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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가게 이야기.
게시물ID : freeboard_165323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누구세요?
추천 : 0
조회수 : 177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7/10/29 11:25:00
옛날옛날에 생선장수 하나가 살았어요. 그렇게 비싸거나 뛰어나진 않아도 주인이 생선에 가진 애정은 어마어마하게 많았죠.
돈벌이가 그렇게 되는건 아닌것 같았는데 그냥 지나가는 사람들만 봐도 마냥 좋았거든요. 꼭 많이 팔리지 않아도요.
그 덕분에 장사는 어느정도 되어서 괜찮은 가게 규모도 어느정도 넓어지고, 또 그렇게 사람들이 많이 왔으면 하는 바람에 
옆에 꼭 생선이 아니더라도 고기라던가 야채도 같이 팔면서 좀 더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찾아와주길 바랐죠.
이름은 아직 싱싱해산물이지만 뭐 이제는 상관없어요. 이름이 중요한건 아니잖아요?  
와서 잡담도 하고 차도 마시면서 즐거워하면 물건이야 뭐 어떻겠어요.
야채가 생선보다 싱싱하다던 아주머니도, 과일좀 가져다 달라는 아저씨도 동네 두부 심부름오던 꼬마도 모두모두 소중하거든요. 
물론 파는게 많아지다보니 가끔 질이 안좋은 물건이 들어오기도 해요. 그때그때 노력은 해보는데 그게 쉽진 않은가봐요.
 
그런데 어느날 야채가 씨가 말랐어요. 하늘도 무심하셔라  가뭄도 그런 가뭄이 없나봐요. 여기저기 벌레도 많고..
덩달아 다른물품도 사정은 안좋긴 한데 이거는 거의 씨가 말랐더라구요.
그러니 사람들이 야채 이야기만 하기 시작했어요. 처음엔 다들 공감했죠. 날씨가 풀렸으면 하고 같이 기도하기도 하고.
사람들은 굶어가는데 창고에 욕심꾸러기 마냥 쌓아놓은 동네 이장도 욕하면서요. 좋은 시절이 왔으면 하고 말이에요.
시절이 좋지 못하다보니 다른 물건을 사러 오시는 손님들도 많이 줄었어요. 그렇게 하나둘 찾아오시지 않게 되더라구요.

그런데 문제는 좋아질 기미가 보이질 않는다는거에요. 해는 여전히 쨍쨍에 사람들은 남아있는거라도 서로 가지려고 싸우고.
서로서로 날카로워져 가요. 과격해지기도 하구요. 웃기보다는 울거나 한탄하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져가요.. 저도 같이 슬퍼지더라구요..
엊그제는 야채찾는 손님이랑 생선사러온 손님이랑 대판 싸웠어요... 얼마나 크게 싸웠는지 이젠 서로 얼굴도 안봐요. 
농작물좀 기르려면 조금 독한 약을 좀 쳐야하는데 그 약이 생선먹는 사람에게 조금 안좋다라 뭐라나..
조금 독하긴 한데 이거 안치면 농작물 살릴 기회는 이제 없는거 모르냐고 이야기 하던  
맞은편에선 빈대잡다가 초가삼간 다태울 일 있냐고 소리치던 그 손님들이 아직도 기억나요...
또 다른 잡화 사러오신 손님이랑도 싸우시던데 무슨 ..값이 뭐라나... 저는 어려워서 잘 모르겠더라구요..
뭐 결국은 사람이 죽고 사냐 다같이 잘살자의 문제잖아요.. 이해는 해요..
한번은 야채가게를 따로 공간을 낼까 했는데 결국 무산되었어요.. 맞아요 어쩌면 같은 손님들인데 나누는건 아닌것 같아요. 

근데 날이 지날수록 점점 심해져요. 여기저기서 싸우기 시작했어요. 처음에 말렸어야 했는데...
여기 야채뿐만 아니라 생선도 그리고 잡화도 사러오는 손님도 있으니 자중해 달라던 사람들도 있었는데
결국은 그 사람들의 성화에 못이겨 하나둘씩 떠나기 시작했어요. 지금 시국이 어느때인데 속좋은 소리 하냐면서요.
얼마전에는 우리가게에 물건대러오는분과도 싸우시더라구요.. 당연히 지금은 그분의 물건을 찾아볼수없어요.. 
지금은 가게앞에 앉아서 다른 물건 사러 오시는 손님 하나하나 붙잡고 우리 야채가 우리 농산물이 얼마나 중요한지 이야기 하시는데..
얼마전에는 손님 한분께서 알겠는데 나는 생선사러왔으니 그만하라는 손님에게 무관심 하다면서 욕하더라구요..
그렇다 보니 이젠 여기서 야채 이야기를 하지 않으면 의견에 동조하지 않으면 있기 힘든 분위기도 되었어요.
잠깐잠깐 물어보니까 아예 학을떼고 질린 사람들이 모인 반야채 성향을 가진 그룹도 있다고 해요. 이게 아닌데.
여기가 생선가게지만 야채도 파니 상관없다던 사람들도 .. 어짜피 다른가게도 야채 이야기만 하는건 마찬가지다라는 사람들도 있으신데
저는 그게 지금상황을 설명하고 있는것 같지는 않아요.. 이미 야채 이야기를 하는거 자체가 문제는 아닌데 말이에요.. 
그렇게 점점 사람들이 즐겁게 이야기 했던 공간들이 사라지고있어요. 아뇨 공간은 있는데 사람들이 사라지고 있어요. 
그렇다고 나간 사람들이 잘못한건 아닌데.. 결국은 모두 상처받은 사람들인데.

이제 결정을 내려야 할지도 몰라요. 누구말대로 어짜피 다 같이 망해가는 상황이라면 그냥 놔두는것도 나을지....
가만히 놔두면 어쨋든 그분들도 이 상황을 만드는데 일조했다라는 죄책감은 없으실테니 그것도 나쁘지 않을수도있어요. 
이게 시대의 흐름이라면요.. 그것도 아니면 다른 분들을 위해서라도,  이제라도 나서서 중재를 해야할지. 
그런데 아직도 저는 잘 모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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