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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10] 소설같던 그의 연애소설 외전 (19)
게시물ID : love_3503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마일로군
추천 : 0
조회수 : 687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7/09/01 22:2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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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세제 없으면 왜 빨래를 못해!? 그냥 샴푸 넣으면 된다."
"엥? 진짜?"
"그래. 그거 비누 세제 샴푸 이런거 전부다 95퍼가 계면활성제고, 향료 찔끔 색소 찔끔 보습제 찔끔 요런거 5퍼 차이여."
"ㅋㅋㅋㅋ ㅁㅊㄴ ㅈㄴ 웃기네 ㅋㅋㅋㅋㅋㅋ 하여간 박식한 ㅅㄲ" 

새벽 네시.
20대 중반인 난 학교앞 모 술집의 테라스석에서 오랫만에 만난 고등학교 친구 상훈이와 휘발성 얘깃거리들을 소재로 대화를 불태우고 있었다.
모든 술자리 대화가 그렇듯 잠시 찾아온 소강상태.
갑자기 내 옆자리에 30대 초반인 묘령의 여인이 앉았다.
무표정은 아니었지만 미소라고 하기엔 어두웠다.
우린 멍하니 그녀와 서로를 번갈아가며 쳐다보는 동안 그녀는 표정변화 없이 당당한 눈빛으로 우릴 바라봤다.
살짝 머금은 미소를 계속 유지하고있는 그녀.

"누구..세요..?"
"저 옆에서 술먹던 사람인데 같이 술먹던 제 친구는 잠들어서..
이자리에 웃음이 끊이질 않길래 와봤어요.
같이 앉아도 괜찮죠?"
"아.. 네.. 뭐.."

그렇게 다시 술자리는 이어졌고 그녀의 친구로 보이는 분은 어느새 가고 없었다.

"대리 불렀는데 나 집에 좀 데려다줘요." 
오늘 오전에 미국에 출장간다는 그녀.
우린 둘다 내일 스케쥴이 없었기에 그 제안에 응했다.

잠시후 차에 탈때 그녀는 뒷자리에 앉았고 상훈이는 앞자리에 앉았다.
자연스럽게 그녀의 옆에 앉게된 나.
그녀는 내 허벅지를 베고 눕더니 내 손을 잡았다.
생각보다 차가운 손. 따뜻하게 해주고 싶었다.
그런 생각을 하는 찰나, 그녀가 내 손을 슬그머니 본인의 가슴으로 가져갔다.
나는 '엇!' 하는 내면의 소리와 함께 몸이 그대로 굳었다.
그녀의 표정이 처음으로 바뀌었다.
기묘한 미소로.

그녀의 집에 도착한 우리는 다소 주눅이 들었다.
일반 가정집보다 넓은 집에 벽마감, 티비, 화장실, 침대, 주방 구석구석이 모두 고급이었다.
한쪽 벽엔 명문대 대학원에서 받은 상패 몇점이 있었고, 주방쪽 벽엔 얼핏 보기에도 비싸보이는 수많은 양주들이 진열되어있었다.
여태 봐오던 대학생들의 자취방과는 비교가 되지 않았다.

"누나, 물 좀 주세요~"
"냉장고에서 꺼내 먹어~"

주방에서 냉장고를 찾는데 한참 걸렸다.
내 키만한 찻장문을 열었더니 그게 냉장고였다.
씻고 출장채비를 다 하고 나온 그녀는 집 구경에 한창인 우리에게 말했다.
"가자!"
구경을 아직 못마친 우리는 말없이 그녀를 뒤따라 나왔다.
그녀는 우리를 지하철역까지 데려다주었다.
상훈이가 내리자 그녀는 내 소매를 잡고는 명함을 주며 나에게만 들리게 말했다.
"나 귀국하면 둘이 따로 봐." 
그녀는 그때의 기묘한 미소를 또 한번 보였다.

다음날부터 학교생활을 잘 하다가도 그녀를 떠올리면 멍해졌다. 
마치 마녀에게 이끌려 마녀의 성에 다녀온것 마냥 그날의 기억은 기괴하게 각인되어 있었다.

그녀가 말했던 귀국날이 왔다.
볼때마다 멍해졌던 명함을 용감하게 꺼내 연락을 했다.

"출장은 잘 다녀 왔어요?"
"응, 학교로 데리러 갈게." 
내 시간이 되는지는 묻지 않았다.
'넌 당연히 나랑 본다' 는 듯한 당당함에서 다시 한번 마녀의 아우라를 느꼈다.
그녀의 출국길과 귀국길을 함께한 셈.

그녀의 집에 들어갔을때 그녀는 침실 샤워실을 들어가며 얘기했다.
"씻고 나와~"
거실의 샤워실에 들어가서 외국산 고급 샤워용품들로 씻고 나왔다.
사람의 사용 흔적이 안보여서, 샤워부스 밖으로 물이 튈까 조심스러웠다.
벽장 한가득 들어있는 수건 중 하나를 사용하고 나왔더니, 홈바에 차려진 양주 한 병과 잔 두 개가 은은한 핀조명을 받고 있었다.  

잠옷을 입고 나온 그녀는 작은 체구지만 군살없이 탄탄한 체형이었다.
운동까지 꽤 했나보다.
내가 이것을 바로 알게된 이유는 잠옷이 일반적이지 않았기 때문에.

함께 술잔을 기울였다.
한 잔, 또 한 잔,,
조명과 분위기와 그녀의 옷차림 때문인지 빨리 몽롱해졌다.
그럴수록 그녀는 기묘한 미소를 자주 내비쳤고, 한 병을 다 마셔갈때 쯤 난 그녀의 그 미소에 이끌려 침실로 따라갔다.

다음날 그녀의 집에서 나와 걷는게 힘들었다.
기가 빨린다는걸 태어나서 처음 느꼈다.
그때부터 1~2주에 한번씩 금요일이면 마녀의 성에 갔다.
그녀는 부른적이 없지만 난 뭔가에 홀린듯 갔고, 그녀도 본인이 부른것 마냥 자연스럽게 맞이했다.
갈때마다 입고 있는 그녀의 잠옷은 다 다른 디자인이었으나 공통점이 있었다.
체형을 다시 한번 확인 가능하다는 점.

성에 도착하면 우선 꼭 한 가지의 일을 시켰다.
어느 날은 청소였고 어느 날은 설거지였으며, 어떤 날은 전신 마사지였다.
나는 무슨 일을 시키든 아무 말 없이 하게 되었다.
보람은 당연히 없었지만 딱히 짜증도 나지 않았다.
명령을 받은 몸이 의무감에 움직였다.
일을 하고 나면 약간의 음주 후 그녀의 품에서 잠들었고, 다음날 성밖으로 나오면 매번 기가 빠져있었다.
그곳에 가면 갈수록 점점 더 많이 빨리는 느낌이 확실하게 들었다.

언젠가부터 다크서클이 생겨 지워지지가 않았다. 
이 생활이 얼마나 반복되었을까, 어느 날 그녀의 옆에 누운 나에게 그녀가 말했다.
"너 오늘 왤케 힘이 없지? 이제.."
뒤에 말을 잇지않았다.

그날 이후 그녀는 나를 찾지 않았고 나도 마녀의 성에 더이상 들어갈 일이 없었다.
내 일상은 원래 마녀를 본적 없었던 것처럼 평안하게 돌아갔다.
다크서클도 금새 지워졌다.
그녀의 표정은 단 두 가지였는데 그 기묘했던 미소는 몇년이 지나지 않은 지금 도무지 떠오르지가 않는다.

요즘은 어디에 성을 차려놓고 채양보음을 하고 있으려나 생각하면 또 한번씩 멍해진다. 
출처 실화에 MSG첨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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