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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다는데 나는 모르겠다.
게시물ID : gomin_173176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아름다운님
추천 : 2
조회수 : 579회
댓글수 : 4개
등록시간 : 2017/11/14 08:54:58
25살
남들은 젊은 나이라는데 모르겠다.
무스펙 대졸 부스러기 인생이라

3년째 보는 시험  지긋지긋하다.
대학 다닐 땐 내가 이렇게 비참해질거라곤
생각하지 않았는데...
이럴 줄 알았으면 1년 휴학이나 해볼 걸 후회가된다.
돈도 없으면서... 우습다
조기졸업에 학점 4.3 만들고 뿌듯했던 내가 병신같다.
기껏 조기졸업해놓고 그 기회 날려먹은 내가
미치도록 답답하다. 

몸이 좀 안 좋다.
면역계난치병과 심장병과 심한디스크가 있다.
자잘하게는 더 많은데 일단 저 세 개가 좀 세다.
심장병도 루푸스도 관리하면 일상생활이 되는데
퇴행성디스크는 답이 없다. 
내 척추는 노인이다. 내 나이와는 상관없이.

늙은 내 어머니가 불쌍하다.
늙은 어머니보다 더 안 좋은 허리로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는 식물같은 내가 불쌍하다.
과년한 딸년 병원비를 홀로 부담하는 불쌍한 어머니.
허약한 딸년을 아직도 키우고 있는 끝나지 않는 육아에 갇힌 어머니가 가엾다.

나는 나같은 애를 키울 자신도 없고
이 몸상태로 육아는 커녕 임신과 출산도 버거워
아이를 포기했다. 난 참 아이를 좋아했는데. .


주일마다 가는 교회에선
이유도 없이 눈물이 난다.
교회에 앉아 예배를 드리고 있으면
별안간 하늘에서 동아줄이 툭툭 떨어지는
상상을 한다.
상상이 내 의식을 두고 혼자 둥실둥실 뜬다.
내버려두면 동아줄을 둘둘 말아서 짠 보여주는데
아, 내 목을 걸면 딱 좋게 보인다.

아멘. 주님
괜찮습니다. 어차피 그럴 용기가 없어요.

내가 조금만 더 용기가 있었으면
왕따가 얼마나 괴로운지 새삼 느꼈던 17살 때 죽었을 것이다.
아니, 뜬소문이 사람을 얼마나 피폐하게 하는지 알게 됐던 15살에 끝냈을 것이다.
아니, 무능한 아버지에게 휘둘리는 어머니를 보던 12살에 떠났을 것이다.

근데 그 때보다는 지금이 조금 더 행복하니까
분명 그럴 일은 없다.

다만
이제 다 컸는데도
한푼 벌지도 못하고 백수로 나이먹는 내가 한심해서
눈물이 날 뿐이다. 아르바이트 하나 할 수가 없는 내가
짜증나서 욕이 절로 나온다. 

시시때때로 밀려오는 통증을 약으로 누르고 물리치료로 누르고 아 물리치료는 한번받을때마다 4600원이다. 재활 겸 하는 운동은 수영장에서 걷는 거 이건 하루7천원.  
그래 결국 돈이다. 다 돈이네 씨발.. 
아 이 빌어쳐먹을 돈. 
육시랄 돈.

무거우면 가방도  못 매서 내 남편될 사람은 짐꾼이다.
내 사랑스러운 멋진 남자는 나 때문에 짐꾼이 된 것이다. 나를 만나서.
나는 다행한 일인데 그게 
남편한텐 불행일까봐 더 잘해야지 더 잘해야지 한다.

남들은 내가 젊은 나이라는데
나는 전혀 모르겠다.
정말 전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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