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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 신과 함께 보고 왔어요.
게시물ID : movie_7266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あかねちゃん
추천 : 3
조회수 : 584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7/12/25 02:26:54
부재는 죄와 벌 보다는, 당신 인생의 이야기 정도가 차라리 더 낫지 않았나 싶네요.

개인적으로 좋아 하는 작품 중에 플라네테스라고 있습니다. 원작도 명작 소리를 듣지만 애니메이션화 되면서 각색 된 시나리오 또한 원작 못잖은 혹은 원작 이상의 명작이라는 소리를 듣는 작품이죠.

대략의 줄거리는 이렇습니다. 가까운 미래, 궤도 여객선이 지구 궤도권을 유영하던 데브리(우주 쓰레기. 사실 지금도 지구 대기권에는 위성 만들고 남은 거 우주 정거장 만들다 남은 거 공구 떨군 거 좀비 위성 등등 문자 그대로 쓰레기장이죠)에 맞아 사상 최악의 여객선 사고가 터지게 되죠. 이에 우주 개발의 주축을 맡고 있는 각국이 궤도권의 데브리를 회수 하도록 강제하는 법안을 만들게 되고, 플라네테스는 데브리 회수를 하는 EV선원(우주유영) 하치마키의 이야기죠.

원작의 경우에는 우주 시대로 나아 가는 와중의 인간의 내면, 즉 하치마키의 성장에 촛점을 맞추었다면 애니의 경우는 하치마키의 내면적 성장과 우주 개발에 따른 전지구적 초격차를 곁들였다고 보면 되죠. 애니쪽이 좀 더 사회적이고 SF적인 시각이죠. 물론 두 작품의 경우 어느 한 쪽이 우열을 가리기는 힘들지만 애니메이션은 각색 과정에서 꽤나 많은 오리지널 에피소드를 넣으면서 원작과의 차이는 제법 두드려지게 되죠. 

즉 세계관은 그대로 이지만 사실상 별개 작품이라 봐도 좋을 만큼, 애니메이션의 경우는 완성도 높은 원작의 세계관에서 파생 된 멀티 유니버스나 다름 없다고 봐야 하죠. 

그러니까 신과 함께는 영화와 원작이 사실상 별개의 것이다~ 라는 말을 하려고 서두가 좀 길어지고 말았네요.

여기서부터 스포 많은 영화 감상평입니다.

앞서 싸잘데기 없는 서두에서 적은 것 처럼 원작과 본 영화는 완전히 별개의 얘기입니다. 원작의 세계관과 일부 에피소드를 차용해서 영화 시나리오의 뼈대와 복선으로 사용 했을 뿐 그냥 다른 작품으로 보는 게 맞죠. 

나쁘게 보면 원작의 인지도만 빌려 오고 영화는 오리지널 시나리오로 전개 된다 봐도 되죠. 

원작의 김자홍은 평범한 인생을 살다 보니 죄업도 선업도 모두 애매한 처지죠. 변호사가 누가 되느냐에 따라 어느 지옥 한 구석에 자기 자리 하나 맡을지 모르는 처지이다 보니 평범한 인생을 살았던 김자홍이 '어쩔 수 없이 짓게 되는 죄' 를 김자홍 대신 변론 하는 진기한의 활약이 핵심이었죠. 

문제는 장편 연재물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 대다수가 그렇듯 원작의 내용 모두를 영화 내에서 채용 할 수는 없다는 것이죠. 원작에서는 김자홍의 재판과 함께 유성연 병장의 이야기도 같이 나오는데, 사실 원작의 유성연 병장 이야기는 굳이 필요가 없었죠. 

유성연 병장의 분량까지 모두 스크린으로 옮기면 영화의 런닝 타임이 너무 길어지든가 심한 압축률로 이도저도 아닌 시나리오가 될 수 밖에 없죠. 

해서 영화에서는 진기한을 삭제하고 대부분의 죄에 대해 면책 특권을 받을 수 있는 귀인이라는 설정을 대신 차용해서 저승의 재판 과정을 자연스럽게 압축 시키고 진기한이 빠지면서 심심해진 전개를 유성연 병장의 사연과 합치면서 김자홍까지 대규모로 각색하게 되죠.

물론 원작의 중요 설정 또한 반영이 되었는데 변호사의 '역할'과 판관이 그것이죠. 

다만 원작과 영화의 주요 차이점이 있는데, 저승의 검사 역할을 대행하는 판관이나 변호사 역할을 대행하는 저승 차사는 각자 역할을 얼마나 충실히 하느냐 즉 판관은 망자를 얼마나 지옥에 처 박아 둘 수 있느냐 저승 차사는 얼마나 환생을 시키냐에 따라 본인이 원하는 환생을 할 수 있게 된다는 점이죠.

해서 '정상'적인 저승 재판 흐름상 일반적인 망자라면 어떻게든 지옥으로 떨구려는 판관이 배정 되지만 귀인의 경우에는 면책 특권이 있기 때문에 재판 과정을 생략 할 수도 있죠. 

영화 내에서 강림 도령이 이를 두고 저승이 일부러 가장 자질이 떨어지는 판관을 '일부러' 배치 했다는 대사와 귀인이니까 그냥 통과 시키자는 거짓 지옥의 태산 대왕의 대사에 잘 나와 있죠. 

즉 영화 내에서 대체 뭐 하러 나왔는지 모르겠다는 판관은 원래부터 뭐 하라고 나온 게 아니라는 거죠. 가장 중요한 역할은 별 중요하지 않은 재판은 시나리오 상 압축을 하는 것이죠.

해서 영화 상 가장 중요한 재판은 진광대왕의 폭력 지옥과 염라대왕의 천륜 지옥이 메인이고 나머지 지옥들은 시나리오를 진행 하기 위한 설정을 보여 주는 내러티브 역할에 그치게 되죠.

앞서도 이야기 했지만 이 영화가 원작과 가장 크게 차이 나는 지점은 김자홍의 인생 그 자체를 다루고자 했다는 점이죠. 하지만 재판 과정상의 원칙 만큼은 원작과 영화가 공유 되는 부분이 많습니다.

일단 모든 죄는 기소를 한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그 죄를 짓게 된 경위가 과연 '양심적'이냐 아니냐에 따라 지옥이냐 환생이냐를 결정 한다는 점이죠.

이는 김자홍이 저승 차사를 만나면서 자신은 귀인이 아니다 라는 말에 강림이 '그것은 저승이 판단한다'라는 대사에서도 짐작 할 수 있는 부분이죠. 

본인이 귀인 같은 삶을 살지 않았다 느끼더라도 결과적으로 혹은 삶을 사는 과정 중의 일련의 행위들에 얼마 만큼 인간미가 있었느냐에 대한 암시이기도 했죠.

이런 의도는 처음 살인 지옥에서 바로 나오게 되죠. 동료 소방관을 간접 살인한 혐의로 기소 될 뻔 했지만 그것이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친한 형을 내버리게 되었다는 것이죠.

그리고 원작과 영화에서 공통적으로 다루고자 했던 '어쩔 수 없었던 것' 들을 과연 죄라고 부르고 마땅히 벌을 주어야 하는지 에 대해서 묻고 있죠. 심지어 그것이 살인이라 하더라도 말입니다. 

적어도 나머지 지옥들이 진행 되는 동안 이 원칙, 죄를 지었으되 그 죄가 과연 양심에 가책을 느끼지 않는 것들인가에 대한 나열이 쭈욱 이어지게 되죠. 

그리고 폭력 지옥과 천륜 지옥에 이르면서 다른 질문을 하게 됩니다. 그렇다면 그 죄가 너의 의도가 아니라면 마땅히 피해자에게서 용서를 받지 않았었느냐.

영화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김자홍은 자신의 어머니를 살해 하고 동생 마저 살해 하려고 한 패륜아죠. 이미 본인 스스로가 절대 귀인에 어울리지 않다는 것을 알기에 저승 차사를 만난 그 순간부터 자신은 귀인이 아니다라고 한 것이죠.

남에게 봉사 할 수 있는 소방관이 된 것도 하루도 쉬지 않고 일을 해서 동생과 어머니에게 돈을 보낸 것도 모두 죄책감에서 비롯 된 것이지 자신이 선인이라 그런 것이 아니라는 것이죠. 뭐 문제는 이 부분에 이르면서 김수홍한테 몰빵을 하는지라 김자홍 본인에 대한 감정선을 살릴 수 있는 연출이 대량 삭제가 된 게 흠이기는 한데 충분히 유추를 할 수 있을 만큼 그 전에 힌트와 복선을 깔아 놓았죠.

다만 마음에서 우러난 선의는 아니더라도 '어쩔 수 없이' 선한 삶을 살았던 김자홍이 귀인이라는 것은 납득이 갈 수 있는 설정이지만, 그런 김자홍을 있게 한 어머니의 용서를 좀 더 담백하게 담아 낼 수는 있지 않았나 하는 마무리에 대한 아쉬움은 있더라고요.(개인적으로는 김수홍이 현몽하는 장면은 못 보겠더군요. 오글거려도 납득이 가는 전개인지라...)

뭐 제일 큰 문제는 김자홍의 설정은 납득이 가도 차태현의 연기가 납득이 안 가는게 문제였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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