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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병x입니다...걸음이 느려터진 병x...
게시물ID : freeboard_163329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귤맛딸기잼
추천 : 8
조회수 : 212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7/09/23 00:53:18
 23년째 혼자의 삶을 살고 있습니다. 지금도 진행중이죠.

 헌데 아들이 부모한테 그러고 반려동물이 주인한테 그러는 것 처럼, 마음은 저에게 항상 반발하듯, 터무니 없이 텅빈자리는 혼자만을 담는 것이 아니었네요. 23년 동안요.

 대학 들어와서 동아리에서 알게된 교회누나를 오늘 어쩌다보니 우연찮게 만났습니다. 그 누나는 - 정말 좋아했던 연예인, 그것도 콕 찝어서 친절한 금자씨의 이영애씨를 꼭 빼닮은, 눈웃음 지을 때의 굴곡부터 기도할 때 가지런히 모으던, 작달막하지만 알차게 소망과 마음을 담아내던 지조있던 그 손가락 마디까지. 어디하나 싫은게 없는, 그런 누나였네요. 오늘 마주친 그 모습은 더 농익었으면 익었지 결코 잃지 않은 그런, 육중한 향의 누나였습니다.

 헌데 시골 촌동네에서 민들레, 도마뱀, 개구리나 잡다가 올라온 도시에서 나는 작은 돌맹이와 진배없어라, 한없이 작아지는 마음에 감히 마음을 드러낼 용기를 가져보지 못하고, 그저 지금만 같아라 하는 맘으로 서로 그저 웃겨주는 것이 마냥 좋은, 그런 사이로 살아왔네요. 지금 생각하면 시대의 참된 병신이 따로 없습니다. 그렇게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난 그 누나와 그저 웃었더래요. 그리고 군대를 다녀왔죠.

 윤종신씨의 노래, 오래전 그날에 딱 그 가사가 있덥디다. 내 제대하기 얼마전, 네, 군 생활 도중에도 틈틈이 연락을 했지만 그 분만 힘들거란 생각에 단 한번도 마음을 내비친 적 없이 마냥 웃는 사이였습니다. 이제와서 생각해보면 웃음만큼 가면의 역할에 충실한 것은 없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전역 한달 전에 그분에게 연인이 생겼단 소리를 들었네요. 딱 한달 전이었습니다. 눈물이 나진 않았지만 연습하는 주특기보다도 많이 짓던 웃음도 그때는 나지 않았습니다. 분노 비스무리한 미발달된 감정이 긴꺼리처럼 이빨에 꼈었던 것 같습니다.

 매일 밤 기도를 하고 잤는데, 그 누나가 항상 행복하길, 별일 없길, 그리고 만일 그 누나의 행복을 지켜줄 사람이 있으면 그 사람이 있어주길 하고 기도했는데. 앞에 두개는 잘 모르겠고...뒤의 것은 너무나 확실히 지켜주셨네요. 한 줄을 더 붙일걸 후회했습니다. 왠만하면 그 역할 제가 지고 싶습니다.

 저만의 추억에 길이 지리해지네요... 여튼, 오늘 만난 그 누나의 옆에는 남자친구인, 심지어 저와도 정말 친한 형인( 어쩌피 제가 좋아한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기에 그 형에게 악감정은 없었습니다. 질투와 약간의 감사함이 있었네요.) 그 분과 함께 걸어가다가 마주치고 인사를 하고 헤어졌습니다.

 그리고 오늘은 그 짧은, 바늘과 같이 짧고 첨예한, 그 만남에 밤이 아프네요. 운동을 하면서도 막 생각이나고, 건강한 육신에 건강한 영혼이라더니, 아픔마저 생생하게 느껴져옵니다. 아직 짝사랑한다는 그 마음이 죽지 않은게 이렇게 발목도 아니고 심장을 움켜잡네요. 불을 끌땐 확실히 발로 밟아야 하는 가 봅니다. 고향있을떈 그렇게 열심히 소방작업했는데 올라오니깐 다 뭣도없네요.

 공감이나 위로가 필요하기 보다는, 외치는 것이 민폐인 이 도심 속에서 이렇게라도 소리지르고 싶었습니다. 그저 주저리입니다. 아무 말도 없어도 괜찮습니다. 그저 외치는 소리가 광야에 있듯 저는 썼습니다. 만일 폐가된다면 바로 삭제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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