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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면허증을 서른넘어서 땄었어요..
게시물ID : car_9946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섧게우는꽃
추천 : 10
조회수 : 976회
댓글수 : 17개
등록시간 : 2017/11/27 15:28:00
이십대 내동 들었던 얘기였는데..
"왜 운전면허증이 없어??????"
"수능보고 나오면서 따는것 아냐??????"
"운전면허증은 기본 아니냐????"

엄..
근데 저는
면허증 자체는 서른셋에 땄습니당.. 

운전을 할 줄 모르는 것은 아니었어요
군복무때 
사단장 관사병이었는데
우연찮게 사단장운전병에게 배우게 되어 
가끔 관용차 말고 장보러갈때 쓰는 크레도스를 몰아보곤 했었죠

운전을 못하는 것은 아니었으나 
영내에서 해보는 것과 차를 끌고 도로로 나오는것은 다른 문제였죠

어....

아주 어렸을적에
지금 저의 허리높이정도의 키였을때

동생손 부여잡고 도로부근 인도에 서있었는데,  
뒤쪽에서 개 한마리가 지나갔어요 
어렸을때만 하더래도
개 등치가 내 덩치들만 하니까
어지간한 개는 다 무서워했었던 것 같아요

게다가 도시도 아니고
시골에서 살아가지고..
물론 학교는 읍소재지로 가긴 했습니다만,
뭐 거기서 거기긴 하죵
그러다보니 그냥 풀어놓은 개들이 많았었던 것 같아요

그때도
목줄없는 개였어서 약간 긴장해있었는데 
얘가 갑자기 짖길래 놀래서 뒷걸음질을 쳤었죠..

그런데 제 동생은 
저보다 좀 더 무서워 했었어요
그래서 제뒤로 놀라서 숨었다가
급기야 도로쪽으로 뛰어나가게 됐죠


어...
근데 
그 때
아직도 정말
기억이 생생하고
정말 또렷- 한데

어렸을때 그 시골에 
큰 창문이 덜컹대는,
그런 버스가 아직 다닐때였어요

버스 바퀴가 제 키보다 조금 더-
컸을때였죠

그래서인지 제 키보다 큰 바퀴를 가진 버스가
그냥 옆에만 
후웅- 하고 지나가도
깜짝깜짝 놀라던 때였는데

그 큰-한눈에 다 들어오지도 않았던-버스가

끼이이익!!!
하고 엄청난 굉음을 내며

도로에서 서버렸어요

동생이 갑자기 뛰쳐나가서요..

어.. 
지금 생각해보아도
영화나 뭐 영상물 매체에서나 좀 보던
그런
슬로우 모션- 기법 같은 느낌으로

정말 천천히
멈추는 것 같아 보였어요

정말 신기하네요 지금 돌이켜보니까
물론 그때는 뭐 그냥 앞에는 개, 뒤에는 큰 버스
그래서 제정신이 아니었겠지만

그렇게 눈앞에 모든 것들이
하나하나 눈에 담으라고 하는것 처럼
천천히 돌아갈때

버스 앞에 동생이 있었어요
개에 놀라서 뛰쳐나간 동생이요

어..
끼이이익!! 하고 퍽! 
하는 소리가 기억이 나네요 

그 천천히 돌아가던 시간이
원래대로 돌아오는데에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어요

동생 몸이 버스 앞 범퍼쪽에 부딪히는 걸 보았고

그리고 키보다 한 두어배정도는 높은 높이로
공중에 뜨는걸 보았으며

차 한두대 정도의 길이 앞으로
나가떨어지면서
길바닥위를 구르던 동생을 보았었죠..

엄..
그 순간은 정확히 그냥
내가 뭘해야할지 몰랐던거 같아요

그냥 길바닥위를 구르고 있는 동생을 지켜보고만 있었죠
그리고 천천히 가던 시간이
원래대로 돌아왔을때

그와 함께 상황인식이 되기 시작했던 것 같아요

동생이름도 부르지 못하고

어버버버 하면서 동생쪽으로 갔죠
그냥 이름을 생각해내지 못했던 것 같아요
뭐라 불러보려고 했었는데

야야 만 입에서 돌았었던 것 같아요
그냥 야야 만 하면서 그쪽으로 갔어요

버스기사님은 사색이 되어
후다닥 버스에서 내려서 달려오셨고
승객중에 아저씨 몇분도 같이 나오셨던걸로 기억해요

어..
그때 가지고 있었던 실내화 가방에 
한창 체육관 다니던 때라서 수건같은게 들어있었는데

왜 그랬었는지 몰라도
피가 날 것이다 하고 수건으로 닦으려고 수건부터 꺼냈었어요



그 때
그 우리에게 다가오던
그 큰-
버스 바퀴를 
진짜 평생 잊지 못할 것 같아요
그 짖던 개랑 말이죠


그래서 인지
그 뒤로 몇년은 버스를 타지도 못했어요
너무 무서웠거든요
그냥 버스가 무서웠어요
명절에 혹은 어디 놀러간다고 버스를 타고 가자고 하시면
울고불고 매달려서
기어이 아부지가 운전대를 잡고 가게 만들었었어요



지금 생각하면
그 대부분 차가 스틱이던 그 시절
클러치 생각도 안했던...
아부지 발목하고 무릎은 생각도 안했던..
....................
..........
.....
....지금 누가 나하테 그래하면 발로 차버릴텐데....

암튼
5~6학년때까진 버스는 거의 무서워서 못타다가
그때 워크맨이란게 되게 
가지고 싶은 물건중 하나였는데
친척한분이 워크맨을 사주신 뒤로

안대하고 워크맨 이어폰 귀에 꽂고 
노래 크게 틀어놓으면
내가 지금 버스를 탄거 아니다...하고 
자기최면걸고막 ㅋㅋㅋ
하면서 버스를 조금씩 타게 됐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엄... 승용차들도
뒷좌석엔 탔었는데

조수석엔 전혀 앉지 못했어요
그게 스무살? 정도까지 그랬어요

조수석에 타고 있으면
앞이 탁 트여서 보이니까
횡단보도 부근쯤 지나면
횡단보도에 서있는 사람중

아이 하나가 튀어나오는게 
자꾸 상상이 되더라구요

이게
내맘대로 
내가 상상하고 싶지 않다고 해서
상상이 안되는 것도 아니어서...
눈을 뜨나 감으나
계속 아이 하나가 튀어 나오더라구요
머리는 곱슬이고
등에 사각 똑딱이 가방하고 실내화가방을 든 아이가요

그래서 거의 스무살? 정도까진 정말
아부지 차에 타면서 연습 정말 많이 했죠
왜 연습을 했었는진 잘 모르겠는데
노력 했었어요 안떠올리려고

군복무 하면서
운전병하테 배울때도
어차피 사단장 관사주변은 
도로에 횡단보도도 없고
돌아다니는 사람도 없고

그래서 어찌어찌 운전자체는 좀 배워보긴 했는데

나와서 해보려고 하니까
횡단보도 부근만 가면
온몸이 떨리더라구요
계속 아이 하나 튀어나오고...
식은땀도 나고 그래서..

결국 면허증은 포기를 했었죠


그리고
일본생활을 좀 하게 되어서
일본에서 생활을 하다가

한국 들어와서는
일때문에
다시 운전면허를 따보려고 했는데
그때도
기본 주행시험은 별것 없었는데

이게 도로주행만 나가면
길거리에 사람들이 자꾸
차앞으로 튀어나오더라구요

제 머릿속에서만요

실제로 아무도 없는데도 불구하고
자꾸 사람이 튀어나오더라구요



그래서 이십대 후반에
정신과 상담을 좀 받았었습니다

한 이삼년 다녔던 것 같네요




그때까지도 뭐
제가 일부러 이래 자세하게 얘기 하지 않는 한은
잘 모르니까

항상 들었던 소리

차 좀 사
차를 끌고 다녀
왜 면허증이 없어
니나이에 면허증 없는건 이상한거야
다른사람은 다있는데 너는 왜?
그런 기본적인것도 없는데 사회생활 어떻게 해??

등등

사무실에서도 듣고 나가서도 듣고 하하
귀에 못이 밖히도록 들었었네요 하하하하




결국 치료 잘 받고
서른 넘겨서
도저히 
일때문에 너무 불편해서
차를 꼭 끌어야겠다 싶어가지고

어찌어찌 다행히
면허증을 따게 되었습니다
도로주행때 
진짜 
교차로 횡단보도  부근에서는
엄청 긴장했었네요......................



물론 제일 기뻐하셨던건 엄니하고 아부지

이제 운전할 수 있다 라는 말에
다행이다 라고 해주셨었거든요

따자마자 
안전운전 방어운전 이라는 말을 
계속 아부지하테 듣고있어서
습관 붙이려고
항상 깜빡이 
일단정지선에 멈춰보고
교차로 지날때 일단 감속 등등 
좋은 습관 붙이려 하고 있습니당



그러니 혹시
주변에 면허증 없는 사람이 있더래도
나 자신을 기준으로
그분께 잣대를 들이대지 않으셨으면 해서요

무언가
다 이유가 있기때문에
그렇지 않을까요???

물론 그 이유를 알아주고 있다면 제일 좋지만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아,
동생은
정말
제가 신을 믿진 않지만
하늘이 도왔는지
정말 멀쩡했습니다

피도 안났구요
그냥 팔이랑 등쪽에 멍 조금 든 것 빼고는
정말 사지 멀쩡했었어요

물론 
후유증이 위험한것이라
보건소-시골이라 병원이 없어서...읍소재지도 종합병원은 보건소 하나뿐이었어요-를 좀 가보고
이후로 위쪽 도시로 올라가서 큰병원을
정기적으로 다니면서 상태를 체크 했긴했는데

진짜 별 문제 없었거든요

게다가 
당사자였던 동생은
다행히 지가 사고난 것이 크게 트라우마로 번지지 않아서
오히려... 영웅담이 되어버렸던...
그래서였는지
군복무 끝나고 지 돈 번다고
화물차기사로 갔었던..........................
지금은 화물은 때려치고 일반 회사 다니지만

암튼 그랬었네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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