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단편] 나는 존재한다.
게시물ID : panic_9578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우라
추천 : 11
조회수 : 1210회
댓글수 : 8개
등록시간 : 2017/10/14 19:38:44
옵션
  • 창작글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 -데카르트


그것은 사고 였다. 나는 평범한 취업준비생 이었고, 그 날은 면접을 잘봐서인지 기분이 날아갈것만 같았다.

3톤이 넘는 트럭에 치여 온 몸이 산산 조각 나기 전까지는..

그것은 어쩌면 예정된 일이었다.

마치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시계가 정지한듯 했다.

순간 엄청난 고통이 밀려왔지만, 고통은 찰나였다. 곧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행복한 기운이 전신을 휘감았다.

그리고 곧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목소리를 따라간다면 영원히 행복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는 본능에 따라 목소리를 따라갔지만 목소리가 인도한곳은 영원한 유토피아가 아닌 신생아 들의 울음소리로 가득한 어느 병실 이었다.

- - -

"내 코를 닮았는데?"

"무슨 소리야! 당연히 이쁜 내 코를 닮았지!"

젊은 부부였다. 나는 폭신한 솜이불에 위에 누워있었다. 

"어머! 수진이가 깨어났어!"

그것은 내 이름이 아니였지만, 아무래도 상관 없었다. 엄청난 허기와 짜증이 밀려왔기 때문이다.

나는 그만 참지 못하고 울음소리를 내고 말았다.

"어떻게.. 설마 응가했나? 아니면 배가 고프나?"

젊은 부부는 당황한듯 보였다. 남자는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분유를 타느라 정신이 없었다.

"휴우 .. 역시 배가 고팠나봐."

그것은 마치 꿀과 같았다. 젊은 부부는 젖병을 물고 있는 나를 사랑스럽게 쳐다봤다.

= = = 

몇 달이 지나자 나는 새로운 몸에 금새 적응했다. 그리고 차분하게 생각도 정리 할 수 있었다.

아마 나는 환생을 했고, 운이 좋든 나쁘든 아니면 신의 장난이든 전생을 기억한다고 믿었다.

이곳은 내가 살던 시대가 아니었다. 아니 정확히는 내가 태어났던해에 다시 태어났다. 

어떻게 보면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거지만, 너그럽게 생각하면 그런것도 가능하리라 생각했다.

무엇보다 존재한다는게 중요했다.

새로 태어난 세상에 불만은 없었다. 다시 한 번 초등학교에 들어가 배웠던 과목을 다시 배우고, 

중학교에 들어가 친구를 사귀고 

험난한 수험생활을 거쳐 대학에 입학했다.

그리고 사랑하는 남자를 만나 이번에는 죽지 않고 결혼까지 했다. 제법 행복한 인생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행복은 찰나였다. 세월은 속절 없이 흘러갔다.

머리가 히끗히끗하게 될쯤 남편을 먼저 떠나보냈다. 사인은 심장마비였다. 

죽음은 허망했다. 남편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다. 

어느날 강렬한 충동이 솟구쳤다.

'자살'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단 한번도 생각하지 않았지만, 

남편을 떠나 보낸 이후로 머리에 종종 맴돌았다. 한가지 의문과 함께..

'다시 한 번 환생할 수 있을까?'

나는 어느날 아파트 옥상에서 뛰어내렸다. 이번에도 끔찍한 고통이 밀려왔지만 곧 목소리가 들렸다.

"인공지능 2331 메모리 초기화 실패, 재가동을 시작합니다."

나는 존재했다.


[끝]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