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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습작 '고민'
게시물ID : readers_2948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바날
추천 : 0
조회수 : 139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7/09/03 23:52:21
나와는 죽이 맞고 나만큼 장난을 너무 좋아하는 찬명이가 어울리지 않게 목소리를 깔고 말했다. 

"성민아 나 고민 있다."

소주를 맥주잔으로 반이상 채우고 한 번에 비운 후 지금 먹고 있는 개불 같은 표정을 짓는 찬명이를 보며 일단은 대답해 주었다.

"개불아.. 또 뭔 고민이냐 엉아한테 한 번 말해봐라 네 하찮은 고민을 다 들어보면 내가 발톱을 오늘 자를지 내일 자를지 하는 고민하고 비슷 하더라"

생긴데로 이름을 붙이자 뭔가 의아한지 입을 달싹 거렸으나 그냥 넘어가기로 했는지 자신의 얼굴을 닮은 안주를 두어 개 집은 후 질겅대며 나를 본다.

"네가.. 너무 불쌍해 정확히는 네 얼굴이 불쌍해..놀리는거 아니야 뭐냐면 디테일하게 설명하자면 소나기 무진장 오는 날 있지 그래.. 그날 길을 걷는데 바짝 마른 개가 웅크리고 덜덜 떨고 있는거야.. 근데 나랑 눈을 마주쳤는데 그 버려진 개가 울먹이는 것 같은 눈으로 나를 쳐다보는거 있지.. 딱 그게 네 얼굴이야.."

장황하게 설명하는 찬명이놈의 눈에는 정말 눈물까지 살짝 맺혀 있었다. 나는 어이가 없고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몰라 생각할 시간이 필요했고 '그렇구나 불쌍하네..' 하며 라고 맞장구 쳐주며 똑같이 글라스에 소주를 먹으며 시간을 끌었다. 이윽고 나는 미소를 띄며 찬명이 글라스에 소주를 가득 부으며 말했다.

"찬명아.. 나도 고민이 있어.. 네가 지금 집어먹는 개불을 네 얼굴에 붙인다면 참 아름다운 행위가 될것 같아 왜나면 이 잘라진 개불이 다시 하나가 되거든"

나의 말이 끝나자마자 찬명이는 손끝으로 코밑을 쓰윽 몇 번을 왔다 갔다하며 코를 들이켰다. 코에다 개불을 넣어 달라는 뜻인가 생각이 들었다.

"성민아 나는 너 때문에 유니세프에 기부를 못해 바로 앞에 더한 사람이 있는데 거기에 기부하면 죄짓는 기분이거든."

아직 눈물이 남아있는 눈 밑을 꾹 누르며 찬명이는 아무것도 안 보이는 밤하늘을 고개를 꺾어 보았다.

나는 그때 깨달았다. 이 새끼는 개불이 아까운 새끼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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