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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잠든 사이에 이어서 써봤습니다.
게시물ID : readers_2948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아기노루
추천 : 3
조회수 : 368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7/09/03 22:12:14
2화
 
“아야, 아야! 나도 피해자라니까. 어떤 다람쥐 년이...”
나는 귀를 잡고 비명을 질렀다.
“아야, 그러니까 어떤 다람쥐 년이 와서, 음료수에 뭔 약을 타서, 내가 그걸 마셔서, 아야! 아니, 글쎄 내 말 좀 들어 보라니까.”
“이게 아직 꿈에서 덜 깼나. 뭔 헛소리를 이렇게 길게 해? 내 꼴 좀 봐라. 너 때문에 전세금 날려서 이 좁아터진 껍데기에서까지 쫓겨나게 생겼다! 돈 따면 신축 껍데기로 분양받으려고 했는데!”
소라게가 집게를 이리저리 휘두를 때마다 눈앞에 불이 번쩍번쩍했다. 소라게의 더러운 성질머리를 알기에 아무도 말릴 생각을 못 했다.
‘쉭!’
고래가 숨구멍을 불어 소라게에게 휙 물을 끼얹었다.
“꽥!”
소라게는 조약돌마냥 데굴데굴 나동그라지더니 그대로 기절해버렸다.
“아우 시끄러워. 저건 처먹은 게 다 목청으로 가나 봐.”
나는 귀를 잡아당겨 빨갛게 맺힌 피를 핥았다.
“거 할 말 많아 보이는데 자초지종을 이야기 해 봐.”
고슴도치가 말했다.
“내가 걸어가는데 다람쥐 년 하나가 꼬리를 슬쩍슬쩍 들썩이면서 일부러 통통한 엉덩이를 보여주는 거야. 모른 척 하면 그게 사내냐? 나도 웃으며 고갯짓을 했지. ‘아가씨 꼬리 밑에 볼링공 두 개를 매달아가지고 무겁겠네. 내가 좀 들어줄까?’ 했더니 요게 흥흥 웃더니 ‘오빠 되게 웃긴다. 주무르든 두드리든 경기는 마쳐야죵.’ 하는 거야.”
“그런 싸구려 멘트에 여자가 넘어갔다는 점에서 사기라는 생각이 안 들던?”
호랑이가 비웃었다.
“싸구려라니. 유명한 픽업아티스트 강좌도 들은 몸이라고. 하긴 담배 쩐 내 나는 홀아비가 뭘 알겠어? 농담인척, 진담인척 여자 몸매 칭찬도 좀 해주면서 동시에 너랑 나랑 19금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냐는 걸 은근히 떠 보는 기술이다. 모르면 좀 배우세요.”
내가 비아냥거렸다.
“아오, 옛날 같았으면 한입거리도 안되는 게 진짜. 육초식동물평화협약 하기 전에 토끼라는 종자들을 몽땅 잡아 삼켰어야하는데. 어흥!”
“아, 맥 끊지 마. 지금 그게 중요해? 집 담보로 대출받은 것, 우리 마누라 알기 전에 해결 봐야한다고.”
딱정벌레가 발을 동동 굴렀다.
“아무튼 고 년이 ‘오빠, 요거 하나 마실래?’ 하면서 잠바 지퍼를 내리는데 그 가슴골 사이에 박카스가 딱! 껴있는 거야.”
“캬~멋진데.”
기린이 거들자 나는 신이 났다.
“그래서 내가 ‘이런, 잠바 속에는 단단한 야구공 두 개를 숨겨놓고 있었네’ 하니까 고 년이 또 흥흥 웃으면서 ‘아이, 이 오빠 뭐야. 오빠 말 되게 기분 좋게 한당’ 하는 거야. 잘 듣고 있느냐, 호랑아?”
“제발 요점만 말하라고, 요점만!”
딱정벌레가 초조하게 외쳤다.
“놔둬봐. 한참 재미있는데.”
기린이 불평했다.
“너는 임마, 총각이니까, 짜샤, 맘 편하지. 나는 임마, 이번에 걸리면 진짜 쫓겨나!”
딱정벌레 눈에 눈물이 맺혔다.
“그래서 그 박카스를 탁 뽑아서 열어주는 걸 마시고는 기억이 없다.”
고슴도치가 말 없이 나를 흘겨봤다.
“일단 다람쥐 마을로 가서 족치자고! 그 다음에는 네 차례야, 이 쓸데없이 귀만 긴 놈아.”
호랑이가 으르렁거리자 다른 동물들도 아우성을 쳤다. 우리는 모두 다람쥐 마을로 몰려갔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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