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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중감 : 책 읽는 중의 느낌] 시적공간-이종건(P.63)
게시물ID : readers_2947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cosmoagony
추천 : 2
조회수 : 190회
댓글수 : 4개
등록시간 : 2017/09/02 22:02:36
1. 발췌: 

"그리고 피복이 하나의 형식으로서 의미 있는 상징이 되어 인간의 자율적 창조물로 출현하기 위해서는,
현실 곧 물질을 필히 부정하고 넘어서야 한다. 형식은 근본적으로 비물질적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모든 예술적 창조는 물질 없이는 불가능하다. 오직 물질로써만 가능하다. 따라서 물질을 부정하고
거부하기 위한 절대적 조건은 그것의 온전한 숙달이라 할 수 있는데, 그것은 오직 기술로써만 가능하다.
완벽한 기술로 물질을 그 속성들에 따라 합당하고 온당하게 다룸으로써, 그러니까 그 속성들을 사려 깊이
받아들여 그것으로 형식을 창조함으로써, 물질은 망각될 수 있고 예술적 창조가 그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 있다."


2. NOTE :
이 주장에서 '형식/창조'를 '신념/철학' 따위로,
'숙달/기술'을 '경험/실천'으로 바꾸어도 될 것 같다.

[중략]

타인과 그들의 활동이 나라는 물질을 둘러싸고 있다.
그 물질과 부딪는 것, 농도와 상과 온도가 모두 다른 그들과
작용해보는 것, 그리고 그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
그럼으로써 내 살이의 녹는점과 어는점과 밀도와 화학식 따위를 알아내는 것.

삶을 살아가는 것, 겸허히 미리 답을 내리지 않고 기다리는 것.
찌가 솟아오르듯, 삶이 피리라.

여정은 아직도 남았다.



3. 사족(어쩌다보니 사족이 본문보다 기네요. 패스 추천) :

예전에 모 커뮤니티 도서 모임에서 활동할 때,
독중감이라는 것을 이따금 올리곤 했습니다.

독중감은, 제 개인적 용어인데
글을 읽는 중에 떠오르는 생각 또는 느낌입니다.
그래서 종합적 논리라기보다는
이기적이고 순간적인 감성에 가깝습니다.

최근 들어 어떤 이유에서인지 이러한 직관이 어려워짐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이 때문에 게을렀던 손에 다시 책을 들었지요.
굳어가는 뇌 때문이라고, 어렴풋이 짐작합니다.

그리고 예의 그 순서처럼 이제는 다시 이 독중감을,
이기적이고 순간적인 거친 노트를
이 곳으로 터를 옮겨 생각날 때마다 적어볼까 합니다.

오늘 나눌 책은 타이틀에 쓴 것과 같이
이종건 선생의 시적공간이라는 책입니다.

건축철학책인데, 건축이 어째서 시와 닮아있는가 하는 핵심질문을 중심에 두고
그 전후의 논리를 펼쳐가는 책입니다.

흥미롭기 짝이 없으면서도
저 같은 촌놈의 지적 허영심을 충족하기에 충분한,
적당히 어렵고 사변적이면서도 현학적인,
그러면서도 줄기가 또렷한 그런 책입니다.


저자는 건축과 예술의 공통점으로 열려있으면서도 닫힌 것,
그리고 물질을 이용한다는 것 등을 열거하고
재현이 불가능한 예술인 음악이나 춤, 그리고 재현이 가능하고 잉여가 많은
문학, 미술 등과 건축을 비교합니다.

저자는 이렇게 예술로서의 건축 또는 예술과 닮은 건축의 핵심 성질로서
'구축'이라는 개념을 제시합니다.
책에서는 텍토닉(tectonic)이라는 용어를 제시하는데,
사전을 찾으니 '구조의'라는 뜻의 지리학 용어라고 합니다.

제게는 낯선 개념이라 어설프게 이해한 것으로는
'구조', '구축'의 개념에서 일종의 구조주의, 즉 종합적인,
문제이자 해로서 존재하는 그 무엇,
그리고 그 무엇의 물질적 측면과 비물질적 측면이
서로 평행하게도, 또는 교점을 만들면서(책에서는 프램튼이란 사람이 제안한
접합이라는 개념을 듭니다. 즉, 물질과 기법이 만나 구축 의도를 현실화하는 거지요.)
뭔가를 구축해가는 과정 또는 방법,
혹은 그렇게 구현된, 반쯤은 열리고 반쯤은 닫힌, 플라즈마 같은
현상 전반을 이르는 것으로 받아들였습니다.


책을 산 것은 사실 3월 경입니다.
손에 쥘 때마다 숨이 벅차게 읽었는데도, 여태 60페이지 남짓 넘겼을 뿐이군요.

[이상의 사족은 본래 프롤로그로 썼다가 너무 길어서 뒤로 옮깁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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