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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만화-<다시 봄이 올 거예요>프롤로그
게시물ID : sisa_99764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넘어넘어
추천 : 7
조회수 : 648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7/11/21 11:39:36
그날,

하늘은 조금 흐렸고 바다는 조용했다.
물고기들은 뜬눈으로 하루를 시작한 어선들을 피해
바삐 움직이고 있었을 것이다.

-로비에 있었는데 꼬마 두명이 놀고 있었어요.
 귀여워서 불렀는데 처음 보는 사람한테도
 잘 오는 거예요. 저한테 안기는 바로 그때였어요.
 배가 원래 좀 기우뚱거리잖아요. 그런데 그거랑
 차원이 다르게, 기우뚱-기우뚱-기우뚱-기우뚱, 진짜 심하게 기우뚱거리다가 팍 넘어가는 거예요.

8시 52분, 배가 침몰한다는 신고가 있었다.
해경은 위도와 경도가 어떻게 되느냐고 물었다.

-배가 기울면서 어떤 애가 머리를 세게 박아서
 기절을 한 거예요. 막 때리면서 일어나라고 깨우고.

-엄마한테 전화를 했어요. 엄마도 당황해서
 일단 끊으라 하시고. 학교에 전화를 했는데
 학교에서 무슨 소리냐고.
 학교도 모르고 있었던 거예요.

9시 19분, 첫 속보가 나왔다.
"진도 부근 해상 500명 탄 여객선 조난 신고"

-줄넘기 연습을 하는데 갑자기 애들이
 "야, 단원고 침몰한대. "뭔 소리야?"
 갑자기 심장이 내려앉는 느낌, 너무 멍해서... 

-아빠를 전화로 일찍 깨워야 했는데 깜빡한 거예요.
 전화 걸어서 죄송해요 그랬는데.
 오빠가 탄 배가 침몰하고 있다는 거예요.
 내가 들은 게 뭔 소리지? 아빠가 정말 벌벌벌 떠는데
 그런 목소리는 처음이었어요.

국정원이 사고 소식을 확인했다.
인근에 있던 둘라에이스호 선장이 다급하게 교신을 보냈다.
"라이프링이라도 착용을 시키셔서 탈출을 시키십시오, 빨리."
9시 25분, B511 헬기가 현장에 도착했다.

-가만히 있으라니까. 어, 가만히 있어야지.
 왜냐면 이럴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저희보다 그 사람들이 더 잘 알 거잖아요.
 
-엄마 걱정할까봐 일부러 한참 있다가
 되게 덤덤하게 문자를 보냈어요. "엄마, 배 기울어져."
 엄마도 "아, 그래, 배는 휘청휘청거리니까."
 
-구조가 되는 줄 알고 있었거든요.
 "엄마, 지금 배가 기울고 있는데 헬기가 와서
 배를 끌고 가려나봐. 괜찮아. 될 것 같아."
 
-캐비닛이 드드득 하면서 뜯어지는 소리가 들렸어요. 천장이랑 벽이랑 바닥 막 쿵쿵거리면서
 진짜 쿵쿵거리면서 벽에 있는 애들을
 다 깔아버린 거예요.

9시 38분, 해경 123정이 선원을 구조하기 시작했다.
청와대 국가안보실은 현지 영상을 찾았다.
"VIP 보고 때문에 그런데..."
객실 침수가 시작됐다.

-아무것도 안 와요. 검정색 구명보트가
 잠깐 갑판 쪽에 보였다가 사라진 거예요.

-머리 묶고 있으라고, 혹시 머리 낄 수 있으니까,
 머리 묶어주고.

-창문이 있는데 거기서 해경 걸어다니는 걸 봤어요.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가만히 있으라는 게 너무 안 맞는 거예요.
 반 애들한테 나가서 확인해보겠다고 함녀서
 우여곡절 끝에 문을 열었어요.

-남자애가 울고 있었어요. "형, 우리 죽어요?"
 "이 형아가 너 살릴게." 구명복을 받아서 애를
 먼저 입혔어요.

-점점 창문으로 물이 차는 게 보이잖아요. 그러다가
 갑자기 불이 꺼지고.

육상 경찰과의 교신에서 해경이 말했다.
"우리가 다 했으니까, 우리 해경하고 해군하고 다 하고 있으니까."
9시 51분이었다.

-불이 꺼졌거든요. 막 울면서 해경 왜 안 오냐고.
 막 울부짖으면서 왜 우리 안 구해주느냐고.

-갑자기 비명 소리가 들려요. 물이 찬대요. 아무것도
 안 샐 거 같은 틈에서 물이 갑자기 콸콸콸 쏟아져
 들어왔어요.

-그때 사람들이 어디 있었는지 다 기억나요.
 하나하나...얼굴만 간신히 떠 있는데 그 애가
 보였어요. 손이 안 닿아요...

-친구 셋이 손을 잡고 있었는데 제가 손을 놓쳤어요.
 물에 빨려 들어갔어요. 어떻게 할 수도 없이. 순식간에.

-애들이 비명 지르면서 허우적대는데 저는 손을 쓸
 수 없어서 일단 내 발이라도 잡으라고 멈췄어요.
 애들이 발을 잡았고 계속 올라가는데...
 

 애들이 다 같이 있다가 어느 순간 저 혼자 남았어요


"여기는 123. 현재 여객선 좌현 완전히 침수했습니다."


-아무것도 안 보이는데 어디에 걸렸어요. 공기를
 마셔야 되는데. 어떻게 밀고 떠올랐는데 다시
 걸렸어요. 숨은 벌써 막히는데. 한번 더 걸리면...
 다시 잠수해서 올라갔는데 다행히 팍...

 손을 뻗으면 공기가 만져지는데 나가지는 못하다가
 파도가 쳐서 그때 나온 거예요.

-그때 제가 엄마 핸드폰을 쓰고 잇어서
 모든 전화가 다 저한테 왔어요.
 동생 거기 탄 거 맞다고
 계속 말해야 하는 거예요.

 애들이 위로하려고 '괜찮아, 설마 죽겠냐'
 그런 식으로 얘기하는데 저도 모르게 울컥해서,
 장난하냐고.

-담임 샘이 들어오시면서 형이나 누나 중에
 단원고 다니는 사람 있냐고 했어요.
 왠지 불안해서 물어본 순간부터 울었어요.

청와대가 해경에 물었다. "영상 가지고 있는 해경 도착했어요?"

"침몰 임박, 탈출하십시오." 마지막까지 남아 있던 승무원의 지시는 역부족이었다.
10시 17분, 카톡 메시지 하나가 겨우 배를 빠져나왔다. "지금 더 기울어."

어업지도선은 구명조끼를 입고 떠다니는 마지막 생존자를 구조했다.

-물에 뛰어내려서 구명보트를 잡았는데
 가려고 하는 거예요. 탈 자리 없으니까
 그냥 잡고 오라고.

-기억이 안 나요. 목이 하도 타서. 물 좀 줄 수 있냐고
 주위에 물어보고.

11시 1분. MBC가 '전원구조'방송을 내보냈다.
7분 사이에 대부분의 채널을 통해 속보가 퍼져나갔고,
이미 정정보도가 나간 후인 11시 26분 재난주관 방송사인
KBS는 다시 오보를 내보냈다.

-서거차도 주민 분들이 집을 내주셔서
이불 덮고 있는데 TV에서 애들이 빠져나오는 영상을
보여주는 거예요.
그러다가 전원구조가 딱 보이는 거예요.
아, 애들 다 나간 거였구나, 다행이다.

-늦잠을 자고 일어나니까 부재중 통화가
 엄청나게 많이 와 있더라고요.
 텔레비전을 딱 틀었더니 '전원구조'.

-다행이다 하면서 오빠한테 전화를 했는데
 안 받는 거예요. 친구 언니한테는 전화가 왔는데.

-혹시 모르니까 단원고로 갔는데
 동생이 생존자 명단에 없는 거예요.
 어떻게 해야 되지? 엄마한테
 명단에 없다는 말을 하기가 너무 어려운 거예요.

-언니한테 전화만 몇십통을 한 것 같아요.
 통화음이 가요, 신호가 가는 것만도 의미가 있다고.
 괜찮아, 뭔 이유가 있겠지.

오후 1시 19분, 두명이 사망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중대본은 특수구조인력 350명
투입, 선체인양 위한 대형 크레인 확보, 여객선은 사실상 침몰 등의 내용을 발표했다.

-엄마아빠는 다 진도로 가고 저는 혼자 세월호 기사를
 싹 다 읽었어요. 정확한 정보를 알아야 되니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아야 되니까.

-진도체육관에 애들이 오다가 안 오는 거예요.
 여기 말고 서거차도에도 애들 갔다고 그래서 안심하고
 있었는데...

 어리둥절해하고 있는데 부모님들 태운 버스가 왔어요.
 다들 울면서 들어오시는데
 그 상황이 너무 소름끼치는 거예요.

 아빠가 저를 부르는데 기자들이 우르르 오면서 안으로 밀려 들어가고.

오후 5시 30분, 박근혜 대통령이 중대본을 찾았다. "구명조끼를 다 입었다는데
그렇게 발견하기 힘듭니까?" 저녁 6시 50분, 조류가 강해 선체 수색작업을
중단한다고 했다. 밤 9시 중대본은 전체 승선인원이 462명이라고 정정했다.

-엄마한테 전화가 와서 이건 좀 아닌 것 같다고
 그러셨는데 뉴스는 계속 구조하고 있다고
 그랬단 말이에요.

-아빠, 언니는? 언닌 어딨어? 아빠가 못 찾았다고
 하시니까, 주저앉아서 엉엉 울었어요. 멍하니 있다가
 혼자 감정 추스렀다가 다시 폭발했다가 울다가.

-부모님이 팽목항에서 흔들리는 모습을 보니까...
 거기서 저까지 힘들다고 울어버리면 진짜 되돌릴 수
 없을 정도로 모든 게 다 무너질까 무서웠어요.

-안산으로 오는데 너무 무섭고, 그래도 애들
 돌아오겠지, 그런 생각만 하고 다른 생각은 안 했어요.

-막내 재우고 둘째랑은 자지 말자고, 뭔가 너무
 미안해서 보일러를 안 켰어요, 그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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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부터 시작을 해야 할까요. 
아무튼, 이 책은 세월호 생존학생들과 희생자 형제자매들의 구술증언록입니다. 위 발췌문의 대화체는 모두 이 책에서 실제로 나오는 말입니다.
모든 말이 가슴에 팍팍 와 닿아 박히고, 모든 말이 읽는이를 먹먹하게 만드는, 그런 책이었어요. 2주기 때 나온 직후 이미 읽었지만 1년 만에 다시 봐도 정말.......ㅠㅠㅠㅠㅠ
앞으로 이 책이 출간되면서 다음 스토리펀딩에 연재된 만화(전 5편)를 여기에도 올려볼까 합니다. 잊지 말자고 기억하는 의미에서. 최근에 모든 희생자분들의 영결식도 끝나고 했잖아요ㅠㅠ 안산과 서울을 빼면 지금까지 있던 분향소도 철거되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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