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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성과 보수 성향
게시물ID : phil_1610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스틸하트9
추천 : 1
조회수 : 438회
댓글수 : 4개
등록시간 : 2017/11/26 22:13:09

어떤 초초초초초 진보적인 집단도
아무리 지적인 감수성의 화장을 두껍게 바른, 자유로운 사고를 가졌다고 여겨지는사람들의 모임일 지라도,
기존의 '항상성'을 회복하려는, 일종의 변화의 방향으로부터 반대로 가는 탄성이 작용하고 있음을 부정할 수는 없는 듯 하다.

콕 집어 말하면, 이것은 그야말로 원초적인 보수 성향이다.
가장 진보적인 집단에 가서 조직 내에서 지금 당장 일어나야 할 급진적인 변화의 당위성을 이야기해 보자.
당신은 방금 전까지는 진보였던 극우 수구파들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좀더 깊이 생각해 보면,
이것은 굳이 비난하고 조롱할 만한 부정적인 측면이라기보단 무리 동물의 일종인 인간으로 태어난 이상 어쩔 수 없는 한계인 듯 하다.
(여기서, 인간은 근본적으로 '의식 생명체'라던ㅡ무한한 잠재력의로서의 '의식'과 '일종의 동물의 몸으로서의 생명체'의 모순적 결합이라는 뜻으로 읽힌다ㅡ그분의 말씀이 떠오르는데, 분명 '의식'보다는 '생명체' 쪽에 방점이 찍혀버린 불행한 경우다.)

관념적 사변, 진리에 대한 주관적 경험과 개인적인 해석, 그리고 (직접적 혹은 간접적인 교훈의 형태로 드러나는) 도덕적 언술로 넘쳐흐르는 곳에서
과거와 현재의 언행 그리고 태도 사이에 존재해야 할 최소한의 일관성을 요구하는 것은,
자신은 그러한 엄격한 요구에 의한 규격 검수에 실패할 수 밖에 없으리라 스스로 단정짓고 있는 듯한
(굳이 여기서 이 점을 열등한 특성이나 원초적 한계라고까지 단정짓지는 않도록 하자)
모두의 얼굴에 구정물을 끼얹는 것과 같은 것일까.

예전에 구조적 상납 비리에 연관된 공무원에 관한 기사를 본 적이 있다.
그가 말하길, 자기네 조직에선 상납의 고리에서 빠지겠다고 말하는 순간 '잠재적 위험 요소'로 낙인찍혀 살아남을 수 없다고 한다.
개인의 도덕성으로는 저항할 수 없는 '구조적 비리'의 전형적인 사례일 것이다.
물론, 안정적인 공무원 자리를 박차고 나올 도덕적 용기와 신념만 있다면야, 개인으로서 그의 도덕성은 지킬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100대 1에 육박하는 공시 경쟁률을 굳이 예로 들지 않더라도, 생계가 걸린 직장을 하루 아침에 그만둬 가면서 도덕성을 지킬 사람은 흔치 않다.

거꾸로, 개인의 힘으로 저항할 수 없을 정도로 커다란 힘[위 설명한 탄력성]은 바로 그 개인의 도덕성이 타협함으로서 생기는 양심의 가책을 가벼이 해주는 훌륭한 심리적 방패막이 되기도 한다. (너무나 거대한 벽에 가로막힌 나로서는 어쩔 수 없었다고 말함으로써, 우리는 양심의 가책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다.)

그게 어떤 형태를 띠든 간에 해당 조직의 항상성을 유지하려는 탄력성을 거스르는 것은,
온라인의 가벼운 익명성과 일회성(씨바 수틀리면 이 싸이트 접속 안하면 되지)에 기대서도 어려운 것일까.
이것은 굳이 그러지 않아도 되는 상황에도 평소와 똑같이 행동하게 만드는 일종의 습관인 것일까.
(우리는 이와 비슷한 사례를 원래의 의미와 다른 의미로 쓰이는 단어 '직업병'에서 찾아볼 수 있다)

게임 체인저라기보다는 게임 브레이커?에 대한 여론이 좋을 수가 없는 것은 분명하다.
모두가 현재의 게임, 현재의 상태에 대체로 만족하고 있는데
(라기보다는 다른 상태로 가는 걸 불편해하고 불안해 한다 라고 말하는 게 더 정확하겠다)
그들 모두에게 현실적으로 충족할 수 없다고, 또는 어렵다고 여겨지는 조건을 준수하라며 룰을 바꾸자고 외치는 사람이 무사할 리는 없다.

그 변화에 대한 요구가 아무리 최소한의 상식선상의 정당성을 요구하는 선에 그친다고 하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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