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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습작 '따라가다'
게시물ID : readers_2974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바날
추천 : 2
조회수 : 172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7/09/21 17: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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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겨운 하루하루에 새로움이 필요했다. 이 생각이 다른 사람은 도대체 하루를 무엇을 하며 지내는 것이고 내 옆을 지나가는 사람은 도대체 어딜 가는 것인지 너무도 궁금했다. 그래서 날을 잡고 한번 알아보기로 했다.

처음은 서툴렀다. '너무 정직하고 바르게 나간 게 잘못인 걸까?' 있는 그대로 한 회사원으로 보이는 중년에게 당신의 하루를 따라다니면서 방해하지 않고 보고 싶다고 했다가 어디서 돈 받고 미행하는 거냐고 쌍욕만 먹었다. 

'분명 바람피거나 뒤가 구린놈이 분명하군 뭔지 물어보지도 않고 미행하냐고 승질부터 부리는거 보니'

괜히 더 따라다니고 싶은 오기가 치밀어 오르는걸 참았다.

그래서 오늘은 작전을 바꿨다. 일단 정장을 말끔하게 입었고 취재하는 사람으로 보여야 하므로 넥타이는 하지 않고 신발은 깔끔한 단화로, 작은 노트북 가방에 휴대용 녹음기까지 준비했다. 하지만 지금 이 딴 것은 다 필요 없게 됐다. 난 말 그대로 미행을 하게 되었다.

상황은 30분 전으로 돌아간다. 나는 직장인의 하루라는 콘셉트로 영상을 제작하는 사람이고 회사명 얼굴 목소리 다 비공개로 하고 50만 원을 주는 조건으로 한 사람을 따라다니려고 했었다. 물론 혼자만의 궁금증이니 티비나 인터넷에 나올 일은 없겠지만 말이다.

한시간도 채 지나기 전에 목표를 잡았다. 천천히 자연스럽게 다가가는 거다.

"안녕하세요~"

40대 초반으로 보이는 남자는 나와 비슷한 차림이었다. 서류가방 하며 말끔한 차림 구두 중간에 주름이 많은 것으로 보아 많이 걷는 영업직 사원 같아 타깃으로 잡고 내가 문 것이다. 회사 건물로 들어가는 사람은 더 이상 따라다닐 수가 없으니까 말이다.

"예. 무슨 일이시죠?"

굳은 얼굴로 대답하는 인상을 보니 글렀다고 감이 왔다. 처음부터 이렇게 대답하는 사람은 충분히 자신의 정해진 삶만으로도 피곤하고 방해받기를 원하지 않는다. 고로 다른 사람이 자신의 정해진 삶에 끼어들기를 원치 않기 때문에 틈이 없다.

"아.. 다름이 아니라 제가 인터뷰를 연습하는 인턴인데 불편하지 않으시면 직장인의 하루가 어떤지 묻고 싶어서요."

내가 말하자마자 중년의 남자는 내가 아는 표정을 지었다. 저 표정은 내가 조상님이 어쩌고 하는 사람들을 만났을 때와 같은 표정이었다.

"아..."

"아니에요 바쁘실 텐데 죄송해요 수고하세요"

중년이 입을 살짝 벌리자마자 선수를 쳤다.

'나도 바쁜 사람이야 인마'

내가 이겼다는 혼자만의 상상을 하며 분수대에 앉아 멀어지는 중년을 볼 때 그때부터 내 콘셉트가 필요 없어진 것이었다. 나는 진짜 미행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저 중년의 남자는 어디를 가거나 업무를 보는 게 아니었다. 남자는 누군가를 따라갔다. 한 군데 머물며 이곳저곳을 보다가 오른쪽으로 가는척하다 똑바로 갔으며 갑자기 다른 것을 하는 척을 하기도 했다.

나는 아드레날린이 솟구쳤다. 나는 미행하는 사람을 미행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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