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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습작 '넘치다'
게시물ID : readers_2953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바날
추천 : 5
조회수 : 196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7/09/06 17:30:20
분기별로 있는 워크숍이 끝나고 나면 언제나 지루한 강연이 이어진다. 이번엔 또 누가 나와서 뻔한 이야기를 펼칠까 생각하며 워크숍 시작 전 쓸데없이 나누어준 노트에 낙서를 끄적였다.

옆에서 졸고 있던 전 과장의 고개가 크게 뒤로 꺾이며 '커흡'하는 소리를 냈고 졸은 게 아니라는 듯이 목을 이리저리 꺾으며 스트레칭을 하며 나를 봤다.

"얌마. 너는 워크숍에 낙서하러 왔냐? 그래서 네가 발전이 없는 거야 인마."

전 과장과 나는 회사에서도 허물없이 지내는 사이였다. 같은 자이언츠 팬이었고 나이도 많이 차이나지 않아 어울리기 쉬웠다. 그런 전 과장을 보며 말했다.

"아. 그렇네요 낙서하러 온 거도 아니고 자러 온 거도 아닌데 경솔했네요. 근데 과장님 입에 침 흐른 거 같은데 그것 좀 닦고 말하시죠 하얗게 자국 났는데요?"

'어? 어..'하며 멋쩍은 듯 흘리지도 않은 침을 손등으로 열심히 닦고 있는 전 과장을 구경하고 있을때 진행자가 들어와서 스트레칭을 시키는 등 분위기를 환기시킨 후 강사를 소개했다.

"예. 이번 강사님은 동우사란 절에서 오신 유명한 스님으로 마음의 평온을 얻는 삶을 말씀해 주신다고 합니다. 큰 박수로 모시겠습니다."

박수를 건성으로 쳐주며 생각했다. '끝났다. 이 강연은 끝이야. 스님 그리고 인생 강의라니 이 조합은 지루함의 무저갱이 있다면 바로 이곳이야.' 어차피 듣고 있기는 힘드니 전 과장과 이야기라도 하며 시간을 때우기로 했다.

"과장님. 아까 저 스님 봤는데 과장님보다 좋은차 타고 오던데요?"

실실 웃으며 전 과장을 약 올리려고 했으나 이 양반이 저쪽 과(?)라는걸 망각 했었다. 전 과장의 눈빛은 동태에서 생태로 곧이어 펄떡거리는 싱싱한 생선의 눈이 되어 있었다.

소개받은 스님은 공손히 마이크를 넘겨받은 후 한참을 가만히 서있었다. 그제야 자세히 보니 곧 열반에 이를듯한 풍모를 가지고 있었고 칠순은 넘었을 것 같은 노인이 철심을 박아놓은 듯이 몸이 곧았고 아무 말 않고 사람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압도되어 장내의 분위기는 서린 긴장감이 느껴졌다.

몇 분정도 더 그렇게 있다가 내 앞사람 침 삼키는 소리가 들릴정도가 되자 스님은 입을 열었다.

"무릇 넘치는 것은 모자람보다 못한 법이며 가득 담긴 물을 넘치게 하는 마지막 물 한 방울 전까지 마음을 채우고 살아갈때 당신의 삶이 채워질 것입니다.

난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이해가 안 갔으나 분위기상 딴짓을 할 수가 없었고 옆에는 경련이 온 사람처럼 고개를 끄덕이는 전 과장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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