초와 같은 취급을 했다
 이백 오십원 짜리 내 그리움
 천 삼백원짜리 사랑
 그제야 나는 나의 몸은 실로 나의 몸이되 나의 것이 아니었음을 알았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네가 그리운 날이면
 나는 볕이 좋은 집 앞 공원에 앉아서
 마주보이는 작달만한 바위에 대해 골몰했다
 바위로 태어나 사는 것은
 풍화도 마멸도 업으로 삼는 일이리라
닳아없어지는 일에 대해 자부심을 갖는 것이리라
 내가 너를 사랑하고 또 그리워하는 이유로
 가슴이 닳아 부서진들
 바위가 모래가 되는 것처럼 누구도 슬퍼하지 않아야한다
 그러기위해 태어난 것이 그리하여 죽은 것이므로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헤어진 오후, 오래되어 놋쇠처럼 반질거리는 낡은 서랍장에서 편지를 꺼내어 보았습니다.

내게서 갈 때에는 조약돌처럼 단호하던 이가 원추리처럼 피어있었습니다.

이제와 못내 서러운 것은 나의 속 아귀를 돌쩌귀를 쥐고 녹을 스리던 후비어내던 말들이 아니라

 그대가 내게 다정했던 시간입니다.

매몰차게 짓이겨 밟아 헤어지는 인사에 조차 침을 배앝던 뒷모습은 납득하였으나

그러나 우리가 서로에게 신실했던 그 오후의 말들이 증거로 남아 나를 추심하는 가운데

나는 시침에 목을 메고 싶었습니다.

사랑한 자가 떠날 때에는 사랑한 말들도 같이 떠나갔으면 좋으련만, 그대가 없는 자리에는 산사태처럼 지난 날들이 몰려오고 햇살은 눈이 부시고 보푸라기마저 올라올 듯한 낡은 편지지는 도무지 사라지지를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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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도 B도 둘 사이의 명백하고도 가까운 종말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이미 죽고 없는 사랑을 그저 붙들고라도 있었던 것은 둘 중 누가 먼저 고독할 권리를 주장 할 수 있을지 몰랐기 때문이다.

누구는 해준게 너무나 없어서 먼저 고하기엔 염치가 없었고 누구는 비참한 신세의 당신을 놓아 보내기엔 연인 미만의 어떤 동정심이 있었다. 사랑한다고 표현하기에는 서로 고개를 숙이고만 있었고 끝내는 누군가가 조심스러운 안녕을 했다. 다만 처음 만났을 때 처럼 열이 없는 관계로 돌아갔으며 내일 아침에 일어났을때 습관처럼 안부를 물을 사람이 없어졌다는 점만 제외하면 여느때 같은 황혼이었다.

둘이 그날 새벽이 다 지나도록 울었던 것은 그저 밤이 깊어 마음이 조금 이지러졌으며 그런 와중에 고하고 고함받은 길거나 짧은 사랑을 애도하기 위함이었다. 서로를 위하여 애달프던 시간으로 수의를 입히자 이제 한없이 마음에서 지분이 줄어든 그대도 보란듯이 그럴 듯한 옛사랑이 되었다. 그저 그뿐이었고 또 다음 사랑은 봄바람인척 숨어와 폭풍으로 휘몰아치다가 어느날 마치 언제 그랬냐는 듯 사라질 것을 알았다. 그래서 A도 B도 C도, 그리고 a도 b도 c도 나이를 먹을 수록 연애가 두려워졌다. 또 다음의 사랑도 돌이킬 수 없는 마모를 남길 것이다. 그리고 또 알면서도 가슴속의 깃발을 전력으로 휘두를 것이고 오래도록 피 흘릴 것이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지금으로부터 아주 오래 전에
 우리는 그저 목적도 없이 누구의 집에 모여서는
 큰 소리로 무엇이나 떠들며
한마디 뜻도 제대로 모르고 서른즈음에를 불렀다

 아주 멍청한 우리는 그 나이쯤 되면
 우리가 어떤 무언가를 위해 살고 있으리라고
 품어온 꿈 혹은 영화와 테레비속 나를 감동시킨 무언가가 되어
 멀리 곧게 걷고 있으리라고 믿었다

 무엇하나 때묻지 않고 누구도 귀기울이지 않는 고민과 노래와 포옹과 맛도 모르는 술잔이 오가고
 부딪힌 술잔을 목 뒤로 떨어넘기고 나서 마주본 서로와 우리는 더는 젊지 않았고

 우리는 멀리 곧게 걷고있지 않았고 푸른 융단길은 나를 위해 깔려있지 않았고 그래도 가슴에 여지껏 버르적거리는 꿈은 도무지 시들어버리질 않고 지분지분 새카만 연기를 뿜으며 타버리고

 잿더미 잿더미 잿더미

 그래도 그저 살아지기에 살아가노라고 말하기엔 너무나 부끄러워서 헤어질 즈음에 너는 나는 뜻도 모르고 울었다 고생이 많다 그래 너두 그리고 돌아설 적 즈음엔 가로등 불빛이 무대에서 내려오는 스포트라이트 같았다 걸어서 지나치자 멀리서 막이 내리는 소리가 들렸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너를 사랑하고 있을 때에는 잠들기 위해 백가지 이유가 필요했고

 너와 끊어진 후에는 널 생각하지 않아야할 천가지 이유가 필요했다

 그 후로도 오랫동안 너는 내가 어디서건 울기 위한 이유였다

 이유가 있어서 울었는지 울기 위한 이유로 너를 필요로 했는지 나는 아직 모르겠다

다만 지금도 아주 가끔은

 나 또한 너의 울기 위한 이유이길 바라는 마음이 있다

 사랑했으니 네가 웃으며 살았으면 좋겠노라고 빌면서도

 그러나 너의 새벽에 울기 위한 이유로 내가 그믐달처럼 떴으면 한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닿지않을 편지임을 알아도
 굳이 만석인 우체통에 받는 이 없는 편지를 쓰는 까닭은
 내가 당신에게 배운 것이 그뿐이기 때문입니다
 나는 이미 당신을 만날때에
 셈과 글월을 읊었고 줄을 엮거나 자잘한 요리도 했으며
 시원찮게나마 자랑할 만한 재주도 많았으니
 당신이 내게 준 것은
그저 고독하지 않는 법 뿐이었습니다
 누군가의 존재로 말미암아 외롭지 아니한 상태가 되는 것이 아니라
 그저 그의 부재와 떠난 자리에 남은 흉터
 도닥이기에 너무 가파른 우리 사이의 종언에 대해서도
 오롯이 납득하고 그 자리에 앉는 것
 속에 품어 안은 포효가 닳아 사라질 때까지
 아주 오랫동안 펜끝으로 긁어내는 일
 그러니 오늘도 일몰에 지는 꽃잎마다 편지를 씁니다
 잘 계신가요
 잘 계시겠죠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터미널 앞 가판대에서

 방금 물먹은 장미가 한두름에 삼천원이다

 사천원을 들고 너를 만난 날

 너와 헤어지고 오는 골목길에서

나는 담벼락에 손을 포개어 대고 울었다

 양껏 우는 와중에 다음날 오전에 일이 있어서

 그만 울었다

 그만 우는데 필요한 이유가 고작

 다음날 오전의 약속 하나였다

 그래서 너는 내게 낭만이 없다 했다

 오는 길 뒷목을 적시는 봄비가 시려서

 버스 다섯정거장 만큼 더울었다

 우리는 김밥집에서 헤어졌다

 네게 주지 못한 낭만이 저기 삼천원이구나

 그날도 저런 가판이 있었으면 좋을 뻔했다

 모자란 택시비로 긍긍하지 말고

 헤어지고 돌아서는 네 손에 장미 한두름만 들려줄걸

 나와 헤어지고 집 가는 길에

 너는 나처럼 울음그칠 이유도 없었을텐데

 정류장에 서서 울지말라고

 장미 한두름만 들려줄걸

 일년전에 네게 주지 못한 낭만이 한두름에 삼천원

 오늘은 돈이 아주 많아서 그 장미 한두름을 샀고

 집으로 오는길 삼천원어치 울었다

 그런 밤도 있는 법이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언제쯤 겨울이 끝나려나
 매번 그랬듯이 아무렇잖게 다른사람 만날래도
 문득문득 숨이 막히는데
 너를 생각할때마다
 나는 가슴에 아카시아 한그루 심는데
 그냥

딱 한번만 네가

 나한테 웃어주고 안아준 다음에

 돌아섰으면

 이제 더이상은 사랑해주지 않아도 되는데

 근데 그래도 나 한번만 안아줬으면 좋겠는데

 더이상 못봐도 좋은데

 그래도 한번만 웃어주고 가면 좋겠는데

 가을비가 내리고

 나는 아직도 작년 이즈음

 네가 올라오던 지하철 입구 앞인 것 같아

 나도 널 좋아했노라던 숙소 앞인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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