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끔찍한 상상(3)
게시물ID : panic_9705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콜디스트윈터
추천 : 6
조회수 : 521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7/12/04 23:43:06
지하철을 기다릴때 가장 지루한 시간은 어느정도일까? 한 30분 늦는 연착?

아니, 그정도 장시간일땐 아예 다른 공상이든 일과든 별도로 진행되기 때문에 의외로 상식밖의 장시간의 경우엔 지루함이라는 감각과 좀 다른 부분으로 들어간다.

열차가 전 역을 막 출발했다는 경우 역시 적절한 기다림의 시간을 제공해준다고 할수있다.

그 중간..한 10분쯤 남았을때의 기다림이야말로 지하철에서 차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마음을 가장 간질간질하고 아리송하게 만드는 시간이라 할수있지 않을까?

게다가 플랫폼 안에 사람이 꽉 찬채로 옴쭉 달싹 못하고 기다리고 있다면?

그야말로 일상의 괴로움중 하나가 될것이다.

폰을 들어 이곳저곳 검색해보지만 그 애매한 시간은 뭔가를 진득하게 접근하게 해주지도 못한다.

그러나 어느날 내게 인생의 어느 시기에도 경험지못할 일들이 닥치게 될줄 그 어느날의 열차도착 10분전의 순간엔 알수없었다.

아마도..사건의 최초 원인은 그 날따라 좀 많이 왔던 눈. 그리고 계단에 들어선 첫사람의 어딘지 당황스런 기색.그리고 서두름 아니었을까..

그때 들이닥친 버스들에서 내려 역으로 들어선듯한 사람들의 대군이 역내 계단을 급히 뛰어내려온다.

기다리고 있던 시간중 상당시간이 지났으니 얼마안있어 열차가 도착하리라는 감을 어찌 아는지 그들은 서두르고 있었다.

그리고 이럴때 어이없지만 종종 일어나는 일이 일어나게 된다. 앞줄에 있던 사람들이 인파의 힘을 감당못하고 넘어져 버린것.

이미 타력이 들어가있는 인파는 이들이 넘어졌다 하여 멈출수있는 제동력을 가질순 없었다.
처음 계단에서 넘어진 사람들은 순식간에 뒤이어 밀어닥친 사람들의 구둣발에 짓밟혀 보이지도 않게 되었다.

대기줄에서 그걸 보고있는 내 귀에 이어폰이 꽂혀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어폰 플러그를 넘어 그들의 뼈가 부서지는 소리가 들린다.그런데 그걸로 끝나지 않는게 이어지는 문제였다.

이미 승강장내부엔 열차를 기다리는 사람들로 가득했고..무너져 내리는 진입인파는 마치 도미노처럼,승강장에서 열차를 기다리고 있던 사람들에게도 덮쳐왔다.

열차진입 시그널이 울리고 열차가 들어오는 불빛이 보인다. 여전히 지각한 인파의 대군은 앞사람들의 상황을 모른체 쇄도하고있는게 분명했다. 대기줄 맨 앞의 사람들도 밀려서 보호문에 꽉 밀착해있었다. 그러나 그 수많은 군중의 힘과 질량을 그 보호벽이 오래 감당해낼순 없었다..열차가 들어오는 가운데 보호벽이 무너져 보호벽의 유리는 물론이고 진입하는 열차에 보호벽 자체도 끼어들어가 버렸다..그리고 보호벽 뒷편의 사람들이 진입중인 열차에 치여들어가는 지옥같은 상황을 중간쯤의 내눈으로도 지켜보고 있을수밖에 없게 되었다.

한 남자는 그 와중 쓸려들어가지 않기위해 손으로 승강장의 그리 높게  솟지 않은 안전선 요철을 부여잡고있었는데 열차 1량이 진입하는것조차도 버티지 못하고 열차가 남자를 밀어주는대로  열차와 승강장사이에서 무섭게 고속으로 회전하며 그 사이를 온통 피로 물들였다..사람들은 그 남자의 뼈가 부서지는 소리와 함께 그의 안구가 빠져나오고 마침내 목뼈가 부러져 그의 머리가 마치 매달린 물건처럼 휙휙 휘둘려지는걸 똑똑히 보았다.
물론 그걸 본 사람들도 비슷하게 열차의 이믐매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마치 과자부스러기가 가득 깔린 바닥을 구둣발로 걸을때처럼 열차밑의 사람들이 부서지는 소리가 났다.

진입인파는 여전히 잔뜩 힘을 주어 몰려오고있었다.  마치 거대한 고기분쇄기에 공급되는 국거리 고깃감같은 신세였다.

내 앞의 사람들도 피하지못하고 진입주행을 아직 마치지 못한 열차에 쓸려들어갔다.
보호벽은 부서진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들이 같이 매달려있었는데..부서진 부분은 부서진대로..아직 남아있는 부분은 남아있는대로 그들에게 위협적이었다.

어떤 노인은 열차에 끌려들어가 덜 부서진 보호벽속을 유영하듯 열차에 밀리며 십수미터를 열차와 함께 움직였다.

보호벽 뒤에서  사람들은 그가 1미터씩 밀릴때마다 차례로 안구. 귀. 이빨. 코. 광대뼈뒤의 쏟아지듯 튀어나오는 액체들 그리고 알수없는 살점들을 그 유리벽안에 묻히며 열차와 함께 진행하는것을 지켜봐야만 했다.부서지지않은 보호벽안에 사람들은 마치 포장육처럼 열차와의 사이에서 터져서 꽉 눌어붙어있었다.

이윽고 열차가 멈추고 문이 열린다. 그 시점에서야 승무원들과 역내직원들은 사태의 심각성을 알아차린듯했다. 가까스로 내 앞에서 열차는 멈추었으나..이미 진입해 옴쭉달싹 못하는 인파들속에 나는 빽빽하게 꼳힌 이쑤시개꼴로 서있었고..문이 열리자 이번엔 그 당장의 상태의 해소를 위해서라도 인파들은 열차안으로 들어가기 시작한다.

두번째 참변은 이 단계에서 다시 재현됬다.역시 인파의 용수철같은 움직임을 맨 앞줄의 사람들만으로 감당할수는 없었다.
쓰러진 그들 위로 다시 또 쓰러지고 또 쓰러지고 그러나 뒤의 인파는 상황을 모른채 들어닥치고..열차 출입구에 사람이 산더미로 쌓이고 그들이 다시 눌려터져죽는 끔찍한 상황을 안에 있던 사람들이 보고 비명을 지르는 소리가 귀를 찔렀지만 이미 사태는 진정되기엔 늦었다.

열차입구마다 시뻘겋게 핏물이 스며넘쳐나오고 있었다.그날 그 지하철 노선은 운행정지되었고..거의 일주일이 지나서야 운행을 재개했다.
다만 해당 역은 당분간 폐쇄조치되었다.

열차밑엔 몇명인지도 모르고 누군지도 모를 고깃덩이들이 넘쳐났고..열차를 역 구내에서 움직여 빼내기도 어려울만큼 역 승강장과 열차사이엔 사람들이 마치 빨래통에 널린 속옷들처럼 너덜너덜 걸려있었다.

출입문마다도 통조림통에 고기가 가득 차있는 꼴로 사람들이 꽉 끼여있었고 맨밑에 있는 사람들은 이미 형체도 알아보기 힘든 상태가 되어있었다.
승무원들과 살아있는 승객들이 힘을 합쳐 출입구를 확보할수 있었으나 꽉 끼인 시신을 하나하나 빼낼때마다 그들중 얼마는 그와중에도 살아있는 바람에 그걸 물건처럼 뺄수있으리라 생각한 사람들을 기겁하게 했다.

출입구에 낀 사람들을 빼내는 작업중에도 서투른 작업등으로 인해 죽는사람들이 나왔다.

어떻게 아냐고? 

내가 바로 그런 상황의 당사자이니까.

어느 어린아이인가의 다리를 잡고 힘껏 빼내려 했지만 나는 이내 내가 그때까지 살아있던 그 아이의 허리를 끊어버렸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그 소름끼치는 감각뒤에 아이가 일그러진 얼굴로 나를 쳐다보던 그 순간을 어떻게 잊을수 있을까.그 일이 내 평생 나를 괴롭힐것이다.

내가 가까스로 목숨을 건졌다곤 해도.. 그날 본 풍경은 아마도 살아가는 내내 내 기억속에서 지옥도란 무엇인가를 매순간 연출할것이다.


http://todayhumor.com/?panic_94191   (끔찍한 상상1)
http://todayhumor.com/?panic_94356   (끔찍한 상상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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