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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아나 존스를 이제 보고 있습니다.
게시물ID : gomin_173166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레이셀
추천 : 0
조회수 : 275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7/11/13 17:11:54
글쎄요.. 열 살 쯤 먹었을 때의 추석, 아니면 설 이었을 겁니다. 

사내새끼는 들어오면 고추 떨어진다는 부엌에서는 전 지지는 소리가, 

방 한켠에서는 명절 특선 영화 인디아나 존스가 방영되고 있었죠.


작은 엄마와 사촌들은 인디아나 존스가 어디가 재밌었는지,
1편은 어떻고 2편은 어땠는지 이야기 하고 있었습니다.


이십년도 더 지난 지금에도 그 기억이 남는 것은 어린 나의 기억에도 그 대화에 내가 끼지 못하는 것은 충분히 이상한 일이었기 때문입니다. 


어려운 시절을 살아온 부모님은 문화생활이라는 것을 해 본 기억이 없으십니다. 
일곱살부터 남의 집 일을 시작하고 몇 리를 걸어 나무를 해오고 
아직도 큰 집에 갈 때면 십키로도 넘는 거리의 산을 보시고는 여기에서 내가 나무를 해다 팔았었는데 .. 하십니다.

첫째는 세상을 찾아 떠나버리고 둘째도 자기 먹고 살겠다고 떠나가 버린 시골에서 
아버지는 나름 열씸히 식구와 할머니를 먹여 살리고 여덟째까지 대학에 보냈습니다.

이제와서 듣는 말은 '오빠(그러니까 우리 아빠)  변했네 전엔 도와주고 그랬는데 이제 자기밖에 몰라' 지만요. 


놀랍게도, 아빠와 나는 영화관 한 번 가본 적이 없습니다. 
야구장도 한번 가 본 적이 없구요, 
바닷가 출신으로 친척 모임에서 바다에 투망 던지는 정도는 좋아하셨지만 30이 다되어가는 지금 기억해도 두어번뿐인 일이니 취미라고 하긴 힘들겠습니다.


일도 할 수 없을 정도의 뜨거운 여름, 웃통 벗고 수박을 먹으며 전국노래자랑을 보다가 목침 배고 주무시는 정도가 취미활동 이셨겠죠. 
취미라는게 없어 매일 밤 수주사와 술을 마시고 들어와

밥상은 내던져지고 밥통은 박살이 나고, 지키지도 못하신 '크리스마스 트리 이딴거 내가 산에서 좋은걸로 해줄게' 의 약속 대신 태워진 플라스틱 크리스마스 트리 정도가 있었습니다.

술마시고 들어온 날이면 누님들은 공부하는 시늉이라도 해야 했고 나는 이불 속에서 숨막힐 때 까지 숨어 있었습니다.



아직까지 영화 한 편 같이 볼 수 없는 이유는 돈입니다. 
당장 먹고 살 돈이 없는 것이 아니고, 

문화생활 이라는 데에 돈을 쓴다는 것을 납득 못하시기 때문입니다. 
어렸을 때 부터 . 아니 아빠가 어렸을 때 부터 돈은 먹는데에 쓰는 것으로 정해져 있기 때문이었을 겁니다.


제게도 이런 강박은 남아, 어렸을 때엔 오락실에 한 번 가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런 몇 분 되지도 않는 유희에 삼백원이나 쓴다는걸 이해를 못했었죠. 

맘에들던 후배의 친구와의 첫 데이트에서 들어간 오락실에서도 그랬습니다. 
'태고의 달인'을 보고 같이 하자던 그녀를 옆에서 지켜만 봤었습니다.

우스운 일이지만 천원이 아까워서요. 

당연한 말이지만 에프터는 없었습니다. 


다시 누군가를 만나고, 단 돈 얼마를 아까워 하는 모습에 또 헤어지고 

그것을 반복하다 보니 이제 보통 사람처럼 편의점도 가고
 (놀랍게도 편의점에 대학생때야 처음 가봤습니다.)

시장이 아닌 곳에서 옷도 사고 만원이 넘는 식당에서 밥도 먹습니다. 

아직도 여자친구는 돈을 너무 안쓴다며 불만이지만요.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걸까요...

이런 소비 습관이나 취미도 모두 학습되는 것 같아요.

날 닮은 애가 생길까봐 (성격적으로) 두려워 아이를 낳을 생각은 아직도 없지만

만약에 아이를 낳게 된다면 돈에 너무 벌벌 떨게 키우고 싶진 않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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