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글와글 왁자지껄 전쟁같이 지나온 하루가 끝나고
조용히 내려앉은 고요 속 어둠.
그 때 떠오르는 사람이 가지고 싶다.
그 사람과의 달콤하고 나직한 통화는
온 몸이 축 처지고, 팽팽하게 당겼던 고무줄처럼 축 늘어진 정신에 내일을 살아갈 힘을 주겠지.
작게 웃는 웃음소리
그 너머에서 나는 당신의 오늘 하루도 나처럼 치열했던 것을 느끼고
또 당신도 나의 하루를 되짚으며
그렇게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겠지.
그런 사람이 여지껏 없었다는 것은
외로움과는 또 다른 어떤 것.
한 때 유명했던 책 제목처럼
외눈박이 물고기가 또 다른 외눈박이 물고기를 만나 완전해지는 그런 느낌이라기보다
평생 자신이 외발 자전거인줄 알고 살던 자전거가
사실은 어딘가에 짝 바퀴가 있었다는,
만일 그 짝을 찾게 된다면
온전한 자신이 얼마나 편안하고 안정된 상태인지를 알게 되는...
지금껏 그런 사람이 없었다는 것은
그건 마치 온전한 자신을 모르는 상태인 것 같다.
나는 지금 공허한 이 마음을
단순한 외로움이라 말하고 싶지가 않다.