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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롬비아전 1년 동안 풀지 못했던 한국 대표팀의 전술적 난제를 해결하다
게시물ID : soccer_17961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zlatan09
추천 : 11
조회수 : 1301회
댓글수 : 7개
등록시간 : 2017/11/13 10:2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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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쓴건아니고요.
펨코 네임드 '이타'님이 쓰신글이고 나름 유명하시죠.
국대관련해서도 자주 칼럼 쓰시는데 이번에 좋은글이라 퍼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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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콜롬비아전 2:1 승리는 신태용 체제의 한국 대표팀에게 있어 여러 가지로 반전의 기로에 들어설 수 있는 일전이었다.

우선 무너져가던 팬심을 다시 끌어올리는데 성공했다. 비록 당장은 모든 축구팬들이 신태용 감독을 지지하는 방향으로 돌아서진 않았지만 이번 콜롬비아전만큼은 2002년의 전사들을 머릿속에 떠올리게 해줬다. 결과는 좋지 않더라도, 선수들이 수원에서 보여준 투지와 열정을 이어간다면 분명 팬들은 돌아올 것이다.

에이스 손흥민 역시 돌아왔다. 지난 1년간 대표팀 내에서 필드골을 넣지 못했던 그가 이번 콜롬비아전에서 2골을 성공시켰다. 경기 전부터 토트넘의 전술을 참고할 것이라고 밝힌 신태용 감독의 지략적 성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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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경기 양 팀 선발 라인업

-신태용, 1년 동안 풀지 못했던 전술적 난제를 해결하다.

지난 1년간 한국 대표팀이 고민해왔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손흥민 살리기'였다. 포체티노 감독 아래에서의 손흥민은 그 누구나 인정하는 세계 최고의 공격수였지만 대표팀 유니폼만 입으면 항상 잠잠해졌다.

그간 손흥민이 대표팀에서 큰 힘을 발휘하지 못했던 근본적인 이유는 그의 최대 장점을 발휘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손흥민은 공격 진영 어느 곳에서든 골을 성공시킬 수 있는 선수다. 왼발 오른발 가리지 않은 채 강력하고 정확한 슈팅을 구사할 수 있으며, 토트넘 입단 초기에 지적되어왔던 오프 더 볼 문제점도 이제는 개선됐다. 

반면 문제점은 탁월한 발재간이 없다는 사실과 연계 능력이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그는 공격수이지만 좁은 공간에서 임팩트 있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렇기 때문에 포체티노 감독이 토트넘의 3-4-2-1 체제 아래에서 손흥민을 종종 왼쪽 윙백으로 기용하기도 했다. 최전방에는 월드클래스 스트라이커 케인이 존재하고, 2명의 공격형 미드필더 자리에 위치한 에릭센과 알리는 명확하게 손흥민보다 좁은 공간에서 훌륭했기 때문이었다.

손흥민의 최대 강점인 슈팅을 시도하기 위해서라면 반드시 그의 주변에 일정 이상의 여유 공간이 존재해야만 한다. 하지만 그는 '무(無)의 공간'을 '유(有)의 공간'으로 만들어내는데 최적화된 유형의 선수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손흥민이 빛을 발하기 위해서라면 타 선수 개인의 퍼포먼스(드리블 돌파, 탈압박 등을 통해 손흥민에게 빈 공간을 만들어주는 것) 또는 감독의 전술적 설계가 필수불가결적으로 필요했는데, 토트넘에서는 이 2가지 요건이 모두 실현됐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콜롬비아전은 손흥민이 살아나기 위해 필요한 조건 2가지가 모두 충족된 경기였다. 신태용이 수원에서 꺼내든 4-4-2 체제는 손흥민이 폭발할 수 있을만한 전술적 요건을 갖춘 시스템이었으며, 이번 경기에 출전한 이근호, 이정협, 이재성, 권창훈 등의 공격진은 뛰어난 활약을 펼쳤다.
 

신태용 감독의 4-4-2 시스템이 손흥민을 살리는 방식은 크게 2가지였다. 첫째는 측면 공간을 빈도 높게 활용한다는 것이었고, 둘째는 간결하고 빠른 템포로 공격을 전개한다는 사실이었다.

 
이유는 매우 간단하다. 측면 공간을 빈도 높게 활용한 이유는 손흥민이 4-4-2의 2톱이었기 때문에 콜롬비아 수비 진영의 중앙 밀도를 떨어뜨리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전체적으로 간결하고 빠른 템포의 공격을 전개한 이유는 콜롬비아가 완벽한 수비 진영을 갖추기 전에 손흥민이 전방에서 볼을 잡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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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경기 한국의 빌드업 대형

이날 한국이 후방에서부터 빌드업을 전개할 때면 위와 같은 대형을 형성했다.

우선 중앙 미드필더의 기성용이 수비 라인으로 내려와 라볼피아나 대형을 형성했다. 그럼으로써 양 윙백인 김진수와 최철순이 전진할 수 있었고, 기성용의 밑선 이동으로 인해 부족해진 중원 숫자는 측면 미드필더가 유기적으로 커버했다. 여기서 한 명의 측면 미드필더가 중원 숫자를 메꿔주기 위해 내려간다면 나머지 하나는 공격 라인으로 전진했다. 주로 이재성이 중원 가담을, 권창훈이 전진하는 경우가 많았다.

콜롬비아는 조직적인 4-3-3 대형을 바탕으로 전진 수비를 펼쳤다. 이들은 높은 지점에 수비 진영을 형성하되, 강한 압박을 직접적으로 펼치진 않았다. 한국은 이러한 수비 대형을 상대로 빠르고 간결한 공격을 전개해야 했기 때문에 빌드업 과정에서부터 측면을 매우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그렇기 때문에 전진한 김진수와 최철순이 주로 빌드업 과정에서의 수비 - 공격 연결고리가 되었는데, 만약 이들이 밑선으로 내려가 볼을 받게 될 경우 이재성, 권창훈이 측면으로 빠져 기존 김진수/최철순의 전진 공간을 커버해줬다.

측면 미드필더 한 명을 1선으로 전진시킨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공격 진영에 숫자를 늘리기 위해서였다. 신태용 감독은 궁극적으로 간결하고 빠른 템포의 공격을 원했기 때문에 중원에 굳이 많은 선수를 투입할 이유가 없었다. 측면에서 볼을 잡아, 공격 라인의 유기적인 움직임을 통해 볼을 전진시키면 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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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대표팀의 여러 공격 노림수 중 2가지

이러한 빌드업 대형 속에서 한국은 많은 공격 패턴을 양산했다.

우선 가장 기본적으로는 공격 라인의 동시다발적인 침투를 통해 콜롬비아의 뒷공간을 노리는 것이었다. 2명의 2톱과 한 명의 측면 미드필더가 이뤄내는 동시다발적인 침투로 어느 한 선수에게 결정적인 공간을 만들어주는 방식이었다. 특히나 빌드업시 전진한 김진수/최철순이 볼을 잡을 경우 콜롬비아의 윙백이 이를 막기 위해 전진하는 경우가 있었는데, 이때 한국의 공격 라인이 상대 수비수들과 수적 동률을 이룰 수 있었다. 물론 콜롬비아의 수비 숫자가 더 많을 때도 신태용 사단은 계속해서 동시다발적인 침투를 시도했다.

공격 라인의 2톱이나 측면 미드필더 선수들이 콜롬비아 수비수를 낀 채 순간적으로 중원으로 내려오면서 양 윙백의 공격 공간을 열어줄 수도 있었다. 만약 수비 라인에서 장현수, 기성용 등을 통한 롱 패스가 시도되려 할 때면 공격 라인이 내려오지 않아도 양 윙백의 1선 가담이 가능했다. 이렇듯 이날 김진수와 최철순은 전체적으로 순간적인 공격 라인 쇄도를 빈도 높게 감행했는데, 상술한대로 상대 수비 라인의 횡적 간격을 벌려 중앙의 손흥민에게 공간을 창출해주기 위함이었다.

콜롬비아는 미드필더, 공격 라인의 윙백 전담 수비나 체계적인 수비 조직을 통해 최철순, 김진수를 통제해야 했다. 그러나 이날 페케르만 사단은 그러지 못했고, 그들은 전체적으로 매우 나태했다. 

-드디어 짜여지는 수비 조직력

이날 공격보다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수비 국면이었다. 사실 한국이 성공시킨 2골은 어느 정도 운이 따랐다고 할 수도 있는 득점이었다. 첫 번째 골의 경우 권창훈의 몸에 맞고 굴절된 이근호의 크로스가 정확하게 손흥민의 발끝으로 연결됐고, 두 번째 골은 콜롬비아의 골키퍼 카스텔라노스가 어느 정도 막을 수 있는 여지가 있었던 득점이었다.

우리는 신태용 사단이 지난 러시아전과 모로코전에서 총 7실점을 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비록 이번 경기가 수원에서 펼쳐졌다 한들 콜롬비아는 분명 러시아와 모로코보다 강한 전력을 갖고 있는 팀이다. 한국이 그런 콜롬비아를 상대로 단 1실점만을 허용했다는 사실은 - 어쩌면 무실점도 가능했을 - 분명 끈끈한 수비 조직력이 완성되고 있다는 증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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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의 이번 경기 수비 대형과 형태

한국의 이날 수비 대형은 매우 조직적인 4-4-2 포메이션이었다. 파이널 써드 지역에서부터 강하게 압박할 때도 있었지만 주로 하프라인 부근으로 내려앉아 4-4-2 수비 대형을 형성하는 경우가 많았다. 

한국은 '지역 수비를 기반으로 한 대인 마크' 수비 형식을 따랐다. 특히나 수비 라인을 제외한 모든 선수들이 이를 철저하게 고수했다. 신태용 감독이 이러한 형태를 주문한 이유는 한국의 최후방 라인이 높은 지점에 형성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신태용 감독이 일부러 높은 지점에 수비 라인을 형성하지 않은 것인지, 또는 권경원과 장현수가 높은 수비 라인을 컨트롤하는데 미숙했기 때문인지는 그들만이 아는 사실일 것이다.

다만 최후방 라인이 높은 지점에 형성되지 않았기 때문에 한국의 수비 라인과 미드필더 라인 사이 공간을 최소화할 수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신태용 감독은 이 공간이 벌어지는 일은 허용하되, 콜롬비아가 한국의 수비 라인과 미드필더 라인 사이 공간으로 볼을 투입하지 못하도록 했다. 공격/미드필더 라인의 철저한  '지역 수비를 기반으로 한 대인 마크' 수비 형태를 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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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격/미드필더 라인의 철저한 '지역 수비를 기반으로 한 대인 마크'수비 형태
 
'지역 수비를 기반으로 한 대인 마크'수비 형태는 1차적으로 지역 수비 체계를 유지하되, 상대 선수가 자신의 할당 지역 안으로 들어올 경우 그 선수를 대인 마크하는 체계로 전환하는 방식이다. 가령 콜롬비아의 왼쪽 공격수인 하메스가 중원 지역으로 가담한다면 고요한이 그를 대인 마크하도록 한다. 
 
한국의 공격/미드필더 라인은 철저한 '지역 수비를 기반으로 한 대인 마크'수비 형태를 통해 콜롬비아 미드필더 라인의 공격적 전진(앞선으로 패스를 공급하거나 볼을 전방으로 운반하는, 볼을 앞으로 전진시키는 모든 공격 행위)을 통제했다. 그러다 보니 페케르만 사단은 중원에서 볼을 전진시킬 수 없게 됐고, 콜롬비아의 좌우 미드필더는 고요한, 기성용의 할당 지역 안에 들지 않기 위해 측면 지역으로 내려가 볼을 받아주기도 했다. 즉, 신태용이 공격/미드필더 라인에게 주문한 수비 형태로 콜롬비아가 위험 지역에서 볼을 소유하지 못하도록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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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격 라인의 적극적인 수비 가담이 중요한 이유

 
특히나 이근호와 손흥민이 전방에서 많은 수비적 임무를 충당했다. 보통의 4-4-2 수비 대형에서는 전방 2톱 선수들이 상대 센터백의 패스 옵션만 차단할 뿐 적극적으로 수비 임무를 펼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한데, 이날의 이근호(이정협)와 손흥민은 수비 상황에서 많은 기여를 했다.
 
기본적으로 철저한 '지역 수비를 기반으로 한 대인 마크'수비 형태를 실현해내면서 콜롬비아 윙백의 패스 옵션까지 제한했다. 테시오와 메디나가 중앙 쪽에서 공격을 전개할 때면 손흥민과 이근호가, 측면에서 볼을 잡을 때면 이재성과 권창훈이 공격적 전진을 통제했다. 그리고 하메스의 빈도 높은 중원 가담에 따라 기성용, 고요한의 마킹 체계에 혼선이 올 수도 있었는데, 이근호와 손흥민의 광범위한 활동량으로 이를 충분히 커버해낼 수 있었다. 
 
만약 신태용 사단이 4-4-2 수비 대형을 형성하고 있는 상태에서, 콜롬비아의 수비 라인 선수들이 다이렉트로 한국의 수비 라인과 미드필더 라인 사이 공간으로 불안정한 볼을 투입할 경우 기성용과 고요한이 즉각적으로 내려섰다. 콜롬비아 윙어의 순간적인 중앙 가담에 따라 센터백이 상대 공격 숫자와 수적 동률이 되는 것을 막아내기 위한 작업이었다. 기성용과 고요한은 이러한 부분을 매우 훌륭하게 커버해냈다. 
-결론
필자는 어쩌면 이번 콜롬비아와의 일전이 그간 명확하지 않았던 한국 축구의 색깔을 찾은 경기이지 않을까 싶다. 물론 한국 축구의 명확한 색깔이라고 해서 무조건적으로 '점유율 축구는 어울리지 않는다.' '광범위한 활동량을 필요로 한다.'라는 고정관념이 베어서는 안된다. 신태용호만의 축구를 구축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경기가 명확한 색깔을 찾을 수 있었던 90분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한국은 훌륭했고, 콜롬비아는 나태했다. 신태용이 페케르만 감독을 상대로 승리할 자격이 있었다.
출처 http://www.fmkorea.com/index.php?mid=football_world&category=675831981&document_srl=834011651&page=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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