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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고생들 치킨 훔쳐먹은 썰
게시물ID : humordata_172628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quznaj
추천 : 12
조회수 : 1560회
댓글수 : 4개
등록시간 : 2017/11/04 15:25:54
몇달전에 무슨 일 때문인지 잘 기억은 안나는데
암튼 제가 술에 취해서 막차를 놓치고 서울 시청근처에서 덕수궁 돌담길을 배회하며 
새벽 첫 지하철을 기다리고 있었죠. (집은 일산)
처음엔 대여섯 시간 동안 밤을 어떻게 새우나 싶어서 눈앞이 깜깜 했지만
편의점에서 맥주 캔을 사서 홀짝 거리기도 하고
휴대폰으로 팟캐스트나 음악을 들으면서 돌아다니니까 나름 시간이 잘 가더군요.
 
근데 시청 앞 잔디밭에서부터 덕수궁 돌담길까지 여학생들이 길게 줄을 지어서 앉아있거나 서서  수다를 떨고 있었습니다.
저는 무슨일인가 해서 안내하는 알바생한테 물어보니까
다음날 저녁에 서울시청 잔디밭에서 대규모 아이돌 콘서트가 열리는데 그걸 전날밤부터 기다리는
아이돌 팬들이라고 하더군요.
누가 오냐고 물어봤더니 저는 잘 알지도 못하는 아이돌들이랑 힙합가수들이었습니다.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저는 제 갈 길 갔었죠.
종로에서 경복궁 까지 어슬렁 거리다가 다시 덕수궁 옆 쪽으로 돌아오니까 벌써 한 세시 정도 됐는데 
아까 줄 서 있던 애들이 하나도 없더라고요.
근데 애들이 버리고간 음식물 쓰레기 들이 너저분하게 버려져 있길래 속으로 욕을 했죠.
밤새 아이돌 콘서트를 기다리는 것도 한심한데 쓰레기 같은 걸 함부로 버리고 다니니까요.
 
근데 그중에 치킨 두마리가 담겨있을 법한 박스가 있길래 혹시나 해서 뚜껑을 열었더니,
세상에 몇점 집어먹지도 않아서 고스란히 양념 한마리와 후라이드 한마리가 남아있는 겁니다.
보나마나 여자애들 몇명이서 다 먹을수 있을것처럼 시켜놓고는
애들이 입이 짧으니까 몇개 집어 먹고는 버려뒀겠구나 싶더군요.
 
사실 그걸 손대는건 진짜 거지같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제가 치킨을 먹어 본 기억이 너무나 오래되서 일단 닭다리하나만 먹어보자고 집어들었고,,,,
그 이후로 한 15분동안 미친듯이 치킨 2마리와 김밥 한줄을 흡입하고
남은 김밥 한줄은 제 가방에 넣은채 자리를 옮겼습니다.
주위에 누가 볼까봐 두리번두리번 거리면서 먹는 꼴이 제가 보기에도 무슨 노숙자 같았습니다.
요즘은 치킨에 들어가는 양념과 소스가 예전과는 차원이 다르더군요. 진짜 맛있었습니다.
허겁지겁 먹어치우고 한 1분정도 걸어서 덕수궁 문앞으로 나오는데
아뿔사 그냥 떠난줄 알았던 여학생들이 우르르 아까 앉아있던 자기 자리로 돌아오는 겁니다.
순간 당황한 저는 옆길로 빠른 걸음을 걸어서 남대문까지 도망쳤습니다.
 
얘들이 잠깐 바람쐬러 돌아다닌건지,
아니면 줄서는 것 때문에 시청 잔디밭에 자리를 맡아놓으러 갔던 건지는 모르겟지만 
아까 제가 먹은 치킨 두마리랑 김밥들은 걔들이 버리고 간게 아니라는 건 확실해 보였습니다.  
아마 밤새도록 먹으려고 아껴놓은 거같습니다.
 
정말 미안함과 창피함이 극심했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사과드립니다. 덕수궁 돌담길에서 치킨, 김밥 도둑질 당한 분들 미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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