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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ID : freeboard_162109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무따
추천 : 0
조회수 : 121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7/08/31 11:11:48


 이별의  김포공항 이라는 단편을 얼마전 우연치 않게 읽었다.우연치않다는 것은 불과 얼마 후 지금 나는 이별이라기엔 짧지만 그래도 이별이고 김포공항은 아니지만
인천공항에 있기 때문이다.
 
 환전이니 수속이니 안그래도 준비성이 없고 덜렁대는데다 시간까지 촉박하니 바쁜 공항따라 덩달아 서둘렀고 재촉됐다.

여행의 설레임을 잠깐 누그러뜨리기 위해
잠시의 떠남이라도 두고 온것에 대한
일종의 묵념과 같은 안녕을 비행기에 오른 이제야 해보려한다.


  출국 하루 전 날 소풍전 날 처럼 잠을 설치진 않았지만 8월 막바지쯤 상쾌히 느껴지는 밤공기를 색다르게 느끼고 있었다.
얼마간은 한국땅의 모든것을 느끼지 못할 걸 알기에 

 또 막상 출발하는 비행기에서는 한국으로 돌아갈 날이 아득하게만 느껴지고 낯선 곳에 떨어질 생각에 조금 서글퍼지기 까지 했다.

 내가 이런 나의 감정에 제일 놀라고 있다. 머 딱히 놀랄일도 아니라고 생각하겠다만, 이제껏 내가 생각해왔던 나랑은 상이해서 였다.

 <달과6펜스> 에 이런 글귀가 있다.

 "낯선 곳에 있다는 느낌,바로 그런 느낌 때문에 그들은 사랑을 느낄 수 있는 뭔가 영원한 것을 찾아 멀리 사방을 헤매는 것이 아닐까."

 이 글귀가 나를 사로잡았다. 내가 오래 느끼고 생각해오던 것을 아주 유명한 소설에서 발견했으니 말이다.

 나는 이방인 이고 아웃사이더 이고 방랑자 이며 자유인 이었다. 6펜스보다 늘 달을 향해있다 생각했었다.

 그러는 내가 느끼는 한국에 대한 그리움이라니.그것도 떠나기 전날과 당일에.. '너 뭐냐' 같은 당혹감이 적지 않았다.

 내가 이방인이라 스스로 자처하고 느끼는 것은 어떤 장소적인것에 국한된것이 아니었다는 것이 증명된 바이다.

 뿌리를 내려야 할 텐데 그게 어느 곳이라도 이방인의 느낌을 지울 수 있게 말이다.

 나는 어디로 가고있으며 어디에 속하게 될까
아무런 적이 없어 어디든 속할 수 있고
아무것도 아니라 무엇이든 될 수 있는 상태인데

 헤매는게 길이라면 그냥 헤매라 하던데
 지금 내 상황이 그렇다
 또 낯선 곳으로 떠나는 여행객에게도 적당한 말이 될것 같다

 이제 한국을 완전히 벗어났다. 
 아무도 나를 모르고 그들도 나를 모르는 
 나에겐 불모지 같은 곳에서 80여일의 시간을 보내다 올것이다. 
  
 좌충우돌 로맨스 여행기가 될 수 있기를
(내가 여기서 특히 강조하는 것은 로맨스다)
 
 매일매일 글을 끄적이겠다. 
 여행이 끝난 후 한데 모인 글은 
 어른이 되어버린 소년의 성장소설 같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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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항을 막 벗어나려 할때 나는 나의  오감을 활짝 열어서 이국땅의 정취를 한번에 느끼려 했다. 그러나 깊게 내뱉은 날숨에 비해 뭔가 부족한 느낌이 들숨을 통해 들어왔다. 
  
 눈에 들어오는 풍경엔 이국의 신비로움이 가득했지만, 다른 감각들 특히나 동남아라고 하면 떠오르는 그 꼬릿한 냄새는 한참 뒤떨어져 따라온 탓이었다.  
덜 예민한 감각 때문인지. 내리는 비때문이었는지. 여튼 그랬다.
  
  이미 어둑어둑 해진 상태에서 숙소로 가는 택시를 잡아서 탔다. 3번째 만에 가격이 절반으로 떨어진 택시는 친절하고도 무사히 나를 목적지에 내려주었다. 
 
 좁은 골목길에 있는 게스트하우스 였는데, 골목 양옆으로 8~9층이 되는 건물들이 주욱 늘어선 모양이었다. 그것이 무언가 어울리지 않는듯 여겨지어 이색적으로 느껴졌다. 

 4층이 내가 머무는 방이었는데 굉장히 복잡하고 미로 같은 계단과 통로를 통해서 들어왔고, 그 통로에서도 제일 끝쪽에 위치하고 있었다. 
 
 짐을 간단히 정리하고 바깥을 한번 둘러보기로 작정하고 나섰다. 이미 시간이 10시가 넘은 시간이라 차가 다니는 도로가에 자리잡았던 노점들이 파장하는 분위기라 로컬 음식을 맛보는건 다음날로 미루고 바로 숙소로 다시 되돌아 왔다.

 숙소로 다시 돌아오는데 나는 두번 이나 헤매었다. 초보 여행자의 서투름에, 앞서 말했던 복잡하고 미로 같은 통로가 더해져 낸 결과였다.

 처음엔 바로 옆 건물로 들어갔다. 글을 쓰는 지금도 그게 옆 건물이었는지 아니면 같은 건물에 다른 출입구였는지 헷갈린다.  
 
 이때쯤 카운터가 있어야 하는데 하면서 무턱대로 올라갔는데 5층까지나 올라가고 나서야 발걸음을 돌렸다. 실제 내가 머무는 곳에  카운터는 2층인데 5층까지나 올라간 후에야 잘못 온건가 라는 의구심이 들정도니, 그 건물 내부가 얼마나 똑같은지
덧붙여 설명을 할 필요가 없겠다.

 3층 쯤에서 본 벽에 낙서가 '이 건물이 맞는데' 라는 생각에 힘을 더해줬을 정도다.
분명 아까 내려오면서도 그러한 낙서를 본듯했고, 똑같이 반쯤 열린창도 보았고, 벽 구석에 짙게 드리워진 곰팡이도 보았다. 고 나는 확신한다. 

 그 낙서는 벽에 생긴 크랙에 덧대어져 그려진 어떤 여자의 얼굴 이었는데, 낯선 땅에 홀로 떨어진 여행객을 환영하기엔 적합해 보이지 않았다.  별다른 감정이 없는듯 무미한 표정이었다. 건물 내부는 층마다 2개의 출입구가 있었는데 출입구도 굳게 닫혀있고, 거기에다가 셔터까지 이중으로 닫혀져 있고 자물쇠 까지 채워져 있었다. 

 완전히 잠들어 버린 건물에 불빛이라곤 건너편 건물에서 간헐적으로 들어오는게 전부였고, 분명히 있어야 할 카운터는 보이지 않는데다, 무표정의 여자그림...

 1층 까지 한달음에 내려오고 나서야 나는 숨쉬는법이 생각났다는 듯이 숨을 몰아 쉬어야했다. 
 
 그리고 바로 옆에 출입구가 내 숙소가 있는 곳이라는걸 깨닫고 안도했다. 
 근데 웃기게도 그 건물에서도 내 방을 못찾고 헤맸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나는 숙소는 4층 이라는 것만 생각하며 올라갔는데, 출입구가 또 굳게 닫혀있는 것이다. 셔터까지 내려진 상태로 말이다. 분명히 2층에 위치한 게스트하우스 입구를 보고 올라왔는데도 4층에 문이 꼼짝없이 닫혀있는 것을 보니, 도대체 무슨 일인지 어안이 벙벙해졌다. 

 다시 내려가니 게스트 하우스 매니저가 나를 안내해주었는데 실상은 이랬던 것이다.  2층에 출입구로 들어가면 반대편에 복도를 오르는 또다른 출입구가 있었던 것이다. 그곳을 통해 다시 4층으로 올라가서 제일 구석 끝 방이 내방인 것이다.

 여행속의 작은 여행을 다녀온듯 한 느낌이었다. 먼가에 홀린듯한 기분을 연달아 느꼈으니, 꿈에서 깻는데 그것도 꿈인 딱 그런 느낌을 찰나지만 느꼇었다.

 분명히 그 옆 건물은 내가 지나쳐 왔었던 적이 있다고 나는 지금도 믿는데, 굳이 낮에 다시 가 보던가 건물 구조를 찬찬히 뜯어보던가 할 생각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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