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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화살 썰 읽고 써보는 도화살 썰
게시물ID : freeboard_163646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하루종일해요
추천 : 3
조회수 : 2575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7/09/28 12:59:18
밑에 도화살 글 보고 올려봅니다

저도 평생에 딱 한 번 도화살 경험이 있는데요. 
도화살 썰 들어보면 대부분 여성분들의 입장에서 이상한 남자들이 꼬였다 는 이야기 밖에 없잖아요. 

그래서 제 이야기를 해보려구요. 
네, 제가바로  도화살에 홀린(?) 빠져든(?) 남자 입장입니다.

당시 저는 고딩이었는데요. 그날도 그냥 버스정류장에 앉아서 하염없이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어요.

그냥 멍~때리면서 앉아 있었다는 거죠. 
그렇게 하릴없이 버스가 오가는 도중 한 버스가 정차해서 그 뒷자석에 앉아있던 여성분과 눈이 마주쳤어요.

‘와 되게 날카롭게 생겼다...근데 엄청 이쁜..가? 아닌가?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지금 생각해보면 예의에 어긋나는 생각임이 맞지만 
당시에는 그냥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었어요. (미안합니다 여성분.  나쁜 마음으로 생각하거나 그런건 정말 아니었어요..)




어쨌든 그렇게 정신을 차렸을 때 저는 그 버스가 지나간 
방향으로 걷고있었습니다.

“...어?” 
“어어??” 
“???”

뭔가 중간 과정이 허전~하면서, 멘붕의 시작이었죠. 
난 분명히 버스정류장 의자에 앉아있었는데 어느새 지나간 버스쪽으로 걷고있었 던 거에요. 
아무 의식도 없이! 무슨 좀비마냥! 

대체 무슨 생각으로, 언제부터 그 길을 걸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구요. 

이게 무슨 느낌이냐면, 이전 내 기억의 한 부분이 큰 덩어리 채 지워진 느낌? 
기억의 공백 이라고 하나요? 그 말이 무슨 뜻인지 태어나서 
처음으로 체감했습니다. 

객관적으로 보면 그냥 버스정류장에 앉아있다가, 일어나서 
걸은게 다인데, 이게 과정을 살펴보니 좀 섬찢하더라구요.

저는 평소에 스스로를 관조觀照 하는 습관이 있습니다. 
관조 라는게 뭐냐면, 불가에서 주로 수련하는 정서적 테크닉 
중에 하나인데, 말 그대로 대상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겁니다.

 저 같은 경우엔 제 스스로를 대상으로 하는데, 내 마음상태나 행동을 제3자의 입장으로 바라볼 수 있죠.

예를 들어 매 상황마다, 

‘어..나 지금 지나치게 화나있는데? 아, 그래도 접시를 던지면 안되지 어차피 내가 치우는데,’

‘어..나 지금 큰 돈좀 얻었다고 너무 들떠있는데? 이러다 폐가망신하지ㅉㅉ 자제해 자제.’

‘어..? 나 지금 A랑 B를 차별되게 대하고 있는 것 같아. 이러면 안되지 나레기 새기야’

하는 식으로 스스로의 행동과 마음 씀슴이를 교정(?) 할 수 
있어요. 

어쨌거나 그런 식으로 제 행동을 돌이켜 보니 아주 미약하게 그 기억들이 떠올랐어요. 

분명 방금 전의 기억인데도 불구하고 아주아주 희미하게, 묻혀있던 옛 기억에 먼지 툴툴 털어내고 꺼내본 느낌이 들던 건 왜 일까요?

기억속의 저는 앉아있다가, 일어나서 버스가 지나간 방향으로 저벅저벅 걸어간 거죠. 
그리고 걷는 도중, 습관적으로 관조 가 이루어져서  

1.머릿속에서 지금 내 몸이 내 몸이 아닌 듯 굉장히 큰 이질감을 느끼는 동시에  
2. 경험상, 다리 근육이 파열되기 바로 직전까지 갔을때나 느껴 본, 위험알리미 경종이 울리면서 
3. ‘어..나 지금 뭐하고 있는거지?’ 하며 의식을 찾은겁니다..

이게 무서운게, 의식이 없어져요. 행동과 결과에 대한 계산이 없어집니다.. 
나는 무의식중에 행동을 막 하는데, 그로 인해 상대방이 받을 피해나 고통은 생각 자체를 하지 못하게 돼요. 
그야말로 좀비가 되는 거죠. ㄷㄷ

집에 와서 생각해보니 이런게 바로 도화살일까 싶더라구요. 

물론 아닐 수 도 있겠지만, 만약 맞다고 가정 한다면 그동안 
간간히 읽어봤던 도화살 썰에 등장하는 남자들의 싸이코 같은 행동들도 마치 퍼즐이 맞춰지듯, 그 쓰레기 미1친놈 같던 행동들이 이해가 가는 겁니다.. 

여기가지 생각이 미치니 ㄷㄷ.. 진짜로 섬찢 하고.. 당하는 분들은 얼마나 난처했을지 상상이 가지 않네요.

여튼 이 일이 저에게는 하나의 화두가 되어 이것 저것 많은 질문들도 던져보고 하나하나 답을 찾아가면서 도화살에 대해서도 한번 다시 생각해보게 되는 그런 일이었습니다.

큰 일이 없었어서 다행인 한편 무척 신선하고 재밌는 경험이었네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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