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심해에서 원딜 노릇을 하는 베인에게는 오래간만에도 닥친 운수 좋은 날이었다. 픽창에서 아무 싸움없이 원딜을 잡았을 뿐만 아니라, 자기가 베인임에도 불구하고 아무도 테클을 걸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더구나 서폿은 이곳 심해에서는 흔치않은 1픽 서폿유저였다.

미드 로밍에서 상대 정글커버까지 더블킬을 먹은 - 다른놈도 아니고 혼자 먹은 것은 그리 흔치 않은 일이었다. 그야말로 재수가 옴붙어서 몇십분 동안 킬은 구경도 못한 베인은 해적검 하나가 템창에 차있는 것이 거의 눈물을 흘릴 만큼 기뻤었다. 더구나 이날 이때에 이 해적검이라는 아이템이 그에게 얼마나 유용한지 몰랐다. 상대를 디나이 시킬수도 있거니와 그보다도 킬을 내서, 자청해서 서폿을 해준 소라카에서 어시도 줄 수 있음이다.

봇에서 디나이가 당한것이 벌써 10분이 넘었다. 케이틀린에다 룰루이다보니 cs를 제대로 먹어 본 일이 없다. 구태여 정글러를 못부를 바는 아니었지만 소라카에 베인이라 불러도 안올것을 알고있었다. 따라서 정글러를 부른 적이 없으니 디나이는 디나이대로 당하고, 타워는 타워대로 피가 날라갔다. 라인전이 이토록 심해진것은 베인의 앞구르기로 더블킬을 줬기 때문이다.

그때도 베인이 소라카 힐을 믿고 앞구르기를 했더니 그 오라질 년의 사거리가 닫지 않았다. 마음은 급하고 사거리는 닫지도 않아 그 오라질 년이 앞플레쉬를 쓰고 쓰라는 힐은 안쓰고 누가 빼앗을 듯이 별똥별하고 침묵을 걸더니만 더블킬을 준것이다. 그때 베인은 열화와 같이 성을 내며,

“에이, 오라질 년, 호응도 못해, 견제도 못해 뭘 어쩌란 말이야”하고 베인은 소라카 잘못으로 정치를 했다. 소라카는 단지 초성체도 아니고 "죄송합니다. 소라카밖에 못해서요..."라고 말할뿐이었다. 베인의 눈시울도 뜨끈뜨끈하였다.

이 환자가 그러고도 돈욕심은 많았다. 더블킬이 따이고 나서도 어시좀 먹고싶다고 베인을 졸랐다.



“이런 오라질 년! cc기도 없는게 킬스틸하려고 지랄병을 하게.”라고, 야단을 쳐보았건만, 못 라인전을 못이기는 마음이 시원치 않았다.




인제 어시를 줄수있다. 그러나 그의 행운은 그걸로 그치지 않았다. 급히 미드 싸움을 본 가렌이 온것이다. 뒤에서 <데마시아!> 하고 외치는 소리가 난다. 자기를 불러 멈춘 사람이 상대 탑라이너인 줄 베인은 한 번 보고 짐작할 수 있었다. 그 가렌은 다짜고짜로, “진영을 무너트려라!”라고, 외쳤다.

아마도 그 미드에서 저렇게 킬이나면 용이 먹히고 게임이 말릴수있으니 내려온거리라. 그렇지 않으면 왜 도란방패 하나들고 로밍을 오냔 말이다.




 베인은 잠깐 주저하였다. 상대가 6렙이고 자신이 5렙이어서? 자신은 반피인데 상대는 풀피여서? 아니다, 결코 아니다. 이상하게도 꼬리를 맞물고 덤비는 이 행운 앞에 조금 겁이 났음이다.그리고 집을 나올 제 서포터의 부탁이 마음에 켕기었다. "어디 가세요. 라인에 붙어있어요. 타워도 반핀데 원딜이 무슨 로밍이에요……”라고, 모기 소리같이 중얼거리고 숨을 걸그렁걸그렁 하였다.

그때에 베인은 대수롭지 않은 듯이, “압다, 젠장맞을 년, 별 빌어먹을 소리를 다 하네. 맞붙들고 앉았으면 누가 캐리 할줄 알아.”하고, 훌쩍 뛰어나오려니까 서포터는 붙잡을 듯이 팔을 내저으며, “로밍가지 말라도 그래, 그러면 일찍이 들어와요.”하고, 목메인 소리가 뒤를 따랐다.

상대 탑라이너는 이미 상황이 종료된걸 보자 상대 탑으로 튀었다. 베인의 패시브가 있는데도 빌어먹을 가렌은 이속버프를 이용해서 엄청난 이동 속도로 거리가 벌어지지 않았다. 핑소리가 들려 채팅창을 보는데 한 단어가 보였다

 '가렌이 학살중 입니다!' 저도 모를 사이에 불쑥 베인의 클릭은 가렌을 다시 쫒아갔다. 제 눈으로 보고도 스스로 그 엄청난 돈 액수에 놀래었다. 한꺼번에 이런 금액을 벌어 본 지가 그 얼마만인가! 그러자 그 돈 벌 용기가 서폿에 대한 염려를 사르고 말았다. 설마 1분 내로 어떠랴 싶었다. 무슨 일이 있더라도 제일 제이의 행운을 곱친 것보다도 오히려 갑절이 많은 이 행운을 놓칠 수 없다 하였다.

“봇라인 너무 비는데...”정글러가 갑자기 말했다..

“아니올시다. 저건 학살중인 가렌이오 저걸 잡으면 돈도 돈이거니와 우리 탑라이너를 풀어줄수 있을 겁니다.”하고 빙글빙글 웃는 원딜의 얼굴에는 숨길 수 없는 기쁨이 넘쳐 흘렀다.

“그러면 cc기 걸어줄테니 빨리 추노하지.” 관대한 정글러는 그런 말을 남기고 다른 루트로 그를 추노했다.

가렌을 추노하면서 이상하게 베인의 발걸음은 가벼웠다. 추노를 한다느니보다 거의 유체화를 쓴 듯하였다. 이속신 하나 없는데 투티어 장화라도 산 듯하였다. 자기 패시브때문에 빨라지기도 하였지만.

이윽고 베인의 속도는 늦쳐졌다. 봇 포탑이 터진 것이다. 새삼스러운 염려가 그의 가슴을 눌렀다. <타워도 반핀데 원딜이 무슨 로밍이에요...> 이런 말이 잉잉 그의 귀에 울렸다. 그리고 서폿의 움쑥 들어간 눈이 원망하는 듯이 자기를 노리는 듯하였다. 파앙!파앙! 하고 자힐하는 소리도 나는 듯싶다.“왜 이리나, 가렌 놓치겠구먼.”하고 정글러의 초조한 부르짖음이 간신히 그의 귀에 들어왔다. 언뜻 깨달으니 베인은 구르기를 멈춘채 걸어가곰반 있지 않은가.

“예, 예.”하고, 베인은 또다시 달음질하였다. 

격한 추노 끝에 가렌을 잡은 베인은 이제 1티어 장화와 단검까지 살수 있게 되었다, 제 말마따나 탑 2차타워까지 추노했음에도, 거저나 얻은 듯이 고마왔다. 몰왕이 나온 듯이 기뻤다.




장화를 보니 왠만하면 광전사였으면 좋을거같다는 생각이 들 즈음에 마침 레드버프쪽에서 상대 정글러 아무무가 나온다. 그의 주변에 두른 빨간색 버프가 탐이 났다.

“여보게 베인 라인을 너무 비었네. 저 아무무는 내가 처리할테니 이만 돌아가게”

아군 정글러가 말했지만 그 휘황찬란한 빨간색에 베인은 이미 눈이 돌아가 있었다.

“저거만 잡으면 광전사에다 레드버프인데 저거만 잡고 가자.”하고, 베인은 얼굴을 펴서 웃었다.

“압다, 광전사는 크지. 그런데 여보게, 자네 딸피인데 괜찮겠나? 내가 먼저 들어감세.”

하지만 아무무는 플래쉬로 도망갔다. 입맛을 다지던 베인은 상대 정글을 빼먹어 돈을 채우기로 했다.

원딜에게 가장 잡기 쉬운 정글몹인 작골형제부터 해서, 4마리중에 큰것만 잡아도 cs두개치 골드를 주는 유령까지……이 너저분하게 늘어놓인 정글몹에 베인은 갑자기 속이 쓰려서 견딜 수 없었다. 마음대로 할 양이면 거기 있는 모든 먹음 먹이를 모조리 깡그리 집어삼켜도 시원치 않았다. 하되 일단 작골부터 먹었다.

이미 광전사의 골드가 찼음에도 불구하고 큰유령이너무나 맛있어보였다. 정글러에게 핑을 찍어 같이 먹자고 요청을하였다.

정글러는 의아한 듯이 베인을 보며, “여보게 저것도 먹다니, 벌써 우리가 라인을 5분째 비었네.”라고 주의시켰다.

“아따 5분이 그리 큽니까. 오늘 내가 돈을 막 벌었어. 봇 한두킬쯤 cs 한두개쯤 괜찮아.”

“그래 얼마를 벌었단 말인가?”

“천골을 벌었어, 천골을! 이런 젠장맞을 왜 벽꽝이 안되……괜찮다 괜찮다, 피흡이 있어. 오늘 돈 산더미같이 벌었는데.”

“어허, 이 사람 캐리병이군.”

“이놈아, 킬딸도 안하는데 뭔 캐리병이야, 이건 너줄게 먹어.”하고는 베인은 울부짖었다. 

갑자기 베인이 훌쩍훌쩍 울기 시작하였다.

정글러는 어이없이 원딜병자를 바라보며, “먹자는대로 다해주고 추노하자는대로 다해줬더니 우는 건 또 무슨 일인가.”

베인는 연해 코를 들여마시며, “우리 서포터가 죽었다네.”

“뭐, 서포터가 죽다니, 언제?”

“이놈아 언제는. 방금이지.”

“엑기 멍청한 놈, 거짓말 말아.”

“거짓말은 왜, 참말로 죽었어, 참말로... 봇 처망해놓고 내가 킬을 먹다니, 내가 죽일 놈이야, 죽일 놈이야.”하고 베인은 엉엉 소리를 내어 운다.

정글러는 흥이 조금 깨어지는 얼굴로, “원 이 사람이, 참말을 하나 거짓말을 하나. 그러면 봇으로 가세, 가.”하고 우는 이의 팔을 잡아당기었다.

정글러의 끄는 손을 뿌리치더니 베인은 눈물이 글썽글썽한 눈으로 싱그레 웃는다.

“죽기는 누가 죽어.”하고 득의가 양양.

“이 사람이 정말 미쳤단 말인가. 나도 봇이 망했단 말은 들었는데.”하고, 정글러도 어느 불안을 느끼는 듯이 베인에게 또 돌아가라고 권하였다.

“안 망했어, 안 망했데도 그래.”

베인은 홧증을 내며 확신있게 소리를 질렀으되 그 소리엔 안 죽은 것을 믿으려고 애쓰는 가락이 있었다.




베인은 광전사와 해적검을 사가지고 봇에 다달았다. 봇이라 해도 이미 다터진 봇이오, 또 cs는 제대로 먹을수 없었지만 말이다. 만일 베인이 킬을 먹지 않았던들 한 발을 봇에 들여놓았을 제 그곳을 지배하는 무시무시한 정적(靜寂) - 폭풍우가 지나간 뒤의 바다 같은 정적에 다리가 떨렸으리라.

별동별이 떨어지는 소리도 들을 수 없다. 힐이 차오르는 소리도 들을 수 없다. 다만 이 무덤같은 침묵을 깨뜨리는 - 깨뜨린다느니보다 한층 더 침묵을 깊게 하고 불길하게 하는 빡빡하는 그윽한 소리, 미니언이 싸우는 소리이다. 

베인도 이 불길한 침묵을 짐작했는지도 모른다. 그렇지 않으면 대문에 들어서자마자 전에 없이, “이 난장 맞을 년, 원딜이 들어오는데 나와보지도 않아, 이 오라질 년.”이라고 고함을 친 게 수상하다. 이 고함이야말로 제 몸을 엄습해오는 무시무시한 증을 쫓아버리려는 허장성세(虛張聲勢)인 까닭이다.

하여간 베인은 방문을 왈칵 열었다. 2차까지 밀려진 타워, 빈 라인에 상대 원딜만 베인을 반겼다.

“이런 오라질 년, 내가 돌아왔으니 넌 죽었어.”라는 소리와 함께 구르기 삼타로 케이틀린을 몹시 쳤다. 그러나 딜이 박히는건 챔피언의 살이 아니고 타워와 같은 느낌이 있었다. 

아무리 때려도 피흡으로  그 보람이 없는 걸 보자 베인은 

















"소라카 리폿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