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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세르비아] 또 하나의 희망 안겨준 신태용의 두 번째 4-4-2
게시물ID : soccer_17971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zlatan09
추천 : 7
조회수 : 710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7/11/16 23: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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펨코 네임드 '이타'님이 쓰신글이고 나름 유명하시죠.
콜롬비아전이후 세르비아전 글도 있길래 올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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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 역동적이고 유기적으로 발전한 현대 축구에서의 포메이션은 단순한 숫자 놀음에 불과하다. 전체적인 선수들의 포지션과 위치만 알려주는 지표가 될 뿐, 더이상 축구 내에서 절대적인 영향력을 발휘하지 않는 요소로 전락했다.

그런 의미에서 신태용 감독이 지난 콜롬비아전과 이번 세르비아와의 일전에서 들고 나온 전술은 분명 달랐다. 몇몇 언론에서는 같은 플랫형 4-4-2 포메이션을 들고 나왔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비슷한 전술을 기용했다고 치부하지만, 그 속은 완전히 다른 메커니즘으로 이뤄져 있었다. 

지난 콜롬비아전 첫 번째 4-4-2 시스템으로 얼어붙은 팬심을 녹이는데 성공했다면, 이번 세르비아와의 일전에서 선보인 두 번째 4-4-2 시스템은 살아난 팬심에게 일말의 희망을 안겨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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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경기 양 팀 선발 라인업

-4명의 공격수로 8명의 수비수를 묶어라

이날 한국의 볼 소유시 전체적인 컨셉은 '4명의 공격수로 8명의 수비수를 묶어라'였다. 세르비아는 수비시 밀린코비치-사비치와 프리요비치를 2톱으로 둔 4-4-2 포메이션을 형성했는데, '이재성 - 손흥민 - 구자철 - 권창훈'공격 라인을 상대 수비 라인과 미드필더 라인 사이 공간에 고의적으로 위치시키면서 세르비아의 수비 범위를 좁혔다.

쉽게 말해 상대의 위험 지역('세르비아의 수비 라인과 미드필더 라인 사이 공간' - 쉽게 표현하기 위해 이 글에서는 이 공간을 '바이탈(vital) 존'이라 칭하도록 하겠다.)에 4명의 공격수를 투입함으로써 세르비아의 수비진이 1차적으로 이 지역을 집중적으로 차단하도록 한 것이다. 그럴 경우 각 4명의 수비 라인과 미드필더 라인은 종/횡적으로 모두 좁은 간격을 형성하게 될 것이며, 이로 인해 한국은 다른 지역에서 빈 공간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이러한 공격 컨셉은 자칫하면 무득점의 가장 큰 원인으로 붉어질 수 있는 방식이었다. 상대가 바이탈 존을 고의적으로 차단하게 함으로써 비교적 덜 위협적인 공간을 만들어내는 방식이기 때문에 90분 내내 볼만 돌리다가 끝나는 일이 충분히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신태용 감독의 전술적 역할은 '넓어진 덜 위협적인 공간을 활용하여 차단당한 상대의 바이탈 존으로 볼을 투입시키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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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후방 빌드업 대형

신태용 감독은 후방 빌드업 단계에서부터 상대의 바이탈 존으로 볼을 투입시키려 했다.

한국이 후방 빌드업을 시작할 때면 기성용이 센터백 사이로 내려오면서 라볼피아나 대형을 형성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이재성, 손흥민, 구자철, 권창훈이 모두 1차적으로 세르비아의 바이탈 존으로 올라감으로써 중원에 정우영 혼자만이 남게 됐다는 것이다.

세르비아의 수비 블록(각 4명의 수비 라인과 미드필더 라인으로 이뤄진 4x2 형태)은 라인 사이에 위치한 한국 공격수들을 막아야 했기 때문에 종/횡적으로 좁은 간격을 형성했다. 이에 따라 양 측면의 김민우와 최철순이 비교적 넓은 공간 속에서 볼을 받을 수 있었으며, 세르비아의 공격 라인이 김영권, 기성용, 장현수를 통제하기 위해 전진할 경우 정우영도 손쉽게 빌드업에 참여할 수 있었다.

만약 세르비아의 공격 라인까지 완전히 내라앉아 2선의 김민우, 정우영, 최철순까지 통제 하에 둔다면 한국은 크게 3가지 시나리오로 움직였다. 

첫째는 한국의 2, 3선 포지셔닝이 좋지 않을 때나 세르비아의 수비 위치가 매우 훌륭할 경우, 바이탈 존에 위치한 선수들이 체크 백(볼을 받기 위해 볼을 가진 선수에게 접근하는 것)을 시도하면서 볼을 전진시키는 방식이었다. 이때 공격 라인에서 체크 백을 행하는 선수는 주로 연계에 능한 구자철과 이재성이 됐는데, 상황에 따라 권창훈과 손흥민도 충분히 연결 고리 역할이 될 수 있었다. 이들은 세르비아의 미드필더 라인과 공격 라인 사이 공간에서 볼을 받아줬으며, 수비 블록의 선수를 끌고 나와 바이탈 존에 위치한 공격수들에게 볼을 투입할 수 있도록 도와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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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의 체크 백을 통해 세르비아의 라인 사이 공간으로 볼을 투입하는 장면


둘째는 최후방의 김영권, 기성용, 장현수가 계속해서 볼을 공유함으로써 세르비아의 공격 라인을 끌어올리는 것이었다. 세르비아의 공격 라인이 이들에게 유도되어 전진할 경우 한국은 자신들이 원하는 빌드업 구도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 세르비아의 미드필더 라인이 위험 지역을 지키기 위해 내려설 때면 2선의 김민우, 정우영, 최철순이 볼을 받을 수 있는 공간이 늘어났고, 반대로 전진하는 공격 라인과의 간격 유지를 위해 함께 올라간다면 바이탈 존의 이재성, 손흥민, 구자철, 권창훈이 볼을 받을 수 있는 틈이 생겨났다.

셋째는 세르비아의 공격 라인이 유도되지 않을 경우 - 세르비아의 4-4-2 수비 대형이 전체적으로 내려설 경우 - 좌우로 넓게 벌린 양 센터백이 전진하는 것이었다. 김영권과 장현수는 세르비아의 수비시 2톱, 밀린코비치-사비치와 프리요비치 옆 공간으로 올라갈 수 있었다. 이들이 전진할 경우 바이탈 존에 위치한 공격수들과의 거리를 좁힐 수 있었고, 이는 김영권, 장현수가 다이렉트로 전방 공격진에게 패스를 공급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전진한 김영권, 장현수의 패스 선택지는 이뿐만이 아니라 터치라인 부근에 위치한 김민우와 최철순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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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이번 경기 공격 대형과 형태


한국의 공격 단계에서도 이재성, 손흥민, 구자철, 권창훈은 1차적으로 바이탈 존에서 활동했다. 이때 이들은 명확한 포지션과 역할을딱히 구분짓지 않았다. 세르비아의 라인 사이에 위치한 4명의 공격수들은 자유로운 위치 선정과 스위칭을 오갔다. 상황에 따라 팀의 주요 골 스코어러인 손흥민이 연계 역할을 맡을 수도 있었고, 중앙 지향적인 구자철이 넓은 측면으로 빠질 수도 있었다.

한국은 이재성, 손흥민, 구자철, 권창훈의 바이탈 존 위치 선정으로 인해 만들어지는 또 다른 공간(상술한 덜 위협적인 공간)에서 세르비아 수비진을 흔들려 했다. 세르비아 수비진을 흔듬으로써 바이탈 존으로 볼을 투입하려 한 것이다.

세르비아의 수비 라인과 미드필더 라인이 매우 콤팩트한 간격을 유지해야 했기 때문에 한국의 후방 자원들 - 기성용, 정우영, 장현수, 김영권 - 이 넓은 공간을 얻을 수 있었다. 그리고 전방 4명의 공격 라인이 모두 중앙 지향적인 위치 선정을 가져갈 경우에는 오버래핑을 올라온 양 윙백들에게 공간이 만들어졌으며, 만약 김민우/최철순이 후방 지역에 위치한다면 4명의 공격수 중 한 명이 넓은 측면으로 빠져 볼을 받아주도록 했다.

한국이 이번 경기에서 가장 잘했던 부분 중 하나는 만들어진 '덜 위협적인 공간'에서 볼을 오래 소유하지 않은 채 빈도 높게 바이탈 존으로 볼을 투입했다는 것이었다. 중앙의 기성용은 측면으로 넓게 벌린 김민우와 최철순을 겨냥한 정확한 롱 패스를 계속해서 뿌려줬으며, 전방의 이재성, 손흥민, 구자철, 권창훈은 활발하게 움직이면서 나머지 한국 선수들이 바이탈 존으로 손쉽게 볼을 투입할 수 있도록 도와줬다. (이때 이 '활발한 움직임'의 종류는 굉장히 여러가지였다. 볼을 받기 위해 넓은 측면으로 벌려주는 움직임, 볼을 받기 위해 볼을 가진 선수에게 접근하는 체크 백, 상대 바이탈 존 안에서 빈 공간을 창출/활용하기 위해 움직여주는 작업 등이 있었다.)

물론 결과가 말해주듯 아쉬운 점도 존재했다. 그것은 바로 '바이탈 존에 볼이 투입된 이후'였다. 이날 한국은 바이탈 존으로 볼을 투입시키는 작업 자체는 성공적으로 진행했지만, 이후 최종적으로 골을 넣는 단계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 했다. 신태용 감독이 손흥민의 파트너로 저돌적인 이근호가 아닌 볼 컨트롤에 능한 구자철을 선택한 까닭도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었을 것이다. 한국은 좁은 공간에서 공격을 마무리 지을 수 있는 능력이 부족했다.

-같은 4-4-2 수비 대형, 다른 수비 형태

신태용 감독은 이번 경기에서 지난 콜롬비아전과는 다른 수비 전술을 들고 나왔다.

한국 대표팀은 이번 경기에서 4-4-2 수비 대형을 형성했으며, 강한 전방 압박을 하지 않은 채 하프라인 부근에서부터 본격적인 수비를 시작했다. 이는 지난 콜롬비아전에서도 찾아볼 수 있었던 모습이었지만, 이번 경기에서 차별화된 요소는 그 다음부터 이어지는 '수비 형태'였다.

신태용 감독이 지난 콜롬비아전에서 선보인 수비 형태는 공격, 미드필더 라인이 매우 끈끈하게 고수했던 '지역 수비를 기반으로 한 대인 마크'방식이었다. 이는 1차적으로 지역 수비 체계를 유지하되, 상대 선수가 자신의 할당 지역 안으로 들어올 경우 그 선수를 대인 마크하는 형태로 전환하는 메커니즘이었다. 

개개인의 테크닉이 뛰어난 콜롬비아 선수들을 통제하기 위해 신태용 감독이 주문한 수비 형태였다. 그렇기 때문에 측면 수비수인 만큼 1대 1 수비에 능한 고요한이 중앙 미드필더로써 뛰어난 활약을 펼친 것이었으며, 2톱 라인에 선 이근호 역시 많은 기여를 해줬다. 이러한 수비 형태의 궁극적인 목적은 '한국의 수비 라인과 미드필더 라인 사이 공간 자체는 허용하되, 상대가 그 공간으로 볼을 투입시키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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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이번 경기 수비 대형과 형태

신태용 감독은 지난 콜롬비아전에서 선보였던 수비 형태를 이번 경기에서 그대로 꺼내들지 않았다. 세르비아의 미드필더들이 모두 피지컬적으로 뛰어나(그루이치 - 191cm, 막시모비치 - 189cm, 밀린코비치-사비치 191cm) '지역 수비를 기반으로 한 대인 마크'수비 형태를 주문할 경우, 1대 1 경합 상황에서 밀릴 우려가 존재했기 때문이었다. 고요한 대신 정우영을 출전시킨 까닭도 세르비아 미드필더들의 피지컬에 대항하기 위해서였다.

신태용호의 세르비아전 수비 컨셉은 전체적으로 매우 콤팩트한 대형을 유지하는 것이었다. 위험 지역을 아예 최소화시킴으로써 세르비아의 전체적인 공격 공간을 통제하기 위함이었다. 한국이 수비를 시작할 때면 미드필더 라인이 우선적으로 최후방 라인과 좁은 간격을 형성하면서 신태용호의 수비 라인과 미드필더 라인 사이 공간을 극도로 압축시켰다. 이 때문에 김영권과 장현수는 비교적 높은 지점에 수비 라인을 형성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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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과 구자철의 측면 공격 유도

최전방 손흥민과 구자철은 세르비아 2명의 중앙 미드필더를 견제하면서 상대 센터백이 중앙 방향으로 패스를 전개할 수 없게끔 방해했다. 이들은 세르비아 공격의 시발점이 측면이 되도록 유도하는 작업을 훌륭하게 수행해냈다. 

세르비아가 측면으로 공격을 전개할 경우 한국 8명의 수비 블록은 각 측면에 균형 잡힌 압박 진영을 형성했다. 만약 세르비아가 오른쪽으로 공격을 전개할 때면 '김영권, 김민우, 기성용, 이재성'이 볼 주위에 압박을 가했고, 반대로 왼쪽으로 공격을 전개한다면 '장현수, 최철순, 정우영, 권창훈'이 압박의 주인공이 됐다. 신태용호는 전체적으로 수비시 매우 역동적으로 활동했다. 이는 수비 대형의 횡적 간격을 좁게 설정하지 않아도 끈끈한 수비를 펼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이날 한국의 수비 단계는 매우 훌륭했다.

세르비아가 한국의 수비 블록을 상대로 공격을 펼칠 때, 손흥민과 구자철의 역할은 상대 후방 자원들을 견제하는 것이었다. 이들은 한국의 깊은 수비 진영까지 내려오지 않았다. 한국의 수비 라인과 미드필더 라인 사이 공간이 매우 비좁고, 전체적으로 매우 역동적으로 움직였기 때문에 세르비아가 빈 공간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라면 볼을 점유한 채 템포 조절/공격 조율을 할 필요가 있었다. 여기서 손흥민과 구자철이 세르비아의 센터백과 중앙 미드필더를 견제함으로써 상대 공격진이 백 패스를 시도하지 못하도록 했다.

그렇기 때문에 세르비아의 전체적인 템포 조절/공격 조율이 매우 힘들어졌으며, 단 8명만으로 수비를 진행해야 했던 한국 선수들은 세르비아를 훌륭하게 막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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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르비아가 볼을 후퇴시킬 때 매우 역동적이었던 한국의 수비 라인

세르비아가 볼을 후퇴시킬 때 방해가 될 수 있는 부분은 손흥민과 구자철의 후방 자원 견제 뿐만이 아니었다. 한국의 최종 수비 라인은 매우 역동적으로 활동하며 상대 공격수들을 계속해서 오프사이드 상태로 만들었다. 이 때문에 세르비아가 볼을 후퇴시킨다 한들 곧바로 롱 볼을 통한 공격을 이어나가기가 매우 힘들었다.

-결론

아직도 많은 사람들은 이번 11월 A매치 대해 '신태용 감독의 명확한 전술이 없었다. 선수들이 잘했을 뿐, 신태용 감독은 전술적으로 기여를 하지 않았다.'라고 말한다. 한국 대표팀이 이렇게 발전했는데도, 두 가지 4-4-2 시스템을 통해 콜롬비아를 잡고, 세르비아와의 일전에서 좋은 경기력을 펼쳤는데도 말이다.

만약 신태용 감독의 전술이 없었더라면 필자는 '콜롬비아전 전술' '세르비아전 전술' 각 하나로 2개의 글을 쓰지 못했을 것이다. 축구는 매우 복합적인 성격을 띤 스포츠다. 단순하게 선수만이 뛰어나다 해서 좋은 경기력을 보일 수도 없고, 반대로 좋은 전술만으로도 승리를 따낼 수 없다. 운도 매우 중요한 작용을 하며, 심리적, 피지컬적, 외적 부분 등 여러가지 요소들이 따라줘야 한다. 만약 신태용 감독의 전술적인 부분이 전혀 존재하지 않았다면 지난 4달간 한국 대표팀의 고름으로 우려됐던 부분들이 모두 터져버렸을 것이다.

신태용 감독의 전술도, 선수들의 투지와 능력도 모두 훌륭했던 이번 11월달이었다.
출처 http://www.fmkorea.com/best/838013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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