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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을 할까말까 고민하실 남성분들께,
게시물ID : wedlock_1047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렌드릿사
추천 : 12
조회수 : 2048회
댓글수 : 47개
등록시간 : 2017/09/25 15:04:12
우리 부부는 작년 2016년 3월 12일에 결혼했습니다.
결혼과 동시에 성격적인 문제로 엄청 다퉜습니다.
안사람 성격은 불같이 화를 내는 부분은 있지만 뒤끝이 없는 반면, 제 성격은 차분한 듯 뒤끝 작렬에 지속적으로 화를 내는 성격이였거든요.
그래도 이런 저런 시간이 지나면서, 차근차근 서로에 대해서 조심해야할 부분은 무엇인지도 알게 되고, 서로가 좋아하는 말과 행동은 무엇인지도 알게 되고 해서 다툴 때는 다투더라도 사이가 더욱 좋아졌습니다.

그리고 작년 12월 말 크리스마스 전 23일에, 예쁜 동동이가 뱃속에 잉태되었음을 알았습니다.
새벽에 화장실에서 떨리는 마음으로 2줄이 그어진 테스트기를 들고 뛰어와, "오빠!" 하고 절 깨우던 안사람 얼굴이 또 생각나네요.
저도 어안이 벙벙한 상태에서도, 병원 가서 확인해보자~ 하고 꼭 안아줬습니다.

네, 아이가 온 게 맞더라구요. 더욱 큰 행복이 찾아와서 너무 좋았습니다.
그런데, 입덧이 너무 심했어요. 안사람이 아무것도 먹질 못해서 눈에 띄게 야윈 얼굴을 보니 참.. 
돈이라도 더 있었으면, 맛있는 거 이것저것이라도 종류별로 줘보고 먹을 수 있는 거 먹이고 싶은 마음에 안쓰러웠고..
그래도 힘든 3개월을 보낸 후엔, 다시 잘 먹어줘서 고마웠어요. 그 때, 아기의 태명도 정했어요. 동동이라고.

그리고 2017년 9월 4일, 동동이가 태어났습니다.
좀 쉽게 태어나주지.. 아이 엄마가 진통 때문에 너무너무 힘들어하는 와중에, 동동이 맥이 떨어져서 응급수술을 했는데
탯줄이 목에 감겨져 있어서 그랬다고 하더라구요. ㅜ 그때 생각하니까 또 눈물이.. ㅜㅜ..

보통 산모들이 무통천국이라고, 무통주사 맞고 좀 지나서 아이가 나올 때 다시 아픈 건데..
동동이가 엄마 오래 힘들게 하고 싶지 않았는지, 예상보다 문이 빨리 열려서 무통이 아예.. 안 먹혔습니다. ㅠㅠ..
그러다가 못나오니까.. 탯줄 때문에.. 그래서 안에서 스트레스 받아서 맥이 떨어지고..
수술하자고 얘기했는데, 자연분만으로 낳고 싶다고 하는 아이 엄마.. 또 엄청 아파하는데 너무 마음이 아프고..
무통주사 삽관 때문에 뒤돌아 있는 아이 엄마 등에 대고, 동동아~ 이름 부를 때마다 잠깐만 아이 맥이 120줄 찍고 다시 90줄까지 떨어지고..
일반적으로, 아이들은 출산 시에 160~180까지 맥이 잡히는데 동동이는 많이 지친 거였대요.
어렵게 간호과장님이 아이엄마를 다독여줘서 수술하기로 하고, 동동이가 태어났어요.

ㅠㅠ.. 자연분만 하려다 갑자기 수술하게 됐다고, 장모님, 어머님께 전화로 알려드리고..(아 이때 왜 이렇게 목소리가 떨리던지..)
그 와중에 수술실에서 들려오는 응애~ 소리에 음..? 설마, 했는데
전화통화가 끝나니 동동이가 보온인큐베이터 안에 뉘여서 제 앞으로 왔어요..
감동이었고 대견했죠. 그 고사리만큼 자그마한 손으로, 그 발로, 엄마 뱃속에서 응차 나오려다가 목에 탯줄이 걸려서 못나오고 울었을 아이 마음이 짠하게 전달되는 듯 해서..
"우구, 우리 동동이 수고 많았어~"
한마디에 또 얼마나 힘들었는지 응애하고 웁니다.

안사람 회복실에서부터 조리원까지도.. 처음엔 출혈이 좀 있어서(수술을 받으면, 오로 양도 출혈로 체크합니다..)
무통주사 끝나고 나서 오는 복통에, 처음 일어날 때 숨이 안쉬어진다고 해서 x-ray 촬영을 하니, 폐에 물이 조금 차 있다고 하고..
하.. 입원실에서 있던 일주일은 매일이 긴장의 연속이었고, 안정을 찾아서 조리원으로 갔을 때도 옷가지류 챙기느라 처음으로 집에 왔을 때..
저도 모르게 기절하듯이 잠들었습니다. 그리고 처음으로 행복했습니다. 아.. 진짜로 애기가 태어났다!! 하고요. ㅎㅎ

지금은 은하를 그저께 토요일에 집으로 데려왔습니다.(이름은 우리끼리 정했어요. 작명소 안 믿어요. 은하수의 은하 입니다.)
너~~!!! 무!!! 귀엽습니다. 사랑스럽습니다.
창 너머로 밖에 못 봤던 아기를 이렇게 제 품에도 안아보고, 수유도 해주고, 기저귀도 갈아주고, 트름도 시키고~
ㅋㅋ ~_~ 아이 엄마가 자기는 밥통이냐고, 왜 오빠 품에 가서만 잘 자냐고. 자기한텐 치대기만 하는데 ㅋㅋ;;

어제랑 그제는 진짜 하루 죙~~일 같이 있었는데, 잘 때 허리 아픈 거 빼고는 피곤한 게 안 느껴졌습니다. ㅋㅋ;;
마약이예요. 너무 합법적이고, 도핑한 듯한 그런 마약. ㅋㅋ. 처음으로 사랑에 빠진 그 날의 느낌을 강렬히 줍니다.

여러 인생 선배님들이 걸어가셨던 그 길을 저도 걸어갑니다.
육아에 킹왕짱이 되고 싶지만, 자신이 부족한 것도 알고 있고, 무엇보다 아기가.. ㅎㅎ
항상 안 아팠으면 좋겠지만, 마음 한 구석에서 그런 상황을 염두에 두고 살고 있습니다.


여러분, 결혼할까말까 고민하시는 남성 여러분. 결혼하세요. 
사랑하는 사람과 나를 똑 닮은 아기가 태어나고, 나를 향해 씩 웃어주고, 입가에서는 달콤한 젖냄새가 나고, 여리고 여려서 어떻게 목 주변을 지지해줘야 하는지 설레이는 마음으로 배울 수 있어요. 치대는 소리에 간신히 들은 설잠에서 화들짝 깨고, 우는 소리에 애엄마가 그냥 두라고 하는데도 안아줘서 달게고 있는 자신의 모습에 빠져보세요.

힘들 것 같죠? 아뇨. 하나도 안 힘들어요.
적어도 저에겐, 하나의 특별함으로 인식이 되서, 제가 노예가 된 듯한 느낌 따위 하나도 들지 않아요. ㅎㅎ 너무너무 좋기만 합니다.

안사람이 그래요. 이틀밖에 안 지나서 그렇다고. 아뇨, 부성애는 모성애와 다르게 지치지 않는 특별함으로 그 아이를 대하니까, 힘들지 않다고 했어요.
물론 매제나, 친구들, 선배님들이 아기 때문에 힘든 부분을 말씀하시는 거도 알고 있어요.
그런데, 너무 특별해요. 진짜 평생 팬이 될 듯한? 묘한 마약이라도 한 느낌입니다.

결혼하세요. :) 아기를 낳으세요. 너무 좋아요. 행복해요. >_<!!
출처 행복에 빠진 아빠의 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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